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용 | 애자일 코치 | AGIN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에게 전통적인 인적자원 관리 방식은 매력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에자일을 적용하는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직면하는 것이 바로 조직 관리에 대한 문제입니다. 에자일 컨설팅을 하면서 많은 회사들이 하는 질문이지만 사실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라 답을 하기 쉽지도 않고, 에자일 컨설팅을 하는 입장에서 조직이나 평가에 대한 영역까지 컨설팅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좀 더 자유롭게 저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니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의 수준에서 몇 가지 고려 사항을 말해 볼까 합니다. 물론 에자일을 하는 조직뿐 아니라 현재 DX가 가속화되는 시점에 많은 회사들도 참조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그럼 전통적인 조직관리 방식이 아니라 에자일스러운 인력 운영은 어떤 것일까요?
첫 번째.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입니다. 근로 시간 또는 성과를 기준으로 계약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식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을 인지하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필요한 참여, 권한 부여 및 자율성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자율 근무, 재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 이런 시도들을 하고 있고,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다만 관리에 대한 부분에서 기업은 운영하는 입장에서의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에자일의 중요한 가치가 존중되는 조직이라면 이런 관리에 대한 걱정은 덜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애자일은 자생적이며 유기체적인 조직을 추구 하기에 잘 만들어진 애자일 조직은 스스로 알아서 하기 때문에 관리 감독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개인적 경험으로 꼭 필요한 인재가 있는데 회사에 출퇴근하는 것을 싫어해서 입사 조건으로 출퇴근을 하지 않는 것을 제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율성을 보장해 주고, 스스로 주어진 임무를 책임감 있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지만 결론적으로 너무도 일을 잘하고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경험이 있습니다. 상호 간 신뢰만 보장된다면 이러한 계약은 기존의 계약 방식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지속적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모든 회사가 홈페이지에 회사의 비전과 사명 이런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그것을 기억하면서 업무를 하고 있을까요? 지속적인 참여는 모든 직원들이 비즈니스의 비전과 사명을 이해하고 본인이 하고 있는 있는 일에 가치를 느끼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비전과 사명이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자의 입장과 생각, 또는 대외적인 선전 문구 정도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함께 그것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며, 지속적이며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회사가 하고자 하는 일과 지금 내가 하고 일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는 조직원이 모여 있는 회사라면 상상 이상의 퍼포먼스를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긍정적인 영향을 서로에게 주는 피드백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와 시간을 제공해야 하며,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그 역량이 배가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직원들 간에도 서로에게 긍정적인 피드백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지속적인 협업과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한 직원에게 회사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은 금전적 보상입니다. 하지만 금전적인 보상은 만족을 이끌어 내기 쉽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냐 돈만 많이 주면 되지!” 하고 생각하지는 분도 계시겠지만 다음엔 더 큰 보상을 해 주지 않으면 결국 만족할 수 없고, 이익을 무한대로 창출해 낼 수 없기에 무한대의 보상을 제공해 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즉 금전적인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만족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같이 일 하는 동료가 나를 인정해 주고, 나의 리더가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은 그 한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시험 점수 95점 받고, 내심 잘했다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성적을 이야기했는데, 엄마가 “다른 애들은 다 백점 받은 거 아니야?” 또는 “조금 더 열심히 했으면 100점을 받았지, 일찍 자더니 결국 하나 틀려 왔네.” 하고 말을 한다면 아이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지금 여러분의 직장은 어떤가요? 년 초에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100% 달성하면 너무도 당연히 한 일을 한 것이고, 120% 달성하면 잘했다고 칭찬과 박수를 받고, 95% 달성하면 마치 대역죄인이 된 듯한 취급을 받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하지만 엄마가 아이에게 “열심히 하더니 성적이 많이 올랐구나. 열심히 노력하는 너의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다” 하고 말해 주었다면 아이는 엄마의 말을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도 ‘그래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는구나, 다른 부족한 것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겠어’ 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회사도 경우가 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회사의 목표는 대부분 조직원들의 동의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경주마처럼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조직에서 누가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봐야지 하고 생각하겠습니까?
결과는 목표한 것에 비해 부족하더라도 과정에 대해서는 우리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 주어여 합니다. 또한 부족한 부분을 찾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냉철한 피드백도 필요합니다. 좋은 리더는 가스 라이팅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냉철함과 진심을 담은 피드백으로 그의 내면에 잠재력과 열정을 끌어올려낼 수 있어야 합니다. 경주마에게 가해지는 채찍질은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주마의 생명을 단축시키게 됩니다. 직원들에게 가해지는 이러한 채찍질 역시 단기적으로는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으나, 좋은 역량을 갖고 있는 직원의 이탈과 장기적인 성장을 이끌어 내는 데는 분명 방해 요소가 될 것입니다.
결과만 생각하는 보상과 피드백이 아니라, 좀 더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개개인의 역량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합의된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성취욕구가 있습니다. 계획한 것을 달성하면서 얻어지는 만족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시는 분은 둘 중에 하나 일 듯합니다. 무언가를 이뤄낸 성취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삶에 의욕이 없는 분 일듯 합니다. 둘 중에 어떤 것이든 하루빨리 그 만족감을 느껴 보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우리는 본인이 원하는 목표는 스스로 정하고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데, 회사의 목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누군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말은 달성한다 해도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금전적 보상 또는 승진 정도 인지라 진정한 성취감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합의된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모든 조직원이 합의된 목표는 회사의 목표가 아니라 개개인의 목표가 됩니다. 달성하면 조직원 모두가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여기서 OKR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OKR은 회사의 목표를 정하고 하위 조직의 목표가 회사에 목표에 Align 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OKR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기회를 만들어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여간 우리는 합의된 목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아니 합의된 목표를 만들어서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상위 20%가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은 맞을지 몰라도 나머지 80%가 그것을 실현해 가는 것입니다. 나머지 80%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원동력을 만들어 내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애자일스러운 조직 만들기에 대해 저의 생각을 이야기해봤습니다. 그동안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 얻어진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냥 저라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