힘든 건 힘든 거고 예쁜 건 예쁜 것.
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기의 미소만 보면 피곤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거짓말이다.
(어쩌면 반은 맞을지도)
아기의 미소를 본다고 피곤이 사라진다면
아기는 현대인의 피곤함을 사라지게 해 주는,
인간 피로 회복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라지는 <것 같다>"라는 것이지
진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육아는 힘들다.
아기는 예쁘다.
힘든 건 힘든 것이고 예쁜 건 예쁜 것이다.
예쁜 것이 힘든 것을 과연 얼마나 커버해 줄 수 있을까?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줄지 몰라도
체력적으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3시간씩 일어나서 모유 수유를 하거나 분유를 주어야 하고
쪽잠을 자 가며 아기를 돌보아야 하는 일
기저귀 갈고 밥 먹여주고 씻기고 재우고
그 사이사이 집안일도 해야 하고 쉬어야 하고.
호르몬으로 관절은 다 늘어나 있어서 무거운 것도 들지 못하는데
아기가 울 때마다 안고 토닥 거리느라
손목이 다 너덜너덜 해 진다.
무릎은 또 왜 이렇게 아픈지.
좌식 생활이 일반화된 우리나라에선 엄마들의 관절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게 된다.
아기가 인형처럼 가만히 똥만 싸고 잠만 자고 밥만 먹는 게 아니다.
보채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자는 동안에도 신생아들은 일명 "용쓰기"를 해대느라
별에 별 이상한 소리를 다 낸다.
예민한 엄마들은 잘 수가 없다.
초보 엄마라면 어디가 이상한 건 아닌지
잘못된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맘 카페를 수 백번 들락날락하게 된다.
SNS에는 아기의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올리며
"피곤해도 아기가 자는 걸 보면 행복해."라는 식의
글을 올리는 엄마들.
이렇게라도 자기 위로를 해야 내가 살 것 같아서 그런 거다.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모성애가 있는 것 같고
내가 좋은 엄마인 것 같아서.
SNS는 내 행복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너무 힘들다.. 자고 싶다..
아기가 매일 울어서 미워 보인다.. "
이런 말을 올릴 수 없는 이유는
사람들이 <나쁜 엄마>라는 낙인을 찍기 때문이겠지.
아기를 막 출산한 엄마들, 신생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SNS가 <행복>해 보이는 이면에
다 이러한 속사정이 있다.
아기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선
육아가 마냥 행복해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