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분한 사랑

by 북러버

과밀학급을 담임하는 나로서는 가장 큰 어려움이 소음이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뿜어내는 소리는 소음측정을 해 보고 싶을 만큼 내 귀를 때린다.

처음 이 학교에 부임했을 때는 교실에 들어찬 책상 걸상만 보아도 마음이 답답했었다. 교실을 꽉 채우고 있는 책걸상 사이를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저 한숨만 내 쉬었다.

빈교실만 봐도 그러했는데. 아이들이 제 자리를 채우고 앉았을 땐 그야말로 내가 일타강사인가 싶게 턱밑까지 아이들이 밀고 들어왔다. 지나다니기도 어려울 만큼 좁은 교실에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함께 지내다 보니 쉬는 시간은 전쟁통이 따로 없다. 비켜서 조심히 지나가려 해도 부딪치거나 피해를 주는 일일 종종 발생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놀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고 그러다 보면 동작이 커지고 소리도 커지고 왁자지껄한 교실이 된다.

좁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편히 쉬지도 못한다는 생각에 안 됐다 싶기도 하지만 교실이 떠나갈 듯이 큰소리로 말하는 아이들의 소음에 내가 먼저 나가떨어질 거 같았다.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아이들도 나도 서로가 견딜 만큼 맞추어가고 있다.

급식실이 없어 교실에서 급식을 먹는다. 배식을 하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아이들이 수시로 와서 이런저런 문제를 이야기한다. '얘들아~ 밥 좀 먹자~'

나는 정말 밥을 먹는데 진심이고, 조용한 가운데 맛을 음미하며 먹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미주알고주알 일러 줄 것도 많고 배식 상황에 불만도 많고, 온갖 이야기들을 가지고 몰려왔다. 소화가 안 됐다. 어느 날은 일주일 내내 체기가 가시질 않았다.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서... 코피 터진 일 아니면 밥 다 먹고 얘기하자고 나오지 말라고 했다.

사실 미리 식사얘절을 얘기해 두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번에는 소화가 안 되고 계속 체한다고 말했더니 한 아이가 심각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급식시간 점심을 먹고 있는데, j가 내 옆에 양팔을 벌린 채 등을 보이고 섰다.

뭐 하냐고 물었더니 대꾸도 않고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보니, 내게 말을 시키려는 아이들을 다 돌려보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선생님 식사 중이시니까 나중에 와."

많이 웃었다.

"아니 j야~ 어서 가서 너도 밥 먹어. 선생님 괜찮아~"

j는 자기야 말로 괜찮다며 선생님 천천히 드시라고 했다.

학기 초 장래희망을 쓸 때, j는 농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정말 이 시대에 보기 드문 귀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넌 정말 귀한 아이구나.'

체하겠다고 소화가 안 된다고 말한마디 했는데... 그걸 마음에 두고 있었다니 과분한 사랑이다.

소음으로 귀가 떨어질 거 같고,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시간 속에서 j가 보여준 마음씀에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힘든 와중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아이들 덕분에 산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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