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조직문화 만들기
한국민 | 애자일 코치 | AGIN
당신의 팀원들이 침묵하는 이유 #2
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요소는 팀의 협업 능력이다.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 혼자서 할 때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할 때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 (*1)팀(Team)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집단으로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개개인 능력의 합보다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 상호 의존적인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한 개인의 특성에서는 나올 수 없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해결 방법들이 (*2)창발(Emergence) 되어야 한다. 뛰어난 협업 능력을 발휘하는 탁월한 팀들로 이루어진 기업은 지속 가능한 혁신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팀을 운영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에서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세세하게 지시하고 철저하게 통제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다루었다. 한 명의 똑똑한 관리자가 모든 것을 생각하여 방법을 만들고 노동자는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는 무지하고 게으르다는 믿음은 그들을 지시와 통제를 통해 관리해야만 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과거에는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을 수 있다. 실제로 지시와 통제 방식으로 많은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3)지식 노동자(Knowledge Worker)가 주축을 이루는 지식산업에서는 노동자의 지식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었고,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양산되어 온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한 사람이 모두 다 잘 아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여 (*4)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발휘해야만 더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남들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두 번째 요소는 팀의 학습 능력이다. 여기서 학습이란 단순히 기존에 이미 알려진 지식과 정보를 누군가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아직 아무도 모르는, 지금까지 아무도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하여 경험하고 교훈을 얻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다. 우리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복잡한 상황이나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한마디로 (*5)복잡계(Complex System)다. 복잡계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비선형적으로 명확하지 않고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복잡계의 문제는 자율과 권한을 가진 (*6)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 된 팀이 계획하고 시도하고 결과에서 배운 것을 통해 개선하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하는 경험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하여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도다. 시도는 혁신을 위한 도전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그러나 도전에는 실패가 따른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도전할 수 없다.
미국의 신용보증 회사인 던앤브래드스트리트(Dun&Bradstreet)의 CEO 제프 스티벨(Jeff Stibel)은 자신의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힌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사무실의 휴게실 벽에 본인의 이름을 쓰고 실패 경험을 적었다. 그러자, 직원들이 이것을 보고 자신의 실패 경험을 벽에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실패의 벽(Failure Wall)의 시작이다. 실패의 벽에는 자신이 저지른 크고 작은 실수와 그 실수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적는다.
제프 스티벨은 자신의 가장 성공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인 실패의 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하고 학습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핀란드의 게임 회사 슈퍼셀(Supercell)은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대박을 쳤다. 그 외에도 크게 성공한 몇 개의 게임을 자랑한다. 이 회사가 성공한 게임만 만들었을까? 아니다. 개발을 한참 진행하다가 중단하거나 출시 이후에 인기를 얻지 못해 버린 게임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면, 실패한 게임을 만든 직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회사는 이 직원들을 위해 실패를 축하하는 샴페인 파티를 열어준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새로운 게임 개발에 활용하라는 의미다.
슈퍼셀의 CEO인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실패를 축하한다. (중략…) 우리는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얻는다. (중략…) 우리는 우리가 배운 것을 축하하기 위해 샴페인을 터트린다.”
구글 엑스(Google X)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의 연구소다. 이들의 목표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획기적인 기술, 이른바 (*7)문샷(Moonshot)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연구소에서 추진한 포그혼 프로젝트(Project Foghorn)는 바닷물을 연료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시작된 지 2년 후에 가격 경쟁력이 턱없이 낮다는 결론을 내고 아무런 소득 없이 종료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은 이후에 모두 해고됐을까? 아니다. 회사로부터 두둑한 보너스를 받았다.
구글 엑스의 CEO인 아스트로 텔러(Astro Teller)는 이렇게 말했다. “위험 요소가 많은 대형 프로젝트에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실패가 나쁜 것인가? 누구도 실패를 원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성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실패는 항상 나쁜 것이고 실패한 사람에게 낙인을 찍는 문화라면 실패는 두려운 것이고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것이 된다. 실패는 혁신하기 위한 도전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무시하고 성공만을 추구하여 평가한다면 누구도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어렵고 불확실한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차별화된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만 남는다. 실패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것이 나쁜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문화를 구축한다. 시도하고 실패하고 학습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 이것이 지속 가능한 혁신의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그러면 어떻게 서로 협업하고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그 밑바탕이 되는 요소는 신뢰와 안전이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1)팀(Team)은 정보 공유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작업 그룹(Work Group)과는 구별된다. 팀에는 공동의 목표가 있고, 팀원들은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헌신하고 협업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2)창발(Emergence)은 상위 수준의 특성 중에서 그것을 이루는 하위 수준의 특성들 속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환원 불가능한 특성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복잡계 이론(Complex System Theory),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것과 관련된다.
(*3)지식 노동자(Knowledge Worker)는 자기의 주요 자본이 지식에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피터 드러커가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4)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결과를 말한다. 소수의 우수한 개체나 전문가의 능력보다는 독립성을 가진 집단의 통합된 지성이 올바른 결론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5)복잡계(Complex System)는 완전한 질서나 완전한 무질서를 보이지 않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계로써, 수많은 구성 요소들의 비선형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집단 성질이 떠오르는 시스템을 말한다.
(*6)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는 불균형 상태에 있는 시스템의 구성 요소들 사이의 집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조직화된 질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7)문샷(Moonshot)은 본래 1960년대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서 우주탐사선을 달에 보낸다는 의미이지만, 혁신적인 도전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