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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콜론 Jan 22. 2022

내 마음의 마찰, 저항성

회사에서 일하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처음 내린 눈들은 입맞춤을 하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며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어느 순간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새하얗게 물든 세상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당장에 내리는 눈은 설렘을 가져다주고,

우리에게 옛 추억의 향수를 선물한다.


그러나, 내리고 난 눈은 우리에게

춤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제공한다.


필자의 엉덩이는 이렇게 학습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지

눈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손으로 엉덩이를 문지르게 되곤 한다.




가끔 무거운 짐을 옮길 때면,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이 떠오른다.

마찰이 없는 세계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모든 물건은 등속도 운동을 하게 된다는....

그런 내용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마찰이 없다면 쉽고 빠르게 옮길 수 있을 텐데!

하고 투덜거렸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마찰이 없다면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너무 과한 마찰은 무언가를 옮길 때 큰 저항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도.


우리의 마음도 마치 이와 같다.

어떤 일을 할 때나, 말을 할 때나.

내가 살아 숨 쉬는 매 순간마다 마음에 내리는 눈들, 그리고 저항성들.


그 순간에는 그것들이 너무나 작고 사소해 보이기에

우리는 별 감흥 없이 이들을 방치한다.


그리고 치워지지 못한 채 켜켜이 쌓인 눈들은

단단하게 뭉치고 굳어져서, 마찰을 없애버린다.


멈춰야 할 때, 멈출 수 없게 하며

가야 할 때 못 가게 하고, 엉덩방아를 찓게한다.




마음에 눈이 내릴 당시에는 그 눈이 합리적으로 보이고

또 좋아 보이기에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나의 마음은 하얗게 물들어버리고

숨죽인 채 모든 빛깔을 잃어버린 상태가 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알아차려보자.

저항성이 느껴질 때, 내 마음에 눈이 내리고 있음을.

그리고 그 눈이 진실로 내게 중요한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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