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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예 Apr 06. 2024

성시경 막걸리와 옆집 언니

소예일상

옆 집 언니와 단출하지만 맛난 술자리를 가졌다.

대학교수인 언니가 제자로부터 성시경 막걸리 경탁주를 선물 받았다고 하는 거다.

불타는 금요일, 나는 책방 수업을 마치자마자 명태무침 보쌈과 녹두죽을 포장해 갔고 언니는 닭발을 굽고 김말이를 데우고 맛있게 익은 열무김치까지 준비했다.

경탁주는 이름처럼 굉장히 탁하고 진했다. 그리고 향이 있어서 약간 와인을 마시는 기분이었다.

성시경의 말대로 얼음을 넣어서 먹으니 풍미가 있고 괜찮았다. 동서양의 조화인데 동양적인 느낌이 더 강한 그런 맛이었다.

두 시간 동안 맛난 술을 나눠먹고 책임 있는 어른이 된다는 것, 품이 넓은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언니는 대화의 폭이 넓고 깊다. 그리고 카리스마도 있어서 참 존경스럽다.

언니는 60이 되어가는데  내가 그 나이 때가 될 날을 상상하면 불안하고 슬퍼진다. 언니처럼 경제적으로 준비되어  있고  건강하고 독립적이며 좋은 사람들과 술자리를 즐기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와 한숨 잠을 자고 아이들과 속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에게 가졌던 오해와 나만의 서러움은 풀었지만 여전히 고독은 풀처럼 붙어있고 창작은 고갈된 마음 바닥을 보게 하는 것 같다.


경탁주가 자꾸 생각난다. 또 먹고 싶다.

술이 맛있어서인지 그 술자리가 좋아서였는지 아님 둘 다였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술을 조금씩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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