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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쥰세이 Nov 04. 2024

<Paul Kim의 좌충우돌 세상살이>

 

<그래, 어서 일어나 함께 가자 친구야...>


차가웁던 어느날

전해들은 비보

네 목소리에서는 애써 참은 눈물이 묻어있어서

축축하고 흐물거렸다

집에 가는 길 내내 마음이 돌처럼 무거웠고

검은 옷을 입으며 내 입술은 굳게 다물어졌다

연이은 악재속에 니 얼굴은 구름낀 하늘처럼 지쳐보였고

반대로 아이들은 재잘대는 새처럼 떠들며 내 뒤를 지나갔다

죽음을 맞이해 또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삶이 지옥이고

먼저 간 사람은 연락이 닿지 않는 무인도이다

너의 눈물을 보고 친구 또한 울었고

난 가슴으로 울먹였다

네 아들의 밝은 표정이 되려 나를 무겁게 짓눌렀고

밥이 목구멍에서 넘어가지 않아 재채기를 연신 해댔다

혼자였다가 둘이된 장례식장에서

친구와 나는 30분가량 무겁고 진중한 오해를 풀고

그렇게 각자의 길로 갔다

밤늦은 시간이라 도로는 한적했고 한기는 더했다

어머님...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당신의 투병도 모르고...아들의 친구로서 죄책감이 쓰나미가 되어

밀려옵니다

J야

그래도 우리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살아야 하지 않겠냐

비온 뒤에 햇살이 비취는 것 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네 힘듦은 내 힘듦이고 네 고통은 내 고통이다

친구야...

그만 울고 이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한손으로 눈물을 닦자

하늘 어디에선가 너의 어머니가 너를 보며 환하게 웃으시며

니 삶을 응원하실테니...친구야 이제 일어나자...

담배를 피러 나갔더니 눈이 내렸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적막했고 고요했고 먹먹했다

연기를 하늘로 내뿜으며 죽음에 관해 생각했다

이 세상 작별하는 날

아무런 미련과 후회도 없이 단정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이제는 모든 걸 잊어야 할 시간

친구 어머니의 죽음도, 그리고 일터도

한숨에 섞인 연기처럼 하늘로 날려보내야 할 때다

이제

정말 그럴때다


<여자의 마음...>


절대로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연락하면 받는다
 받으면 밝은 목소리로 곧잘 얘기한다
 아직 알아가는 단계라 서로가 조심스러운데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목소리 톤이나 친밀함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초반부에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기로 했다
 양파처럼 조금씩 깔수록 계속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수 있도록
 지금은 예열중이라고 할수 있다
 미지근하지만...
 완전히 식어버리지는 않게...
 그렇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있다
 과거의 연애에서 너무 거리를 좁히려다
 실패한 경험이 많았기에...
 이젠 조금 서로에게서 자유롭게 그렇게 지내고 싶다
 일단 친구처럼 편하게 다가가서...
 허물없이 친해지고...
 나중에 서로에게 끌려서 이성으로 느껴지면
 교제하게 되는거고...
 일단 서로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기에
 만나면 대화를 주로 할 것 같다...수다...ㅎ
 커피를 앞에두고...너와 내가 서로의 감춰진 얘기들을 하는 그 시간
 그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밥이 익을때처럼
 잘 뜸을 들여
 고슬고슬하게 잘 익은 만남이 되도록...
 참고 인내하고 기다리고...
 아직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는 난 모르겠지만...
 집착을 버리려 한다
 잘 되면 좋은거고...안되면 마는거고...
 너무 내 마음과 감정을 다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떤 그리움>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시간은
 니 생각이 제일 많이 날때다
 사진으로봐서 얼굴은 이제 조금씩 익숙한데
 나를 보고 니가 실망은 하지 않을지 걱정도 되지만
 우리의 첫 만남이 서로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살랑 살랑 부는 바람처럼 서서히 시원하듯
 우리의 관계도 서서히 천천히 진전되기를...
 그 만큼 두터워지고 생명력이 있고
 절대 끊어지지 않는 만남과 인연이 되기를...
 욕심이 앞서거나 소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인해
 과거 수없이 실패하고 반복했던 패턴은 이제 그만하고
 조금씩 루틴을 바꾸어서 나도 조급한 성격을 버리고
 좀 여유있고 천천히 한 사람을 알아가고 싶다
 잠깐의 30분이라는 시간일지라도
 커피를 마시며 진심으로 대화를 나눌수 있다면...
 그 이상 바라는 건 없다
 그저 나처럼 너도 마음을 열고
 서서히 천천히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기를...
 섣부른 상상으로 높은 기대감과 혼자서만 감정을 미리 키우지 말기를...
 사랑이라는 확신이 들때, 좋아함이라는 확신이 들때
 그때 서로 손 마주 잡고 거리를 거닐기를...
 이 봄에...
 새로운 인연이 하루 하루만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삶에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어떻게...>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리액션이 좋은편도 아니고
 내 얘기에 많이 웃거나 맞장구 쳐주는것도 전혀 없고
 그녀 말대로 호불호가 분명한...좋고 싫음이 분명한 여자라고
 본인이 본인을 얘기했다
 그리고 직설적이라고 얘기도 했다
 사실 내가 싫어하는 여자 타입은 다 가지고 있다
 오늘에야 알았지만
 30분 가까이 통화하면서 든 생각은
 어쩌면...
 첫 만남이 이루어지지도 못하고 이대로 흐지부지 끝날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그 간의 내 연애 경험을 미루어 짐작컨데)
 촉이 왔다
 우리는 동갑이다
 우리 나이가 되면 결혼을 전제로 만나야하고
 당연히 여자는 남자의 경제력을 보게 된다
 그런점에서 난 아직 빵점이다
 야간 교육도 8월 한여름 즈음에 끝나고
 지금은 재취업 준비중이지만....
 그녀가 살짝 웃으며 말한 것처럼 취준생...맞다.
 이 나이에...취준생이라...그녀가 웃은건지...
 아니면...다른 의미가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우스허즈번드 얘기도 했다
 30분 가량 통화하면서 둘의 적잖은 성향을 알았고
 가족들의 얘기들도 들었고
 짧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얘기들을 나눴기에...
 더욱 근심이 크다
 괜히 나중에 해도 될 소리를 먼저 해버린건 아닌지...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바라는 이상형이 아니어서
 결국에 끌릴수도 있고
 서로가 바라는 이상형이 아니어서
 만나기도 전에 끝나버릴수도 있다
 왜 이해 못하겠는가...그 나이 또래의 남자 보는 눈을...
 난 100%다 이해한다
 다만 통화 내내 그녀가 좀 지쳐보여서 그게 좀 안쓰러워 보였다
 앞으로 우리는...어떻게...
 될까
 한가지 확실한건 그녀는 종교만 없을뿐...또래 기독교인 자매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성과를 어느정도 이뤄냈고
 그리고 그 당당함이 참 멋졌다
 나에게는 과분하다는게 당연한 그녀다
 아직은 서로에게 서툴러서,아직은 서로를 잘 몰라서
 가끔 가시돗친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말이 아플지라도 세상은 그녀가 얘기한 그대로이다
 70%정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감이 온다
 내일이되면...카톡이 와있거나...아예 통화가 안되거나...
 저녁이 될때까지 기다려야지
 충분히 머릿속이 정리되도록 시간을 주어야지


<산 더덕 할머니>


가끔 지하철 역..
 환승 구간 긴 길 사이에서 늦은 시각 모습을 보이시는 한 할머니가 계신다.
 같은 분인지..그때와 다른 분인지 기억은 없지만...
 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이 더덕 즙과 모래가 섞여 검게 물든 장갑을 끼시고..
 열심히 빠른 손놀림으로 더덕의 굳은 껍질들을 벗겨내시고 계셨다.
 '아..집에 돌아가시면...장갑 벗으시고 많이 쓰라리실텐데..냄새도 고약할테고...'
 그 사이 지나가는 짧은 치마 입은 다리가 마른 여자 한명.
 그리고 다른 군중들.
 산 더덕을 사드릴수 있으면 좋겠다..다음에는.
 가격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시선은 지나가서도 할머니를 보기위해 힐끗거린다.
 그 놈의 용돈 벌이..
 피곤했던 내 마음을 녹여주었던 할머니의 정성이 담긴 산 더덕 냄새.
 오래 오래 사세요~
 다음에는 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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