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자일코치 Feb 19. 2024

나는 애자일이 싫다! #1 알잘딱깔센

정재용 | 애자일 코치 | AGIN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애자일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이중에는 애자일이 무엇인지도 모르시는 분도 계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애자일은 일반적으로 SW 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개발을 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개발 방법론의 대명사인 워터폴 방법론의 대안으로 고안되었고, 전통적인 방법론 대비 아주 뛰어난 가치를 갖고 있으며, 고객 중심의 사고나 빠른 개발을 통한 생산성의 향상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애자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왜 그런 경향이 생겨 났고, 생겨날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애자일은 고객 중심의 사고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는 고객을 잘 알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개발은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서 기획을 하고, 그 기획이나 설계에 따라 주어진 개발을 하는데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의 생각을 이해하기보다는 기획자의 기획 의도가 잘 반영되었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더 심한 경우는 고객 중심의 사고가 변질되어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해 줘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이 애자일을 싫어지게 하는 첫 번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객 중심의 사고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때 고객이 필요로 하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제공하자는 의미입니다. 말은 쉽지만 실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 고객에게 더 유익한 것을 알기 위해서는 고객과 항상 함께 하며 고객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고객은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해 줘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알잘딱깔센 - 아서   끔하고 스 있게’를 원합니다. 내가 비용을 지불하는데 일일이 신경도 써야 하나 하는 생각과 시시콜콜 물어보면 실력 없고 경험이 부족한 개발자로 치부하기 때문입니다. 개발 조직 내부에서도 고객과 대화를 하는 것 자체를 꺼려합니다. 더 많은 요구 사항이 생겨서 일이 눈덩이처럼 커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일어나는 예를 한번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파란색이 좋으니 전체적으로 파란색 계열로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고객은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말했고 전체적으로 파란색 계열로 만들어 달라고 명확하게 의사 전달을 했으니 그다음은 알아서 해 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디자이너가 가장 난감해하는 요구 사항입니다. 디자이너 머릿속엔 ‘파란색? 파란색이 얼마나 많은데 고객이 말하는 파란색이 어떤 색이지? 대체 저렇게 불분명한 요구 사항을 내면 어쩌라는 거야.’ 분명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그동안의 경험과 능력을 한껏 발휘해서 한 달간 열심히 작업해서 결과를 공유합니다. 하지만 고객은 전혀 자기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물에 만족할 수 없어 프로젝트 분위기가 갑자기 냉각됩니다. 디자이너는 마음에 상처를 받고, 한 달간의 작업을 날리고 다시 작업을 하면서 야근을 하게 됩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이런 프로젝트의 어려움을 애자일에서는 고객과 소통을 통해 해결할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고객이 말하는 파란색이 어떤 색인지 명확하게 알기 위해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피드백을 요청합니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꾸준하게 의견을 제시합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한 달이 지난 후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분명 분위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이미 많은 소통을 했고 고객이 원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중심이 된다는 것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그에 맞춰 주는 것이라고 앞에서 말했습니다. 즉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에 근접해 가는 것입니다. 개발자는 결코 눈덩이처럼 불어날 요구 사항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한 달의 작업을 날려 버릴 걱정도 필요 없습니다. 고객 역시 ‘알잘딱깔센’의 생각을 접고 지속적으로 개발팀과 협업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실력 있는 개발자와 일을 하는 것이지, 실력 있는 점쟁이와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제시할 의무도 같이 존재합니다. 권리는 주장하지만 의무를 배제한 상태에서 애자일을 말하게 되는 것 때문에 애자일은 개발자의 지옥처럼 여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명확하지 않은 요구 사항이 시시 때때로 변화하여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트랙에 갇혀 있는 듯한 답답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이것은 분명 애자일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이지 애자일의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우리는 애자일을 싫어하게 됩니다.


고객 중심 사고에는 ‘고객이 원하면 프로젝트 막바지에도 고객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도 있는데 이 역시 개발자들이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고객은 분명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시하고 프로젝트에서는 수용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고객의 의무가 있는데, 그것은 우선순위 결정을 통한 개발 범위 조정과 예산 및 기간의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예산과 기간이 고정된 상태라면 개발 범위를 조정하여 우선순위가 낮은 요구 사항을 버리고, 시간을 확보해서 새로운 또는 중요한 요구 조건이 충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객의 의무이고, 이 부분에 대한 합의가 개발팀과 일어나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애자일이라는 미명으로 고객이 새로운 요구 사항을 내는 것 역시 애자일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인데 애자일로 하는 프로젝트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애자일이 변덕스러운 고객으로 힘들어하고 있나요? 그건 애자일의 문제가 아니라 애자일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두 번째로 애자일이 싫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빠르게 때문입니다. 애자일은 빠르다는 생각이 우리가 애자일을 싫어하게 만듭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글 목록>

나는 애자일이 싫다! #2 악몽

나는 애자일이 싫다! #3 숙제 검사

작가의 이전글 애자일스러운 인력 운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