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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은 Feb 24. 2019

우리는 모두 항해사이다

직업을 찾는 여정은 어쩌면 섭리에 기대어

망망대해에 떠있는 배 한 조각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곳, 바다 한가운데. 열심히 노를 젓고, 나아갈 방향을 계산해보고 어디론가 가기 위해 배 위에서 씨름하지만, 결국 나를 이끌고 흘러가게 하는 것은 내 의지가 아닌 바다.

때로는 순풍이 불어 내 배를 움직이게 하고, 때로는 폭풍이 몰아쳐서 내 배를 산산조각 낼 수도 있겠지.


그렇게 흘러 흘러 어떤 땅에 닿을 것이다. 어떤 땅이란 5명 내외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외딴 섬일 수도 있고, 수십 수백 명이 촌락을 이루고 사는 마을일 수 있고,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거대한 대륙일 수도 있다.


섬에 거주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종잡을 수 없는 바다 위의 삶을 청산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섬의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어쩌면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아이를 낳아 기르거나 혹은 재산을 축적해 안정적인 삶을 꾸리게 되겠지.


또는 섬에 살기를 거절당할 수도 있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거나 섬에서 더이상 사람을 받지 않기로 했다거나, 나쁘게는 섬의 구성원들과 마찰을 일으켜서 강제로 바다로 쫓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부럽지 않은 안정적인 삶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바다를 그리워할 수도 있다. 이곳이 아닌 어딘가, 다른 세상이 궁금해지면 드넓은 바다로 다시 배를 띄울 날도 있을 것이다. 처음 항해를 시작했을 때보다 좀 더 노련해지고 준비도 탄탄히 할 수 있겠지. 막연히 배를 띄웠던 때보다 명확한 방향과 목적이 생길 거고, 좀 더 수월하게 다른 세상을 만날 수도 있을 거야.


다시 풍랑을 만나고 배가 뒤집히고 결국 난파선이 되기도 하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도 올 거야. 하지만 결국 바다는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줄 것이다.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곳,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 혹은 다시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오게 될 수도 있다.


그저 바람이 부는 대로, 물길이 흐르는 대로 나를 맡길 수밖에 없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운명이라고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거대한 바다는 느릿느릿 나를 어디론가 흘려보내고.

어디로 가게 될까, 막막한 하루지만 언젠가 만나게 될 세계에 대한 희망이 있다. 어쨌든 어디엔가 닿게 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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