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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Feb 25. 2024

시니어가 된다는 것

소예일상

시니어 연차가 되니 해서는 안 되는 것

1. 힘든 속내를 털어놓는 것

2. 지나치게 감성적인 것

3. 누군가에 대한 흉보기

4.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

5. 경험을 실력이라 착각하는 것


인스타의 blackdraw_1 님의 글을 우연히 보고 공감을 눌렀다. 그 밑에 달린 gumgum_46님의 댓글에도 공감이 갔다.

“그래서 경력이 쌓일수록 더더더... 외로워진다. “

얼마 전 내 생일을 뒤늦게 알았다며 축하해 주러 동생들이 집 근처로 왔다. 동네 독서모임에서 알게 되었지만 그 모임이 흡족하지 않아서 나온 이후, N의 적극적인 연락으로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달빛모임의 멤버들이다.


나 혼자 이름 붙인 달빛모임의 두 명은 나와 여덟 살 차이가 나고 한 명은 네 살 차이가 난다. 나는 인스타에서  ‘시니어 연차가 되면 해서는 안 될 것들’을 읽으며 그들을 만날 때마다 취하는 나의 태도와 같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났다.

그나마 가끔 영화와 책 얘기를 하는 J의 얘기가 재밌지만 나는 종종 ‘이 모임이 나에게 무슨 의미지? 더더더 외로워지기 위해 나오는 건가?‘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근사한 이자카야에 갔고 나는 처음 먹어보는 사케를 네 잔 정도 마셨다.

‘이건가? 좋은 음식점에서 술 한잔 나누는 것, 딱 그 정도를 위해 이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며 따분함과 외로움을 삼키는 게 내 나이의 인간관계인 걸까? ’

그들은 슬금슬금 뒤로 빠지는 나에게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니 앞으로 쭉 가끔씩 보자고 말했다. 이렇게 선물을 들고 집 근처까지 와줬고 나도 까다롭게 굴고 싶지 않아서 가끔씩 보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직장생활을 하든 안 하든,  나이가 든다는 건 참 외로운 일이다.

공허함을 스스로 달래는 일이고

절대적인 고독을 연습하는 일이다.

특히 나처럼 평생을 소통의 갈증으로 살아온 사람에게는 나이듦으로 깊어지는 외로움이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나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여보고 있다.

반백년 살았으니 투덜대는 걸 줄이고 예상치 못한 근사한 일들이 있을 거라고 막연한 기대를 가지자고 말이다.

사는 건 외로운 고행이다.

인생은 결코 행복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비가 내리다 개이는 날이 있듯,

한숨을 쉬고 눈물을 쏟는 중에도 벚꽃같은 찰나의 기쁨이 반복되고 있음을 안다. 나는 그걸 아는 어른이다.

그래, 이제 진짜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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