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조직행동인가 Part.1 | EP.3
결국 일과 조직의 패러다임 전환은 불안의 서사가 아니라, 새로운 안정의 발견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조직과 개인 모두는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힘을 갖게 된다.
Part 2. 개인 행동과 일의 재구성(5회)
Part 3.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진화(5회)
Part 4. 팀과 협업의 재설계(5회)
Part 5. 조직문화와 제도의 변화(5회)
Part 6. 변화관리와 미래 전망(4회)
20년간 대기업에서 근속한 한 과장은 늘 자부심이 있었다. “우리 회사는 정년까지 책임져 준다. 이게 진짜 직장이지.” 동료들과 그는 “안정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 긴장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회사는 든든한 울타리였다. 하지만 같은 회사의 신입사원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정년이요? 솔직히 저는 3년 후 제 커리어가 어떻게 성장할지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 이 조직에서 배울 수 없다면 떠나야죠.”
세대가 다르면 조직을 바라보는 렌즈도 달라진다. 기성세대는 직장을 하나의 ‘종착지’로 여겼다. 그러나 MZ세대는 직장을 ‘경유지’로 이해한다. 충성과 안정의 교환 관계로 맺어졌던 전통적 심리계약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유연성과 성장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세대 차이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기술 변화가 속도를 더한다. AI와 자동화는 업무를 잘게 쪼개고, 특정 직무의 반감기를 짧게 만든다. 과거 10년간 유지되던 전문성이 이제는 3년 만에 구식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전환은 안정적 직무와 경력 구조를 빠르게 해체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흐름에 불을 지폈다. 전 세계 수억 명의 근로자가 재택근무와 원격협업을 경험했고, 많은 기업은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도입했다. 일하는 방식의 유연성이 단순한 옵션이 아니라 생존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구성원들은 “조직이 나를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나 역시 한 회사에 충성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결국 오늘날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조직이 제공하던 안정은 이제 무엇으로 대체되는가?”
안정 대신 성장?
위계 대신 네트워크?
평생직장 대신 다중 커리어?
이 질문은 단순히 인사제도의 변화 차원을 넘어, 조직행동론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과거의 조직은 안정이라는 틀 안에서 효율을 극대화했다면, 이제의 조직은 불안정과 변화를 전제로 유연성을 설계해야 한다. 이 회차에서는 그 전환의 과정을 따라가며, 새로운 조직행동의 언어를 탐색해본다.
오늘날의 유연성 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 조직이 어떻게 안정이라는 패러다임 위에서 구축되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 조직 설계와 행동 연구는 “안정이 곧 생산성과 성과를 담보한다”는 전제 위에 세워졌다.
20세기 초반, 테일러(F. W. Taylor)의 과학적 관리법(Scientific Management)은 노동자를 기계의 부속처럼 표준화된 방식으로 다루었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절차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 시간-동작 연구(time & motion study)를 통해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
- 표준화된 작업 절차를 강제해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일하게 함.
- 보상 역시 안정적으로, 일정한 임금과 성과급 체계를 약속.
이 과정에서 ‘안정’은 곧 효율성의 조건이 되었다. 일터는 변수가 최소화된 공간이어야 했고, 노동자는 예측 가능한 행동을 해야 했다.
헨리 포드가 도입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은 안정 패러다임의 상징이었다.
동일한 부품, 동일한 공정, 동일한 노동시간.
안정적 고용과 규칙적 임금이 노동자에게 제공됨.
노동자는 충성과 장기 근속으로 응답.
포드주의적 조직은 안정된 직무 구조와 경력 경로를 제공했다. 노동자는 한 회사에서 평생 일하며, 회사는 그 대가로 ‘고용 안정’을 보장했다.
전통적 조직은 위계적 피라미드 구조로 운영되었다.
상명하복: 상사가 지시하고, 부하는 따른다.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 역할과 책임이 세밀하게 규정됨.
승진은 연공서열과 충성도를 기반으로 이루어짐.
이러한 구조는 구성원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했다. “내가 이 직무를 맡으면, 몇 년 후에는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확실성이 존재했기 때문에 몰입과 충성이 가능했다.
이 시기의 심리계약은 매우 단순했다.
- 조직의 약속: 안정된 고용, 경력 보장, 복리후생.
- 개인의 약속: 충성, 장기 근속, 조직 우선 가치.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고도성장기 동안 ‘평생직장’과 ‘연공서열’이 당연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 이는 조직과 개인이 서로의 미래를 장기간 책임지는 관계적 계약(relational contract)을 가능하게 했다.
전통적 안정 패러다임은 단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시에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 예측 가능성: 경력과 승진 경로가 명확해 구성원이 불안해하지 않았다.
- 몰입: 충성심이 강해 조직몰입이 높았다.
- 효율성: 절차와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생산성이 높았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직장을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삶 전체를 책임지는 공동체로 인식했다. 회사는 ‘가족’이었고, 구성원은 충성으로 응답했다.
문제는 이 안정 패러다임이 몇 가지 전제를 깔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직이 영속적이며, 위기에도 고용을 지킬 수 있다는 전제.
직무가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
개인은 충성을 통해 조직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
이 전제가 유지되는 동안 안정 패러다임은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외부 충격과 기술 변화가 이 전제를 무너뜨리자, 안정 패러다임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통적 조직은 안정 위에 세워졌다. 고용의 안정, 직무의 안정, 구조의 안정이 곧 생산성과 충성을 보장하는 핵심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패러다임은 시대적 변화 앞에서 점점 그 힘을 잃었다.
이제 우리는 다음 질문으로 나아가야 한다. “안정의 전제가 깨졌을 때, 조직과 개인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는가?”
이 물음은 곧 ③ 불안정의 시대: 안정의 붕괴로 이어진다.
한때 ‘평생직장’은 조직과 개인 사이의 가장 확실한 약속이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경제·사회·기술적 변화는 이 약속을 빠르게 무너뜨렸다. 안정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으며, 개인과 조직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에서 안정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하루아침에 수만 명의 노동자가 구조조정으로 일터를 떠났다.
“정년까지 보장된다”는 믿음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직장을 ‘가족’으로 여기던 직원들은 조직이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 경험은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집단적 심리적 충격이었다. 기성세대는 배신감을 느꼈고, 이후 세대는 애초부터 “회사는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다”는 전제를 안고 사회에 진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또 다른 충격을 가져왔다. 다국적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고, 심지어 세계적 은행과 자동차 회사까지 무너졌다.
구성원들은 조직의 영속성을 더 이상 당연하게 여기지 못했다.
고용 안정은 예외적 혜택이 되었고, 불확실성은 일상의 조건이 되었다.
연구 결과, 금융위기 이후 직원들의 조직 몰입도와 심리적 신뢰가 눈에 띄게 낮아졌으며, 이직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기술 변화는 안정 패러다임의 마지막 버팀목마저 흔들었다.
- 자동화와 AI는 기존 직무를 빠르게 대체했다.
- 직무의 반감기(half-life of jobs)가 짧아져, 10년짜리 전문성이 3~5년 만에 구식이 되었다.
- 조직은 고정된 직무 대신 프로젝트 단위 과제로 일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한 직무 = 한 사람’이라는 공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AI와 다수의 인력이 태스크 단위로 나누어 일한다. 직무 안정성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불안정성을 전 세계적으로 가시화했다.
갑작스러운 원격근무와 재택근무 전환.
항공·서비스 산업의 대규모 휴직과 해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긱 워커(Gig Worker)의 급증.
팬데믹은 안정적 직장이라는 개념을 더욱 약화시키며, “조직은 언제든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각인시켰다.
안정 패러다임의 붕괴는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깊은 흔적을 남겼다.
- 조직의 입장: 더 이상 장기 고용을 약속할 수 없으므로, 단기 성과와 유연성에 의존.
- 개인의 입장: 충성보다 자기 보호, 자기계발, 이직 준비를 우선시.
- 관계의 변화: 과거의 심리계약(안정 ↔ 충성)은 무너지고, 새로운 기대치(성장 ↔ 성과)가 떠오름.
불안정의 시대는 단순히 안정의 상실이 아니라, 패러다임 자체의 붕괴였다. 더 이상 고용·직무·구조의 안정이 개인과 조직을 연결하는 끈이 되지 못한다. 대신 불안정과 변화가 일상이 되었고, 이 조건 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전환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④ 유연성 중심 패러다임의 등장에서 우리는 “안정의 종말 이후, 조직과 개인이 어떤 새로운 원리 위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루게 될 것이다.
안정의 시대가 저물자, 조직과 개인은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아야 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유연성(flexibility)이다. 더 이상 오래 머무는 것이 보장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안정의 원리가 된다.
MZ세대는 안정 대신 성장 경험과 자율성을 우선시한다.
- “이 회사에서 얼마나 오래 다니느냐”보다 “이 회사에서 무엇을 배웠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 경력은 한 직장에서 쌓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직과 프로젝트를 거치며 축적된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한국 MZ세대 직장인의 평균 근속 연수는 2~3년에 불과하다. 이는 충성심 부족이 아니라, 유연성을 통해 커리어를 설계하는 전략이다.
조직 차원에서도 유연성이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 유연근무제: 출퇴근 시간 선택, 시차 출퇴근제.
- 하이브리드 워크: 주 2~3일 재택, 나머지는 사무실 근무.
- 디지털 노마드: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원격으로 근무.
팬데믹을 계기로 이러한 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조직은 이제 “업무 성과는 공간과 시간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원리를 받아들여야 했다.
IT 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애자일(Agile) 방식이 확산되었다.
프로젝트 단위로 팀을 빠르게 구성하고, 필요에 따라 해체.
계획보다 실행과 학습을 중시.
위계적 보고 체계보다 자율적 의사결정을 강조.
이는 안정적 위계 대신 적응력과 실험을 성과의 원리로 삼는 구조다. 조직행동론적으로 볼 때, 애자일 조직은 “안정된 질서”에서 “지속적 변화와 학습”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사례다.
AI와 디지털 기술은 유연성을 더 깊게 만들었다.
과거: 한 직무(Job)에 사람이 배치.
현재: 업무(Task) 단위로 잘게 쪼개고, 필요한 사람·AI가 매칭되어 수행.
예: MS Copilot이 보고서를 초안 작성 → 직원은 기획과 해석에 집중.
이 과정에서 “직무의 경계”가 흐려지고, 개인은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이는 안정적 직무보다 유연한 역량 포트폴리오를 더 중요하게 만든다.
일부 글로벌 기업은 플랫폼형 조직 구조를 도입했다.
조직은 프로젝트와 과제를 플랫폼에 올린다.
구성원은 자신의 역량과 관심사에 따라 참여를 선택한다.
성과는 과제별로 기록되고, 이후 커리어 자산으로 남는다.
이 모델은 전통적 “정해진 자리” 대신, “선택 가능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유연성을 제도화한 조직행동의 새로운 형태다.
유연성 패러다임은 단순히 불안정의 대안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다.
- 적응성(Adaptability): 변화 자체를 전제로 한 준비.
- 다양성(Diversity): 다양한 경로와 방식의 인정.
- 기민성(Agility): 빠른 학습과 피드백.
- 자율성(Autonomy): 개인의 선택과 주도성 강조.
이 네 가지 가치는 MZ세대의 요구와 AI의 가능성이 만나는 지점이다.
안정이 깨진 자리에 유연성이 들어왔다. 이제 조직과 개인은 고정된 울타리 속에서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새로운 안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모든 것이 유연하면, 사람들은 어디에서 안전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곧 ⑤ 안정 vs 유연의 긴장으로 이어진다.
안정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유연성이 새로운 원리로 자리 잡았다고 해서, 사람들이 안정에 대한 욕구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유연성을 누리기 위해서는 일정한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모순적 상황 속에서 조직과 개인은 끊임없이 균형을 모색한다.
MZ세대는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를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안정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안정된 소득: 매달 급여가 제때 지급될 것이라는 보장.
기본 복지: 건강보험, 연금, 휴가 제도 등 최소한의 안전망.
심리적 안전감: 조직에서 의견을 내고 실수하더라도 치명적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즉, 고용의 안정은 줄었지만, 생활과 정체성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안정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유연성은 자유를 주지만, 동시에 불안을 키운다.
긍정적 효과: 자율적 근무, 빠른 성장, 다양한 경험.
부정적 효과: 불확실한 경력 전망, 과도한 자기책임, 끊임없는 적응 스트레스.
예를 들어, 하이브리드 근무는 자율성을 높였지만, “나는 언제나 접속해 있어야 한다”는 압박을 낳기도 했다. 프로젝트형 계약은 경험을 풍부하게 하지만, “다음에는 어떤 일이 보장될까?”라는 불안을 늘 동반한다.
조직 입장에서도 균형은 쉽지 않다.
유연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 구성원은 불안을 느끼고 이탈한다.
안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 변화에 둔감해지고 혁신을 놓친다.
따라서 조직은 “어떤 안정은 반드시 보장해야 하고, 어떤 부분은 유연하게 풀어야 하는가”라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이는 제도 설계의 핵심 딜레마다.
이 긴장을 완화하는 열쇠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다.
유연한 제도와 구조 속에서도, 사람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내고 실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곧 안정과 유연의 경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고의 팀 성과 요인은 탁월한 능력이나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팀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분위기였다.
현실적으로 조직은 안정과 유연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
- 안정의 최소 조건: 기본 고용 보장, 생활 보장, 심리적 안전감.
- 유연의 최대 조건: 근무 방식 선택, 경력 개발 다양성, 자율적 의사결정.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순간, 조직은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가지게 된다.
안정과 유연은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유연성을 제대로 누리려면 일정한 안정이 필요하다. 조직행동론이 새롭게 제안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 균형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조직은 어떤 안정까지는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가?”
“어떤 부분은 유연하게 열어두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곧 새로운 조직행동론의 과제가 된다.
안정에서 유연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경영 트렌드가 아니다. 그것은 조직행동론이 다시 써야 할 기본 원리다. 이제 조직은 고용의 보장이 아닌 지속적 성장과 경험 제공을 중심에 두어야 하고, 개인은 충성이 아닌 몰입과 성과로 응답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조직행동론은 어떤 과제를 안고 있을까?
과거 조직은 직원의 고용을 책임지는 울타리였다. 이제는 경험과 성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 경험 설계: 직무가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 경험을 중심으로 한 경력 개발.
- 학습 보장: AI 기반 맞춤형 러닝 플랫폼을 통한 지속적 교육.
- 공정성 확보: 보상·승진·성과평가의 절차를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
조직은 안정 대신 “여기서 일하는 동안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신뢰를 약속해야 한다.
개인 역시 과거처럼 조직에 인생을 맡길 수 없다. 스스로 경력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 멀티 커리어 포트폴리오: 한 직무·한 회사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쌓는 전략.
- 평생학습: AI·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 학습 능력을 유지.
- 기여와 성과: 짧은 기간이라도 몰입과 성과로 존재 가치를 증명.
이제 개인의 책임은 단순 충성이 아니라, 자기계발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준비하는 것이다.
조직행동론의 중요한 과제는 안정과 유연의 균형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다.
- 최소한의 안정: 소득·복지·심리적 안전감을 보장.
- 최대한의 유연: 근무 방식, 경력 경로, 의사결정 구조를 열어둠.
- 하이브리드 제도 설계: 원격·대면, 정규직·계약직, 인간·AI 협업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체계 필요.
즉, 불안정 속에서도 사람들이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AI가 일상화된 지금, 조직행동론은 인간–AI 협업의 행동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AI는 대체자가 아니라 보완자라는 메시지.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 보장.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성과 관리뿐 아니라 성장 지원에 활용.
이는 유연성 시대에 새로운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장치가 될 것이다.
새로운 조직행동론은 안정 패러다임의 향수를 버리고, 유연성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한다. 그것은 곧 조직을 플랫폼으로, 개인을 자기주도적 주체로, AI를 협력적 동반자로 재정의하는 과제다.
결국 우리가 맞이한 현실은 이렇게 요약된다.
“안정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연성과 성장의 기회가 있다.
조직과 개인은 그 기회를 신뢰의 새로운 언어로 다시 합의해야 한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는 “좋은 직장”을 곧 안정된 직장이라 불렀다. 정년이 보장되고, 경력이 예측 가능하며, 회사가 곧 인생의 울타리인 곳이 이상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 조직은 더 이상 안정만으로 구성원을 붙잡을 수 없고, 개인도 더 이상 안정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안정 패러다임의 붕괴는 불안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유연성이다. 근무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선택하고, 경력을 한 조직이 아닌 다양한 경험의 네트워크 속에서 설계하며, 직무가 아니라 프로젝트와 태스크 단위로 기여하는 방식이 일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통찰은, 유연성이 곧 불안정과 같은 말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유연성은 새로운 안정의 원리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 다양한 경험을 경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 그리고 심리적 안전감이 보장된 환경 속에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바로 오늘날의 안정이다.
조직행동론의 과제는 명확하다.
- 조직에게는 “평생직장”이라는 허상을 붙드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학습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일.
- 개인에게는 조직이 주는 안정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기주도적 경력 설계로 새로운 유연성을 기회로 삼는 일.
- AI에게는 감시자가 아니라,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동반자로서 기능하게 하는 일.
독자에게 이 회차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하다. “조직은 더 이상 안정의 요새가 아니라, 유연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에게 묻는다. “당신은 여전히 안정만을 추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유연성 속에서 새로운 안정의 의미를 찾고 있는가?”
결국 일과 조직의 패러다임 전환은 불안의 서사가 아니라, 새로운 안정의 발견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조직과 개인 모두는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힘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