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조직행동인가 Part.1 | EP.2
중요한 것은 변화에 눈을 감지 않는 것이다. 조직과 개인이 새로운 현실에 맞게 약속을 다시 쓰는 순간, 심리계약은 다시금 강력한 신뢰의 토대가 된다.
Part 2. 개인 행동과 일의 재구성(5회)
Part 3.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진화(5회)
Part 4. 팀과 협업의 재설계(5회)
Part 5. 조직문화와 제도의 변화(5회)
Part 6. 변화관리와 미래 전망(4회)
“입사 1년 만에 퇴사합니다. 회사가 약속했던 성장 기회는 없었어요.”
한 신입사원이 사직서를 내며 남긴 이 말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었다. 그는 분명 입사 당시, 채용 설명회와 면접에서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과 교육 기회가 보장된다”는 약속을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주어진 일은 반복적인 보고서 작성과 단순한 자료 정리였다.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기대는 번번이 꺾였고, 결국 “여기서는 배울 게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기성세대 관리자의 반응은 달랐다. “예전에는 웬만하면 10년은 버티고 보던데,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빨리 포기하지?” 그들의 기억 속 직장은 생계를 책임지는 ‘안정된 울타리’였다. 그곳에서 오래 머무르며 충성을 다하면, 언젠가는 승진과 보상이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사소한 불만쯤은 참고 넘어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의 조직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MZ세대는 충성심 대신 성장과 경험을 기대한다. “이 회사에 남아 있을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며, 답이 ‘아니오’일 경우 과감히 회사를 떠난다. 그들에게 직장은 더 이상 ‘종신 고용의 약속’이 아니라, 커리어 여정의 한 역(驛)일 뿐이다.
여기에 새로운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AI의 등장이다. 과거에는 상사가 약속한 교육 기회나 성장 경로가 심리계약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AI 시스템이 업무를 배분하고 성과를 평가한다. 지원자들은 면접에서조차 AI의 시선에 노출된다. 구성원들은 “AI가 내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 알고리즘은 공정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심리계약의 내용을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날의 조직에서는 과거와 같은 암묵적 약속—“안정과 충성의 교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구성원들은 “성장 기회 ↔ 몰입과 성과”, “공정한 시스템 ↔ 단기적 기여”라는 새로운 합의를 요구한다. 이는 단순한 세대의 문제도, 기술의 문제도 아니다. 세대와 기술이 동시에 변하면서, 조직과 개인이 맺는 심리계약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심리계약은 이미 무너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고 있는가?”
이 물음은 조직행동론의 오래된 주제에 새로운 불을 지핀다. 앞으로의 논의는 이 질문을 따라, 전통적 의미에서의 심리계약과 그 붕괴, 그리고 MZ세대와 AI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기대치로 향하게 될 것이다.
조직에 입사하는 순간, 우리는 공식적인 근로계약서에 서명한다. 근무 시간, 급여, 복리후생, 직무 내용 같은 항목이 적혀 있다. 하지만 조직 생활을 조금만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실제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 조직이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계약서에 다 쓰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비공식적이고 암묵적인 약속을 우리는 심리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이라고 부른다.
심리계약은 학자들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정의되지만, 핵심은 같다. 이는 “구성원과 조직 사이의 암묵적 기대와 교환 관계”를 의미한다.
- 레빈슨(Levinson, 1962): 조직과 개인 사이의 상호 기대와 의무.
- 루소(Rousseau, 1989): 구성원이 조직과 맺는 주관적 믿음과 인식의 집합.
즉, 심리계약은 단순히 제도화된 계약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맺어진 약속이다. 조직이 “우리는 당신을 성장시켜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질 때, 구성원은 “나는 충성을 다하겠다”는 응답을 한다. 문서에는 없지만, 모두가 체감하는 교환관계다.
과거 산업화 시대와 고도성장기의 심리계약은 비교적 단순했다.
- 조직의 약속: 안정적 고용, 평생직장, 점진적 승진, 복지 제공.
- 개인의 약속: 충성심, 성실한 근무, 장기 근속, 조직 우선의 가치관.
한국적 맥락에서 이 계약은 “회사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표현으로 상징되었다. ‘가족 같은 회사’, ‘정년까지 다니는 직장’이라는 말 속에는 바로 이 심리계약이 깔려 있었다.
심리계약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직을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었다.
- 신뢰 구축: 조직은 구성원의 충성을, 구성원은 조직의 보장을 믿음으로써 상호 신뢰가 형성됐다.
- 몰입 강화: ‘이 회사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장기적 몰입을 가능케 했다.
- 갈등 완화: 공식적 제도가 미처 다루지 못하는 영역에서 심리계약이 완충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야근을 해도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승진은 늦더라도 ‘근속만 하면 차례가 온다’는 기대가 있었다. 이런 믿음 덕분에 불만이 있어도 구성원들은 조직을 쉽게 떠나지 않았다.
1980~90년대 심리계약 연구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발전했다.
- 거래적 계약(transactional contract): 임금, 근로조건 등 단기적·경제적 교환.
- 관계적 계약(relational contract): 고용 안정, 장기적 경력, 정체성 등 정서적·사회적 교환.
대부분의 전통적 기업에서는 관계적 계약이 강하게 작동했다. 직원은 회사를 ‘내 삶의 터전’으로 여기며 장기간 머물렀고, 조직은 그 대가로 일정한 경력 경로와 안정성을 보장했다.
하지만 이 전통적 심리계약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었다. 조직이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다.
조직은 안정과 승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했고,
개인은 충성과 근속으로 응답해야 했다.
이 전제가 무너지는 순간, 심리계약은 쉽게 균열을 일으킨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구조조정의 물결은 바로 이 믿음을 흔들었다. ‘평생직장’이라는 전제가 무너진 순간, 충성과 장기 근속이라는 교환 조건도 힘을 잃게 되었다.
심리계약은 단순한 추상 개념이 아니라, 조직과 개인이 함께 만든 보이지 않는 약속이었다. 그것은 과거의 조직 문화를 지탱하는 숨은 규칙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그 약속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 찾아왔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심리계약은 무너진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가?”
이 물음은 다음 장(③ 심리계약의 붕괴 – 글로벌 변화)으로 이어진다.
심리계약은 오랫동안 조직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접착제였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의 세계적 사건들은 이 접착제를 서서히 약화시켰다. 안정적 고용과 충성의 교환이라는 전통적 계약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고, 조직과 개인 사이의 보이지 않는 약속은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효율성과 경쟁력을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 미국의 경우, ‘다운사이징(Downsizing)’은 기업 전략의 일환으로 일상화되었다. “능률을 위해 불필요한 인력은 언제든 줄인다”는 메시지는 곧 평생고용의 종언을 의미했다.
- 한국 역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평생직장 신화가 무너졌다.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정년까지 다닐 수 있다는 믿음은 사라졌다.
과거 심리계약의 핵심은 “회사가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였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이 약속을 정면으로 뒤엎었다. 안정에 대한 신뢰가 깨지자, 구성원은 충성심을 유지할 이유를 잃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파산하거나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구성원들은 더 이상 “조직이 나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없었다.
연구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직원들의 조직 몰입도와 심리적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다.
- 직원들은 조직에 대한 헌신보다 개인적 생존 전략을 우선시했다.
- “어차피 회사는 나를 언제든 버릴 수 있다”는 불안은 이직 의도(turnover intention)를 높였다.
즉, 위기는 심리계약을 단순히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계약의 조건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1990년대 이후 확산된 신자유주의적 경영 패러다임은 ‘성과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공식 제도 차원에서는 합리적이었지만, 심리계약의 관점에서는 균열을 심화시켰다.
과거: “오래 다니면 승진한다.”
현재: “성과가 없으면 언제든 도태된다.”
이 변화는 구성원에게 더 큰 압박을 주었고, 장기적 충성보다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조직은 안정 대신 기회를 약속했고, 개인은 충성 대신 성과를 제공했다. 이는 전통적 심리계약의 ‘관계적 계약’을 약화시키고, 거래적 계약으로의 전환을 촉진했다.
글로벌 디지털 전환은 심리계약 붕괴의 또 다른 원인이었다.
원격근무,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계약 등은 ‘한 회사에서 오래 다닌다’는 개념을 무너뜨렸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는 알고리즘이 배정하는 일감을 받아 일한다. 이들에게 회사란 ‘고용주’가 아니라 ‘플랫폼’일 뿐이다.
OB 연구에서 ‘조직 몰입’이라는 개념은 점점 적용하기 어려워졌다. 조직 자체보다 일 경험과 개인의 성장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심리계약의 붕괴는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강렬하게 체험되었다.
1997년 이전: 대기업은 ‘정년 보장’을 사실상 암묵적으로 약속했고, 직원들은 가족처럼 회사를 위해 희생했다.
1997년 이후: 하루아침에 수만 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고, ‘평생직장’이라는 전제는 산산조각났다.
이 경험은 세대를 넘어 기억으로 남았다. 기성세대는 “회사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배웠고, MZ세대는 처음부터 “회사는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다”는 전제를 갖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심리계약의 붕괴는 여러 가지 결과를 낳았다.
- 조직 신뢰 하락: 직원들은 회사의 말과 약속을 더 이상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 이직 증가: 장기 근속보다는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동하려는 성향 강화.
- 몰입 약화: 조직 목표보다는 개인 목표를 우선시.
- 개인주의 강화: ‘회사가 나를 책임지지 않으니, 나도 나만 챙긴다’는 태도.
이는 조직의 생산성과 몰입을 약화시키며, 새로운 OB 연구의 필요성을 자극했다.
전통적 심리계약은 붕괴했다. 이는 한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구조조정·금융위기·성과주의·디지털 전환 같은 일련의 글로벌 흐름 속에서 서서히 진행된 결과였다. 과거의 암묵적 약속—“조직은 안정적 고용을 보장하고, 개인은 충성으로 응답한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심리계약은 완전히 사라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모습으로 재구성되고 있는가?”
이 질문은 곧 다음 장(④ MZ세대가 맺는 새로운 심리계약)으로 이어진다.
전통적 심리계약이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형태의 약속이 생겨나고 있다. 그것은 더 이상 안정과 충성의 교환이 아니라, 성장과 경험 ↔ 성과와 기여라는 새로운 합의다. 특히 MZ세대는 조직에 대해 분명한 기대치를 가지고 입사하며,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망설임 없이 이탈한다.
기성세대의 계약:
- 조직은 “정년 보장”과 “연공에 따른 승진”을 약속.
- 개인은 충성과 장기 근속을 제공.
MZ세대의 계약:
- 조직은 성장 기회, 의미 있는 경험, 공정한 평가를 제공.
- 개인은 몰입과 단기적 성과로 응답.
즉, 장기적 충성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장 경험이 계약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MZ세대는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배우는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직무순환, 해외 파견, 프로젝트 참여 같은 기회가 없으면 곧바로 이탈을 고민한다.
“배울 게 없다”는 것은 곧 “머물 이유가 없다”는 뜻이 된다.
사례: 한 IT 기업의 신입사원이 1년 만에 퇴사하며 남긴 말 —
“연봉은 나쁘지 않았지만, 일은 단순 반복이었어요. 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전통적 OB에서 다뤄온 직무만족보다, 오늘날에는 직무의 성장성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MZ세대의 심리계약에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필수 요소로 포함된다.
-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 주말 근무를 요구하는 관행은 심리계약 위반으로 받아들여진다.
- 단순히 ‘복지’ 차원이 아니라, 존중의 신호로 작동한다.
한 스타트업의 사례에서, CEO가 “야근은 자율”이라 말했지만 실제로는 늦게까지 남아야 분위기에 맞는 경우, MZ세대 직원들은 이를 곧바로 신뢰 위반으로 간주했다.
MZ세대는 불공정에 민감하다. 승진·성과급·보상 과정이 불투명할 경우, 조직에 대한 신뢰를 쉽게 잃는다.
연구: 절차적 공정성이 낮다고 인식될 때, 이직 의도가 가장 크게 증가.
실제: 국내 대기업 성과급 논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 대규모 퇴사 러시로 이어짐.
즉, MZ세대에게 심리계약은 단순히 “고용의 약속”이 아니라, 투명한 절차와 공정한 시스템을 포함해야 한다.
연 1회 평가, 연말 성과급은 MZ세대의 기대와 맞지 않는다. 이들은 즉각적 피드백과 인정을 원한다.
“잘했다”는 한마디, 프로젝트 직후의 평가가 동기부여의 핵심.
이는 디지털 문화(실시간 좋아요·댓글)에 익숙한 세대의 특성과 연결된다.
따라서 심리계약의 새로운 요소는 단순 보상이 아니라, 즉각적인 인정 경험이다.
MZ세대는 일의 의미를 개인적 성장과 사회적 가치와 연결한다.
“이 회사는 ESG를 실천하는가?”
“내 일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이는 과거에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던 기대치다. 심리계약에 이제는 사회적 기여라는 항목이 포함되기 시작한 것이다.
MZ세대의 심리계약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조직의 약속: 성장 기회, 워라밸, 공정성, 즉각적 피드백, 사회적 가치.
- 개인의 약속: 몰입, 성과, 혁신, 단기적 기여.
이 계약은 과거처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대신 “머무는 동안 얼마나 성장하고,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심리계약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내용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안정과 충성의 교환이었다면, 이제는 성장과 경험 ↔ 성과와 몰입이라는 새로운 합의다. 이는 MZ세대가 조직에 던지는 근본적인 요구이며, 앞으로의 조직행동론이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제다.
AI는 조직 내 많은 영역에서 이미 ‘또 다른 구성원’처럼 자리 잡았다. 채용, 성과평가, 협업, 학습까지 AI가 개입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 힘들다. 그 결과, 구성원과 조직 사이의 보이지 않는 약속, 즉 심리계약의 내용 역시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AI 면접 시스템은 지원자의 언어, 표정, 목소리 톤을 분석한다. 이는 객관성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지원자에게는 새로운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준다.
기대: “AI는 인간 면접관보다 편견이 적을 것이다.”
불안: “AI 알고리즘이 나의 배경이나 말투를 불공정하게 평가하지는 않을까?”
즉, 심리계약에 새로운 조항이 추가된다. “조직은 AI가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는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약속이다.
AI는 업무 성과를 수치로 기록하고 분석한다. 메일 회신 속도, 협업 툴 사용 빈도, 프로젝트 기여도까지 데이터로 남는다.
긍정적 기대: “성과가 투명하게 평가될 것이다.”
부정적 불안: “모든 행동이 감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MZ세대는 투명성을 원하지만, 동시에 심리적 안전감도 요구한다. 따라서 AI 시대의 심리계약은 “성과는 데이터 기반으로 공정하게 평가하되, 개인의 자유와 존엄은 침해하지 않는다”라는 새로운 합의를 내포한다.
AI는 개인별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교육과정을 추천한다. 이는 MZ세대가 원하는 성장 기회와 정확히 맞물린다.
긍정적 경험: “AI가 나에게 필요한 학습을 제공한다 → 회사가 나를 성장시키려 한다.”
불안 요소: “AI가 나를 단순히 성과를 위한 도구로만 학습시키는 건 아닐까?”
따라서 AI 시대의 심리계약은 “AI는 나의 성장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포함한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맞춤형 성장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조직의 의무로 간주되는 것이다.
팀워크의 장에도 AI가 들어왔다. 회의록 자동 작성, 데이터 요약, 협업 지원은 이미 일상이다. 그러나 심리계약의 차원에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AI가 내 역할을 빼앗지는 않을까?”
“AI와 협업할 때, 나의 기여는 어떻게 인정받을까?”
조직은 이제 단순히 “AI를 도입한다”는 수준을 넘어, AI와 인간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구성원에게는 “AI가 당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보완한다”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심리계약이 유지된다.
심리계약 연구에서 늘 강조된 것은 신뢰였다. 그런데 이제 신뢰의 대상은 인간 관리자뿐 아니라 AI 알고리즘까지 확장된다.
알고리즘이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반대로, 알고리즘이 투명하고 설명 가능하다면, 구성원은 오히려 더 강한 신뢰를 느낀다.
따라서 AI 시대의 심리계약은 “조직은 AI 알고리즘을 투명하고 책임 있게 운영한다”는 전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AI는 심리계약에 다음과 같은 항목을 추가했다.
1. 공정한 알고리즘: AI가 편향되지 않고, 투명하게 작동할 것.
2. 데이터 기반 평가: 성과는 객관적으로 측정되지만, 감시로 전락하지 않을 것.
3. 맞춤형 성장 기회: AI는 개인의 성장을 돕는 멘토 역할을 할 것.
4. 인간–AI 협업 설계: AI는 대체자가 아닌 보완자일 것.
5. 알고리즘 신뢰 보장: AI 운영은 설명 가능하고 책임 있는 방식일 것.
AI 시대의 심리계약은 과거와 달리 기술이 매개가 된 새로운 신뢰 관계다. 구성원은 조직에 단순히 안정과 보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 대신 공정하고 투명한 알고리즘,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AI,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시스템을 기대한다.
결국 AI 시대의 심리계약은 ‘붕괴’라기보다 ‘재구성’이다. 조직과 개인은 이제 기술을 사이에 두고 새로운 약속을 맺고 있으며, 그 약속이 지켜질 때만이 몰입과 성과가 가능하다.
심리계약은 단순히 무너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잔해 위에서 새로운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이제 조직과 개인은 과거의 “안정 ↔ 충성”이라는 구도를 넘어, “성장과 경험 ↔ 성과와 기여”라는 새로운 교환 관계 속에 있다. 이 합의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조직행동론의 새로운 기본 전제가 되고 있다.
과거 조직은 장기 고용을 약속하는 것으로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이제 조직이 제공해야 할 것은 ‘경험과 성장의 장(場)’이다.
- 학습 기회: 프로젝트 참여, 직무순환, AI 기반 맞춤형 교육.
- 경험 설계: 다양한 직무 경험을 제공하고, 경력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
- 공정성 보장: 성과와 보상이 투명하게 연결될 것이라는 확신.
즉, 조직은 더 이상 “평생 함께한다”는 약속 대신, “머무는 동안 당신을 성장시킨다”라는 약속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개인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 장기 근속이나 맹목적 충성은 줄어들었지만, 대신 자기주도적 기여가 강조된다.
- 조직이 제공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 짧은 근속이라도 몰입과 성과를 통해 분명한 흔적을 남겨야 한다.
- 자신의 성장만이 아니라, 팀과 조직의 목표에도 책임감 있게 기여해야 한다.
즉, 개인은 더 이상 “회사가 지켜줄 것이니 충성한다”는 태도가 아니라, “회사가 기회를 준다면 나는 성과로 답한다”는 태도로 합의한다.
AI 시대의 심리계약에서는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중요한 매개가 된다.
조직은 AI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
개인은 AI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피드백을 학습과 성과 향상에 활용할 책임이 있다.
불안 요소(감시·편향)를 줄이는 동시에, 긍정 요소(투명성·즉각적 피드백)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새로운 합의는 “AI를 공정한 동료로 받아들인다”는 전제 위에서 성립한다.
정리하면, 새로운 심리계약의 합의점은 다음과 같이 구조화된다.
- 조직이 제공하는 것
1. 성장 기회와 경험
2. 공정성과 투명성
3. 워라밸과 존중
4. AI를 통한 맞춤형 지원
- 개인이 제공하는 것
1. 몰입과 단기 성과
2. 자기주도적 학습과 성장
3. 팀과 조직 목표에 대한 기여
4. AI와의 협업 능력
이 교환은 장기 충성이나 안정적 고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대신 단기적이지만 밀도 높은 관계를 중심으로 한다.
이 합의는 과거보다 더 불안정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더 명확하고 솔직하다.
과거: “우리는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그러나 위기 앞에서는 쉽게 무너졌다.)
현재: “우리는 당신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대신 당신은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라.”
이는 현실적이고, 구성원과 조직 모두에게 실질적인 동기와 책임을 부여한다.
심리계약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내용이 안정 ↔ 충성에서 성장 ↔ 성과로 옮겨갔을 뿐이다. 그리고 AI는 이 새로운 합의를 매개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조직과 개인의 관계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조직은 경험과 성장을 제공하고, 개인은 몰입과 기여로 응답한다.
AI는 이 약속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켜지도록 돕는 동반자다.”
이것이 바로 심리계약의 새로운 합의점이다.
한때 심리계약은 조직과 개인을 묶는 보이지 않는 접착제였다. “회사는 평생을 책임지고, 직원은 충성으로 응답한다.” 이 단순한 교환은 수십 년 동안 강력하게 작동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금융위기, 디지털 전환을 거치며 그 약속은 더 이상 지켜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심리계약은 무너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리계약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조건 속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MZ세대는 안정 대신 성장과 경험을 요구하며, AI는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새로운 잣대를 제시한다. 이 변화 속에서 조직과 개인은 다시 합의한다.
- 조직은 안정 대신 성장과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 개인은 충성 대신 몰입과 성과로 응답해야 하며,
- AI는 이 교환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유지되도록 보증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오늘날의 심리계약이 가진 새로운 얼굴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독자에게 돌아간다.
당신의 조직은 아직도 오래 머물 충성을 기대하는가, 아니면 짧지만 강렬한 성장을 보장하는가?
당신이 속한 팀은 AI를 감시자로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공정한 동료로 받아들이는가?
당신 자신은 조직과 어떤 심리계약을 맺고 있는가?
심리계약은 문서가 아니라 인식의 교환이다. 따라서 그것은 시대와 기술, 세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눈을 감지 않는 것이다. 조직과 개인이 새로운 현실에 맞게 약속을 다시 쓰는 순간, 심리계약은 다시금 강력한 신뢰의 토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