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배우를 봄니다.
이제, 우리랑 행복해지자. by 영화 <브로커> 中
언론이라는 窓
언론은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의 하나다. 대중은 언론이라는 창을 통해 시상식을 본다. 행사에 참석한 영화인의 모습은 기자의 시선과 카메라의 앵글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감독의 시선에 따라 인물의 정체성이 달라지듯, 언론이 어떤 관점으로 비추느냐에 따라 작품과 배우의 모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영화 시상식은 보통의 경우, 약 100곳이 넘는 언론사와 관계를 유지한다.
시상식은 레드카펫의 취재열기가 가장 뜨겁다. 레드카펫을 물들이는 배우들의 사진은 실시간 속보로 전달된다. 기사는 다시 소셜미디어로 공유되며, 그 시간만큼은 국내의 어떤 이슈보다 많은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영화 시상식의 매력이다. 27회 춘사 레드카펫 앞에는 100곳이 넘는 언론사의 카메라가 도열해 있었다. 취재 경쟁도 치열했고, 오랜만에 열린 대면 시상식에 쏠린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춘사의 두 번째 국제감독상은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돌아갔다. 그는 1995년 <환상의 빛>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데뷔작은 베니스 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했고, 2018년 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그의 작품은 소외된 삶이나 가족을 주요 소재로 다루며, 빈곤이나 아동 학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 <브로커>는 일본의 거장 감독과 한국의 제작진이 만난 보기 드문 작품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국내 상영 이후 한국에 두터운 팬층을 두고 있는 감독이다. 또한 봉준호 감독과도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한일 관계는 늘 긴장감이 흐른다. 하지만 영화에는 국경이 없다. 이념도 경계도 영화 앞에선 모두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의 수상소감에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듬뿍 드러난다.
안녕하세요. 이번 제27회 춘사 월드 어워즈 국제감독상 특별상을 받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멋진 트로피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영화 브로커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태프와 배우 여러분과 긴 시간을 들여 촬영한 작품입니다. 영화를 구상하는 것부터 7년이라는 긴 시간 포기하지 않고 작품을 믿고 함께 해준 스태프와 배우 여러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국제공동제작은 여러 가지로 서로 다른 생각이나 환경을 넘어 영화를 만들어 가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브로커처럼 꼭 만들어 보고 싶은 영화가 공유된다면 거뜬히 그런 어려움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작품을 통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이런 기회가 있다면 한국의 스태프와 배우 여러분과 한번 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by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이유, 이지안 그리고 이지은
가수 아이유는 독보적인 사람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큰 음악적 성취를 이루었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 역을 통해 연기자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영화 <브로커>의 소영 역으로 27회 춘사국제영화제 여우신인상을 수상했다. 인생 최초로 받은 영화 연기상이었다. 시상식 한 달 전, 배우 이지은의 여우신인상 후보자 소식이 전해진 이후, 춘사의 취재열기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후보자의 참석 여부는 시상식 당일까지도 철저한 보안 사항이다. 행사 당일, 시상식 장 앞은 영화배우들을 보기 위한 팬들과 언론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시상식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간. 참석이 예정되었던 이지은 배우의 불참소식을 듣게 되었다. 레드카펫이 시작되었고, 마지막까지 이지은 배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크게 아쉬워했다. 예정대로 행사는 시작되었고, 그의 수상소감이 음성파일로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이지은입니다. 먼저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대해 주시고, 배우 인생에 딱 한 번 한 자리 허락된 신인상까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가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에 사실 설레는 마음으로 3주 전부터 미리 단정하게 의상피팅도 해놓고 해외일정을 조정해서 어제 입국을 했는데요, 정말 죄송스럽게도 제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가 돼서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불가피하게 오늘 참석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귀한 자리에 초대해 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영상으로도 인사를 남기려고 찍어봤는데요, 샵도 못 가고 당장 촬영장비 없이 제 핸드폰으로 직접 찍어야 하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너무 무성의한 결과물이 나와서 이렇게 음성으로나마 감사 인사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정말 감사합니다. 평소 제가 동경해 왔던 고레에다 감독님의 모니터 안에서 송강호 선배님, 강동원 선배님, 배두나 선배님 그리고 이주영 씨를 비롯해 최고의 배우분들 최고의 스태프분들과 함께 제 인생 첫 장편영화를 작업했던 이 경험은 다시 일어나기 힘든 특별한 이벤트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참 많이 배웠고요, 그 가르침과 더불어서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게 돼서 브로커는 제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정말 제게 과분한 선물을 안겨준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배우로서 받은 이 첫 상을 훌륭한 선배님들 앞에서 이렇게 받게 되어서 그 또한 큰 영광이고 큰 행운입니다. 제가 비록 오늘 직접 인사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오늘의 감사한 마음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더 단단한 배우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by 이지은
정상에서 겸손을 잊지 않는 배우. 춘사가 내게 보여준 이지은은 그런 배우였다. 레드카펫이 끝나고 그의 불참 소식을 언론에 전달하면서도 수상소감의 공백을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가 직접 보내온 수상소감 덕분에 나의 마지막 춘사는 더욱 아름답게 빛날 수 있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