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노트, 겨울
어쨌든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미화되거나 다르게 해석되길 기다린다기 보다
쌓이고 쌓여서 덮이거나
혹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질 때를 기다려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는지 모른다.
흐트러진 앙금에 뿌연 시야 속, 혼란스러운 것 뿐일지 모른다.
억지로 맑아지려고 하면 혼돈만 길어질 뿐,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도 언젠가 소멸한다.
모든 것을 잿더미로 태울 수도 있겠지...
-화(火)
모든 혁명은, 혁신은 문제점을 끌어안은 채 다가온다.
그리고 예상할 수 없던 참신함으로 세상 속으로 파고든다.
기존 체제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늘 부딪히고 비난 받지만,
결과는 삶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신(新)
누군가 불편하지 않다는 건, 누군가는 불편하다는 것.
내가 전통적인 여자상-며느리 역할을 거부한다면
누가 대신 내 불편함을 감당하게 되는 걸까?
-결국 '며느리'는 사명적 희생?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며도
우리 마음은 이미 봄.
밝은 톤의 가디건 툭 걸치고, 가벼운 에코백 하나 집어들고
햇빛 아래 외출을 한다.
손에 아이스 음료를 든 사람들이 늘어나고
드리우는 그림자마저 따뜻.
-봄의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