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서사와 정체성 내러티브

나를 이해하는 시간 Part.1 | EP.6

한 사람의 진로란,
결국 그 사람이 자기 삶을 어떤 이야기로 바라보고, 어떻게 계속 써내려가는가에 달려 있다.


Part 1. 나를 이해하는 시간(6/6회차)

Part 2. 세계를 탐색하는 시간(7회)

Part 3. 실천을 설계하는 시간(8회)

Part 4. 나만의 경력을 실행하는 시간(7회)



7화. 성장서사와 정체성 내러티브








① “과거의 나는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그때의 저는?”


한 학생이 말했다. 평소 조용하고 말수가 적었던 그가, 갑자기 그렇게 입을 열었다. 고등학교 시절, 혼자 교실을 나가 버린 날이 있었단다. 친구들과의 갈등 때문이었지만,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그날의 자신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누군가와 갈등이 생길까 두려워, 스스로 먼저 거리를 두게 된다고.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가끔은 그때 그 선택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순간이 있다. 단순한 해프닝처럼 흘러가 버린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도 자꾸만 떠오르는 장면.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고, 마음 한편에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으로 남아 있는 순간들. 아마 당신에게도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 때로는 본능적으로, 때로는 무모하게 내렸던 결정들. 그 선택이 이후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조차 몰랐던 순간들. 그 순간들은 지금의 내 모습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이런 질문은 진로설계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어쩌면, 당신이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 혹은 어떤 조직문화를 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 ‘과거의 선택’과 깊이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성장서사란, 과거의 내가 했던 선택과 그에 담긴 의미를 되짚는 작업이다. 단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만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왜 그렇게 되어왔는지’를 성찰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서사는 종종, 현재의 나를 재정의하게 한다. 새로운 방향을 찾는 나침반이 된다.


“나는 왜 그때 그랬을까?”


이 질문은 자책이 아니다. 설계의 출발점이다. 진로는 단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가 아니다. 가끔은 멈춰서 뒤를 돌아봐야,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제부터 우리는 그 길을 되짚어볼 것이다. 기억에 남는 사건 하나하나를 꺼내어보고, 그 사건 속에서 ‘나의 서사’를 복원해 나갈 것이다. 감정, 선택, 관계, 그리고 성장의 방향까지. 그렇게 쌓인 이야기가 바로, 당신만의 정체성 내러티브다.









② 기억에서 서사로 – ‘사건’보다 ‘의미’가 중심이다




우리는 종종 이런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곤 한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어요. 별거 아니에요.”


하지만 정말 별거 아닐까? 기억에서 자꾸 떠오르는 일, 마음 한켠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사건이라면, 그건 단지 사건이 아니라 ‘서사’의 시작이다. 문제는 그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이다.


사건은 과거에 벌어진 일이지만, 의미는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해석의 구조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에게는 중학교 시절 발표 수업에서 창피를 당한 경험이 단지 하나의 해프닝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경험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건 위험하다’는 인식을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같은 사건이라도, 그 사람이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가에 따라 인생의 방향은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진로설계는 바로 이 의미의 지도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나는 왜 발표를 두려워하게 되었는가?’
‘나는 왜 갈등을 피하게 되었는가?’
‘나는 왜 누군가를 돕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이 질문들은 단순히 과거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의 선택을 더 주체적으로 하기 위한 작업이다. 내게 의미 있었던 사건을 돌아보고, 그때의 감정과 나의 선택을 해석하면서 우리는 ‘나의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건,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이 남긴 감정과 신념, 그리고 반복되는 행동 방식이다.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어떤 상황에서 가장 자주 화가 났는가?

어떤 말을 들을 때 가장 상처를 받았는가?

언제 내가 나 자신처럼 느껴졌는가?

어떤 순간에 ‘이건 내가 원하던 거야’라는 확신이 들었는가?


이 질문들은 내 안의 내러티브를 복원하는 열쇠가 된다. 당신이 겪은 수많은 사건들은,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일어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왔는지는, 분명 지금의 당신을 구성하는 핵심 서사가 되었다.


이제는 그 서사를 ‘읽는 일’을 넘어 ‘다시 쓰는 일’로 옮겨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갈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선택이고, 해석은 주권이다.


이제 우리는, 내 삶의 서사에서 어떤 장면에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 어떤 내러티브를 앞으로의 진로에 연결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선택은 과거를 바꾸지는 않지만, 현재의 나를 완전히 다르게 세울 수 있는 힘이 된다.









③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사건, 감정, 믿음, 행동의 연결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 질문은 단지 성격이나 습관을 묻는 게 아니다. ‘정체성’이란 지금의 나를 만든 구조를 이해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 구조는 무작위로 쌓인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겪은 사건과 감정, 그에 따른 믿음과 행동이 연결되며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보자.
초등학교 시절, 발표할 때 실수한 경험이 있다. 반 아이들이 웃었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의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그 감정을 반복해서 느끼기 싫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앞에 나서는 건 위험한 일’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았다. 이후에는 발표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피하거나, 말을 아끼는 행동이 이어졌다.


이러한 연결고리가 반복되면,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원래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해요.”
그러나 이 말은 진짜 본성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축약한 결과일 뿐이다.






정체성은 ‘반복된 감정’에서 자라난다



우리는 감정을 중심으로 세상을 기억한다. 단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보다,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더 강하게 각인된다. 감정은 사건을 의미 있게 만들고, 그 감정을 해석하면서 우리는 어떤 믿음을 형성한다.

자주 무시당했다고 느낀 사람은,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믿음을 갖기 쉽다.

반복해서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나는 어차피 안 되는 사람’이라는 틀에 갇힌다.

반대로, 인정받는 경험이 쌓인 사람은,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성장한다.


이처럼 사건 → 감정 → 믿음 → 행동이라는 순환 구조는, 특정 상황에서 내가 반복하는 반응 패턴이자, 나의 정체성의 핵심을 구성하는 서사 구조다.






당신의 이야기에도 ‘패턴’이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네 가지 요소를 연결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1. 사건: 기억에 남는 강렬한 경험은 무엇이었나?

2. 감정: 그때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나?

3. 믿음: 그 경험을 통해 내가 갖게 된 신념은 무엇인가?

4. 행동: 이후에 나는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었는가?


이 구조를 반복적으로 되짚다 보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이 얼마나 단순한 요약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 구조는 해체도 가능하고, 재설계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는 실수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이렇게 재구성할 수 있다.

사건: 수업 시간에 실수로 틀린 답을 말한 경험

감정: 수치심, 당혹감

믿음: 실수하면 웃음거리가 된다

행동: 가능한 발표를 피한다


→ 그러나 이 구조에 다른 해석을 넣으면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

재해석된 믿음: 실수는 성장의 과정이다

행동의 변화: 발표를 연습하고 도전하는 시도


정체성은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반복되는 해석과 선택의 결과다. 그 말은, 우리는 언제든 새로운 해석을 통해 새로운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체성은 과거가 아니라, 해석의 습관이다



정체성은 결코 과거에 갇힌 구조가 아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에 대한 해석은 오늘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 해석은 곧 당신의 미래를 바꾼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이상 고정된 태그가 아니다.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어떤 해석을 반복해왔는가?”
“그리고 오늘, 어떤 해석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진짜 정체성 내러티브를 다시 쓰는 시작점이다.








④ 성장의 순간을 다시 쓰는 기술

– “그때 나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우리는 가끔,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이렇게 중얼거리곤 한다.


“그때 왜 그렇게 말했지?”
“왜 그 선택을 했을까?”
“조금만 다르게 행동했으면 어땠을까?”


이 질문들은 단순한 후회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그것은, 정체성 내러티브를 다시 쓰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욕구다. 우리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더 나아진 나’로 상상하지만, 그 과정에는 반드시 과거의 나를 재해석하는 작업이 수반된다.






한 장면, 두 개의 이야기



예를 들어보자.
대학교 1학년 때, 첫 조별과제 발표가 있었다. 나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팀원들에게 폐만 끼쳤다는 생각에 발표가 끝난 후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그날 이후 나는 ‘난 팀 프로젝트에 어울리지 않아’라고 여겼고, 최대한 조별과제를 피하며 지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그 시기를 다시 돌아보며 ‘그때 나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라고 묻기 시작했다.
그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보니, 당시의 나는 팀원들의 기대를 너무 크게 느꼈고,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에 짓눌렸던 것이다. 실수한 나 자신보다, ‘실수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기준이 나를 더 괴롭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같은 장면이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의 해석: 나는 팀플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현재의 해석: 나는 압박 속에서 불안해졌고, 실수에 대해 너무 가혹했다. 하지만 그건 학습 중이었을 뿐이다.


한 장면, 두 개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서사를 다시 쓰는 힘이다.






성장서사를 다시 쓰는 3단계



1. 구체적인 사건 장면을 떠올린다


막연한 기억이 아닌,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감정이 선명했던 장면을 떠올린다. 가능하면 실패나 부끄러움의 감정이 포함된 장면이 좋다. 감정은 당신의 정체성이 만들어진 순간이자, 서사를 다시 쓸 수 있는 기회다.



2. 당시의 감정과 해석을 기록한다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그 감정을 통해 어떤 믿음이 생겼는가?”
예: ‘혼나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칭찬받아야 가치 있는 거야’



3. 새로운 관점으로 그 장면을 다시 본다


오늘의 나는, 그때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 장면에서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중이던 사람’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서사의 전환이다.






'그때의 나'와 화해할 때, '지금의 나'가 단단해진다



많은 이들이 과거의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그때 왜 그랬지’라는 질문은 때로, 스스로에 대한 냉소와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서사는 선택의 기술이다.
성장이란 과거의 실패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서사는 ‘기억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해석을 바꾸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써 내려간 나의 이야기는, 더 이상 실패와 회피로 구성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배움, 통찰, 책임, 그리고 회복의 이야기다.









⑤ 나의 언어로 쓰는 성장서사

–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세 장면




“당신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세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이 질문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그것은 곧 당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정체성 서사 탐색의 시작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장면들은 단순히 우연한 순간이 아니다. 반복해서 떠오른다는 것 자체가 의미를 가진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왜 ‘세 장면’인가?



세 장면은 적당히 구체적이면서도 지나치게 부담스럽지 않은 숫자다.

한 장면이면 지나치게 특정한 의미로 해석되기 쉽고,

다섯 장면 이상은 초점을 잃기 쉽다.


세 장면을 통해 우리는

1. 어떤 사건에 감정적으로 반응했고,

2. 그것을 어떻게 해석했으며,

3. 어떤 신념과 행동을 이어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조망할 수 있다.






성장서사 작성의 실습 – 질문에서 시작하라



성장서사를 쓰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활용할 수 있다.


1. 내 인생에서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장면은?

그때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

무엇을 증명하고 싶었나?

어떤 능력이나 가치가 드러났는가?


2. 가장 ‘좌절하거나 실패했던’ 장면은?

그 실패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나?

이후 나는 무엇을 피하거나 강조하게 되었나?


3.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았던’ 기억은?

어떤 관계 속에서 발생했는가?

그 순간 나는 어떤 존재로 여겨졌는가?

그 경험이 나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예시로 보는 성장서사



① 중학교 2학년, 도서실에서 연설문 대회를 준비하던 밤

책을 빌리러 갔다가 우연히 남아있던 원고지를 발견했다. 선생님이 주최하는 연설문 대회였다. 나는 밤새 그 원고지를 채워냈고, 이틀 후 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 순간 나는 ‘말과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감각을 처음 알았다.
그 사건은 내 안에 ‘의견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었다.



② 고등학교 3학년, 반 친구들과 싸운 날

성적이 떨어진 친구에게 공부를 강하게 권했다. 결과는 다툼이었다.
돌아오는 길, ‘왜 나는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조언을 가장한 통제가 누군가에겐 폭력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 이후로, 나는 ‘말하기’보다 ‘경청’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③ 대학교 2학년, 발표 수업에서 팀장을 맡았던 날

팀원과 의견이 달라 갈등이 생겼지만, 끝까지 조율하며 발표를 이끌어냈다.
비록 최우수 팀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날 내가 조정자, 설계자, 리더라는 가능성을 느꼈다.
나의 강점이 단순한 아이디어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힘’임을 처음으로 자각한 순간이었다.






성장서사는 자기설계의 나침반이다



이 세 장면은 단순히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상황을 선택할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를 결정짓는 정체성 서사의 기반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반복을 꿈꾸기도 한다.

‘그때의 성취’를 다시 얻기 위해 비슷한 도전을 반복하거나,

‘그때의 실패’를 회피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피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복 속에서 나의 행동은 점점 더 굳어진다.


그러나 성장서사를 의식적으로 쓰는 순간, 그 굳어진 행동 패턴에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은 나를 믿는다는 증거다



타인의 평가와 사회적 기대 속에서 흔들리기 쉬운 지금,
나의 삶을 내가 정의하고, 나의 말로 서사화한다는 것 자체가 커리어 설계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성장서사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확신을 얻는다.

나는 어떤 경험을 통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는가?

나는 어떤 상황에서 나다움을 발휘할 수 있는가?

나는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이것이 바로, ‘정체성 기반 진로설계’의 첫 걸음이다.








⑥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정체성 내러티브의 구조

– 진로는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진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만, 결국 과거로부터 이어진다."


이 문장은 단순한 수사나 멋진 문장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과거의 경험과 그 해석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를 놓친다. 우리는 미래를 '계획'하고, 현재를 '실행'하려 하지만, 정작 '과거'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해석하는 작업은 가볍게 여긴다.


그러나 정체성 내러티브는 과거-현재-미래의 삼각축을 잇는 서사 구조를 전제로 한다.
자기이해의 깊이와 진로결정의 명확성은 결국,

과거의 나를 얼마나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가,

지금의 나를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가,

미래의 나를 어떤 서사로 엮어가고자 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나의 이야기는 선형이 아니라 순환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 마치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직선(linear)의 경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순환(circular)에 가깝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행동을 결정하고,

현재의 행동은 미래를 상상하게 하며,

그 미래의 기대는 다시 과거의 기억을 재해석하게 만든다.


이것이 정체성 내러티브의 힘이다.
‘어떤 사건이 있었는가’보다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정체성 내러티브의 3단 구성: 과거-현재-미래


구성질문 예시 목적


과거 "내게 반복되던 사건은 무엇이었는가?" 자신의 가치, 감정, 행동의 기원을 찾는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느꼈을까?”


현재 "지금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으며, 왜 그런 선택을 하고 있는가?" 무의식적 행동 패턴을 자각한다

“나는 무엇을 피하고, 무엇을 추구하는가?”


미래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주체적 삶의 방향과 커리어 목표를 수립한다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경로를 설계할 것인가?”






예시: 한 대학생의 정체성 내러티브



과거: 초등학교 시절, 반장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발표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말하기'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남겼다.


현재: 발표를 앞두면 여전히 긴장하지만, ‘준비’라는 루틴을 통해 자신감을 쌓는다. 다른 사람보다 발표를 철저히 준비하며, 발표 상황을 리더십의 기회로 생각한다.


미래: 말하기 능력과 대인관계를 살려 브랜드 마케터라는 직무를 꿈꾼다. 이는 단순히 직무 타이틀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감정의 성장경로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선택이다.


이처럼 삶의 사건을 맥락과 감정, 행동으로 엮어내는 과정이 정체성 내러티브의 핵심이다. 단순히 이력서의 스펙 나열이 아닌, 왜 이 경험을 했는지, 그 경험이 어떻게 나를 만들어왔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






진로는 ‘계획’이 아니라 ‘서사화’로부터 시작된다



대학생들은 흔히 진로를 “계획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서사화’이다.

나를 설명하는 이야기가 없는데 어떻게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을까?

직무 정보를 많이 알아도, 내가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를 말할 수 없다면, 선택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진로의 확신은 ‘경험’보다 ‘해석’에서 온다. 같은 경험도 해석의 깊이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당신이 말할 수 있어야 할 ‘당신의 이야기’



정체성 내러티브는 결국,
면접장에서, 진로상담에서, 자기소개서에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라는 질문 앞에서 꺼낼 수 있는 ‘내 언어로 된 내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제가 이 선택을 하게 된 데에는, 과거의 이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때 저는…”


자신의 진로 선택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러나 바로 이런 사람이, 앞으로의 진로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주체적 커리어 설계자다.










⑦ ‘정체성 내러티브’의 미래 – 나의 경력설계에 연결하기

– 나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쓰여질 것인가





“앞으로 뭐 하고 싶어?”
이 질문에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는 학생이 많다. 그건 게으르거나 고민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은 '선택'이 없어서가 아니라 '연결'이 없기 때문이다.


미래는 항상 모호하고, 선택지는 너무 많으며, 정보는 넘쳐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면 ‘자기 이야기’가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진로설계는 그래서, 자기이해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기이해는 결국 ‘정체성 내러티브’의 구조 위에 세워진다.






“나는 왜 이 길을 가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그게 유망하대요.”
“부모님이 그걸 원하셔서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이런 답변은, 자기 이야기로서 설득력이 없다. 진로설계는 결국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미래에 대한 이야기여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저는 어릴 때부터 어떤 일의 구조를 분석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동아리 활동을 통해 프로젝트 설계를 하며 몰입했고, 그 경험이 지금도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그래서 저는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공정혁신 직무에 진출하고자 합니다.”


이런 진술이 가능한 사람은 경력설계의 출발점에 선 사람이다.
그는 단지 진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구조화하고, 그것을 말할 수 있게 된 사람이다.






내러티브 기반 경력설계의 3단계



단계 질문 목적


1단계: 과거 “나는 어떤 경험을 반복해왔는가?” 핵심 가치와 몰입 경험 파악

“그 경험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남겼는가?”


2단계: 현재 “지금 나는 어떤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가?” 무의식적 패턴의 자각과 해석

“그 행동은 어떤 욕구나 갈망에서 비롯되었는가?”


3단계: 미래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를 확장하고 싶은가?” 진로설계의 타당성과 지속성 확보

“그 방향은 나의 과거와 어떤 연결이 있는가?”







서사의 힘은 연결에 있다



진로는 일회적 선택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는 삶의 경로다.
경력설계는 단순히 입사 목표나 직무 선택을 넘어서 삶의 방향을 재정의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한 경력설계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갖는다.


자기 설득의 힘: 내가 왜 이 길을 가는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다.

외부 설득의 힘: 자기소개서, 면접, 포트폴리오에서 나의 ‘선택의 타당성’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변화 대응력: 계획이 바뀌어도, 서사의 구조가 있으므로 방향 전환이 유연하다.






정체성 내러티브는 살아 있는 이야기다



완벽한 서사는 없다.
당신의 정체성 내러티브는 계속 쓰여져야 하고, 자주 수정되어야 하며, 늘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아직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감정, 이번 학기의 선택, 다음 방학의 계획…
그 모든 것이 당신 서사의 새로운 한 줄이 된다.
그 줄들이 연결되어 문장이 되고, 문장이 문단이 되고, 문단이 하나의 경력 이야기로 완성된다.






진로설계는 결국 삶의 이야기다



‘진로’란 단어는 너무 낯설고 어렵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진로란, 결국 그 사람이 자기 삶을 어떤 이야기로 바라보고, 어떻게 계속 써내려가는가에 달려 있다.


어떤 사람은, 한 장면에서 멈춘다.
어떤 사람은, 과거를 반복하는 데 머문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서사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당신은 지금, 당신의 이야기의 어떤 장면을 살아가고 있는가?


이제 그 서사를 한 줄 한 줄, 당신의 언어로 써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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