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계절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그러려니
여름을 싫어했다.
나는 알아주는 곱슬머리에, 머리숱도 한 다발이라 여름이 오면
당최 머리카락을 주체하지 못해 여름을 끔찍이 싫어했다.
또 그뿐인가, 직장인이 되고 나선 출퇴근 길에 흘린 땀은 하루를 엉망으로 만들기 부지기수였다.
그런 내가 여름을 조금 반기기 시작한 건 서른이 된 어느 해.
'그러려니'의 마음이 생기고 나서부터였다.
땀 때문에 정성스레 한 드라이가 망가져도, 화장이 녹아내려도, 온몸이 찝찝해져도
지하철에서 땀 젖은 살갗이 내 살갗을 스쳐도, 모르는 사람의 땀냄새가 내 코를 후벼 파도
그러려니
(왜 그려려니의 마음이 생겼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인생 퀘스트에 대한 보상 같은 걸까요?)
그러다 보니 여름을 즐길 수 있게 됐고, 또 그러다 보니 더워도 짜증이 나거나 불쾌하거나 등
조금은 덜 신경질적인 마음으로 계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려니
요즘은 그려려니의 마음을 여러 곳에 써 보려고 부단히 애쓰는 중이다.
일이 조금 덜 풀려도 '그러려니'
살이 조금 찌더라도 '그러려니'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가 있어도 '그러려니'
누가 내 험담을 해도 '그러려니'
그냥, 그렇게 '그려려니'의 마음으로 살다 보면
내가 가진 시간들을 조금 더 기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오늘 하루 마음에 들지 않는 무언가 있었다 해도
'그려려니'하며 남은 시간을 기쁘게 보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