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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Dec 27. 2020

데이터 분석하면서 느낀 것_2

신뢰.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되다니

나는 내가 납득할 때까지 의심에 의심에 의심을 하는 사람이다. '의심왕'이라고 할 수 있지. 나도 못 믿고, 너도 못 믿고, 아무도 못 믿어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 그나마 데이터 분석 결과가 가장 믿을만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이터 분석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바탕에 믿음을 깔고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데이터에 대한 믿음

이전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데이터는 관측값이고, 필연적으로 오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분석하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예상한 정의대로 누락이나 중복 없이 잘 쌓였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내가 믿을 수 없는 데이터로 분석한다는 것은, 마치 검증되지 않은 벽돌과 시멘트로 다리를 만들어서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올라서면 안 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데이터 퀄리티를 어떻게 확인하고 보장할 것인가?! 분석에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가져야 하는 의문인데, 막상 분석을 하다 보면 이렇게 처음부터 의심하는 게 쉽지 않다. 의미 있는 결과를 찾아야 된다는 마음에 자꾸 가설에만 집중해서 분석을 하게 된다. 재료가 얼마나 튼튼한 지는 확인도 안 하고 자꾸 다리 모양만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데이터를 뜯어보면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자신감 지수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믿음은 잘 알고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분석가에 대한 믿음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들었던 말 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네가 제일 많이 봤으니 네가 제일 잘 알 것이고, 네가 모르면 아무도 모른다.'라는 말이다. 와... 정말 이렇게나 사람을 안심시키면서 동시에 부담을 주는 말은 앞으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은 한 명 또는 한 팀이 하나의 주제의 분석을 하게 되는데, 분석을 하고 결과를 정리하다 보면 이게 과연 맞는지, 내가 헛다리를 짚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이 문제를 처음부터 같이 풀어 보자고 할 수는 없다. 결국, 한 문제를 깊게 파면서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분석의 결과가 나와야 하고, 그 결과는 타인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하지만, 나의 자신감이 100%가 안 된다고 주야장천 하나의 문제만 잡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분석은 정확도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때에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도 중요하다. 더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면 그 이후로는 속도전이다. 

분석은 존재하는 진실을 데이터로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정답은 없어도 최선은 있다. 가장 많이 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의심왕인 내가 납득했다면, 그 결과가 최선일 것이다.



모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는 믿음

회사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에는 전략, 규제, 소비자 감정, 외부 경쟁사 등 수많은 고려 요소가 있다. 데이터 분석은 사용자의 니즈나 서비스의 결과를 잘 보여주는 여러 고려사항 중 하나일 뿐이다.

만약 분석의 결과가 의사결정에 차이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계속 데이터 분석을 해야 할까? 내 생각은 '그렇다'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악의 의사결정을 피하거나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이유는 분석 결과가 말하는 대로 하기 위함이 아닌,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분석을 하고 결과를 전달하는 사람 입장에서 데이터가 a를 말하는데 의사 결정이 b로 난다면, '우리 회사는 데이터를 말로만 해'라고 실망할 수도 있다. 이 때, 모든 사람이 기분 내키는 대로 하거나 운에 맡기는 게 아니라,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이런 동료들을 만나면 더 좋은 분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지, 주변 모두가 이런 동료라고 생각한다면 더 좋은 분석을 더 많이 할 생각에 힘이 불끈!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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