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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심리학과 머신러닝: 자극과 반응의 시대

블랙박스의 발견 ― 인간과 AI의 평행선 Part.1 | EP.2

행동주의 심리학과 머신러닝
둘 다 자극과 반응, 입력과 출력의 관계를 통해 학습을 구성하지만,
행동주의는 인간의 ‘의미’를 배제한 채 ‘보이는 것’에 집중했고,
AI는 ‘데이터와 패턴’에 중점을 두고 예측에 이르렀다.


Part 1. 블랙박스의 발견 ― 인간과 AI의 평행선(2/5회차)

Part 2. 인지의 지도 ― AI의 사고를 해부하다(8회)

Part 3. 감정의 알고리즘 ― 인간과 AI의 관계 재구성(8회)

Part 4. 블랙박스의 미래 ― 인간을 닮은 지능, 인간을 비추는 거울(7회)



3화. 행동주의 심리학과 머신러닝: 자극과 반응의 시대








Ⅰ. “인간은 학습하는 존재다”





심리학이 철학으로부터 독립하여 과학의 길을 걷기 시작한 순간,

인간에 대한 탐구는 전혀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20세기 초, 학자들은 오랜 세월 인간의 ‘의식’과 ‘영혼’을 논하던 철학적 언어를 내려놓고,

“보이는 것만 연구하자”는 선언을 내렸다.
그들은 마음의 본질을 사유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행동(Behavior)이라는 관찰 가능한 현상 속에서 인간을 해석하려 했다.
이 선택이 바로 행동주의(Behaviorism)의 탄생이었다.



행동주의자들은 인간의 내면을 알 수 없다고 보았다.
그 대신, 자극과 반응의 반복 속에서

인간의 행동을 수학적·실험적 패턴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심리학이 ‘사유의 철학’에서 ‘측정의 과학’으로 변모한 순간이었다.
이 패러다임의 전환은

인간을 “학습하는 기계(Learning Machine)”로 이해하려는 시도의 시작이었다.



그 상징적인 출발점이 바로 파블로프(Ivan Pavlov)의 개 실험이다.
벨소리와 먹이를 반복적으로 짝지은 결과, 개는 먹이가 없어도 침을 흘렸다.
이 단순한 실험은 자극과 반응의 연합(Stimulus-Response Association)

학습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후 스키너(B. F. Skinner)는 ‘스키너 상자(Skinner Box)’를 통해

보상과 처벌이 행동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킨다는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의 원리를 증명했다.
이 두 실험은 인간의 학습이 의식의 복잡한 구조가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행동주의적 모델이

오늘날 인공지능(AI)의 구조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것이다.
AI 역시 데이터를 입력(Input)받아 내부의 연산 과정을 거친 후 출력(Output)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자극-반응 법칙’은 AI의 ‘입력-출력 모델’로 이어졌고,

스키너의 강화 원리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의 수학적 토대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인간의 학습과 AI의 학습은 근본적으로 같은가?”
둘 다 환경 속에서 자극을 받고 반응을 보이며, 경험을 통해 성과를 개선한다.
하지만 인간의 학습에는 의미, 감정, 의도, 그리고 가치가 개입한다.
반면 AI는 오직 수학적 최적화를 통해 ‘정답’을 찾을 뿐이다.
이 지점에서 심리학과 AI는 겉으로는 닮았지만,

그 내부의 ‘학습의 본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다.



이 장은 바로 그 차이를 탐구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인간을 ‘보이는 행동’으로 이해하려 한 행동주의의 역사에서,
AI가 ‘보이는 데이터’로 학습하는 오늘의 기술까지 ―
자극과 반응의 시대가 어떻게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통 언어가 되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Ⅱ. 행동주의 심리학의 탄생 ― 자극과 반응의 법칙





심리학이 ‘보이는 것만을 연구하자’고 선언했을 때,

그 첫 실험적 근거를 마련한 사람은 다름 아닌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Ivan Pavlov)였다.
그는 인간의 의식이 아닌 학습(learning) 그 자체를 과학적으로 측정 가능한 현상으로 끌어내린 최초의 인물이었다.




1.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 ― 학습의 발견



파블로프의 연구는 처음부터 ‘마음’을 다루려는 시도는 아니었다.
그는 원래 소화 생리학 실험을 통해 개의 침 분비 반응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가 실험실 문을 열 때마다 개가 먹이를 주기도 전에 침을 흘리는 것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
‘먹이 없이도 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이 바로 조건형성(Conditioning)이라는 새로운 학습 이론의 출발점이었다.


파블로프는 종소리(조건 자극, CS)와 먹이(무조건 자극, US)를 반복적으로 함께 제시했다.
그 결과 개는 종소리만으로도 침을 흘리는 반응(조건 반응, CR)을 보였다.
이것이 바로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이다.
즉, 학습이란 외부 자극과 반응 사이의 연합(Association)이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단순한 실험은 인간의 감정 형성, 습관, 심지어 중독과 공포 반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심리 현상을 설명하는 모델로 확장되었다.
어린아이가 병원 냄새만 맡아도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
광고 속 음악이 특정 브랜드의 호감으로 이어지는 이유,
이 모두가 조건 자극과 감정 반응의 연합이 형성된 결과다.
파블로프의 실험은 “인간의 학습은 의식의 작용이 아니라, 경험의 반복 속에서 형성된다”는 근대 심리학의 첫 과학적 선언이었다.




2. 왓슨의 선언 ― 심리학을 행동의 과학으로



파블로프의 발견은 심리학자 존 왓슨(John B. Watson)에게 혁명적인 통찰을 제공했다.
왓슨은 1913년 「심리학을 행동주의자의 시각에서 본다면(Psychology as the Behaviorist Views It)」이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심리학은 의식의 과학이 아니라, 행동의 과학이어야 한다.”


그는 인간의 내면을 과학적으로 탐구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의식, 사고, 감정은 측정 불가능하며,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리학은 오직 관찰 가능한 행동(Observable Behavior)만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반응하는 존재’, 즉 환경의 자극에 따라 움직이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의되었다.


왓슨의 결정론적 시각은 인간을 환경의 산물로 본다.
그는 “적절한 자극을 주면 어떤 인간이든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그는 영유아에게 공포를 학습시키는 ‘리틀 알버트(Little Albert)’ 실험을 통해
감정조차 후천적으로 조건화될 수 있음을 보였다.
하얀 쥐와 큰 소리를 동시에 제시한 결과, 알버트는 쥐를 보기만 해도 울음을 터뜨렸다.
이 실험은 “감정 또한 학습된다”는 논리를 증명했고,
심리학을 철저히 실험적 과학으로 이끈 상징적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간의 내면, 즉 블랙박스(Black Box)는 철저히 닫혀 있었다.
행동주의는 인간을 입력(Input)출력(Output)의 관계로 단순화하며,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과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결과, 인간은 하나의 ‘예측 가능한 기계’로 간주되었다.




3.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화 ― 보상과 처벌의 과학



이후 B. F. 스키너(Burrhus Frederic Skinner)는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를 확장하여,
행동주의를 더욱 정교한 실험과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그가 고안한 ‘스키너 상자(Skinner Box)’는 쥐나 비둘기에게 특정 행동을 수행하게 하고,
그 행동이 일어날 때마다 보상(Reward) 또는 처벌(Punishment)을 부여하는 장치였다.


예를 들어, 쥐가 레버를 누르면 먹이를 얻고(보상),
누르지 않으면 전기 자극을 받는(처벌) 상황이 반복될 때,
쥐는 자연스럽게 보상을 얻는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결과(Consequence)’가 행동의 빈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스키너의 핵심 이론,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이다.


스키너는 ‘강화(Reinforcement)’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강화란 행동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는 모든 자극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그는 행동의 형성(Shaping) 개념을 발전시켰다.
즉,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보상 구조에 의해 조작되고 설계되는 행동 패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 행동을 데이터화하려는 첫 시도였다.
인간의 감정이나 동기를 배제한 채, 오직 행동의 빈도와 조건만으로 인간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스키너의 실험은 사회, 교육, 산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그는 학교 교육도 보상의 연속적 체계로 재설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바른 답을 제시하면 즉시 보상하라’는 그의 교육 원리는 훗날
AI의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개념으로 계승되었다.




4. 핵심 개념 ― 환경과 보상의 상호작용



행동주의의 핵심은 명확하다.
인간의 학습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며, 그 중심에는 보상 체계가 있다.
자극이 반복되고, 반응이 강화되며, 그 결과 행동의 패턴이 변화한다.
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모델은 인간의 학습 과정을 정량화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모델은 인간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
의식과 감정, 의미의 세계는 여전히 닫힌 블랙박스 속에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주의가 제시한 자극-반응-보상의 구조
이후 인공지능의 학습 시스템, 특히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철학적·수학적 기반이 되었다.


행동주의의 시대는 인간의 학습을 과학으로 끌어올린 시기였다.
그리고 그 과학은, 100년 후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도록 만드는
‘데이터의 행동주의’로 진화하게 된다.










Ⅲ. 머신러닝의 기원 ― 데이터 속의 행동주의





20세기 중반, 인간의 학습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했던 행동주의의 철학은 뜻밖의 방식으로 부활했다.
이제 그 무대는 실험실의 쥐와 비둘기가 아닌, 컴퓨터와 알고리즘의 세계였다.
“기계도 학습할 수 있다(The machine can learn)”
1959년, 컴퓨터 과학자 아서 새뮤얼(Arthur Samuel)이 남긴 이 선언은

심리학에서 AI로 이어지는 학습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새뮤얼은 IBM 컴퓨터를 이용해 체커(checkers, 일종의 장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했다.
컴퓨터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게임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새뮤얼은 매 게임의 결과를 피드백으로 받아,

이긴 전략은 강화하고 진 전략은 수정하도록 설계했다.
이 방식은 바로 반복(Repetition), 보상(Reward), 피드백(Feedback)을 통해

스스로를 조정하는 자기조정적 알고리즘(Self-adjusting Algorithm)의 원형이었다.


그가 구현한 알고리즘은 단순한 계산을 넘어, 경험을 통해 행동을 변화시켰다.
즉, 기계가 ‘데이터’라는 환경 속에서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반복하며 학습하는 구조였다.
이것은 스키너가 행동 실험에서 제시한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의 디지털 버전이었다.
스키너가 행동의 결과를 통해 강화와 약화를 반복시켰듯,

새뮤얼의 컴퓨터도 게임의 승패라는 결과를 통해 스스로의 전략을 강화하거나 수정했다.
행동주의의 학습 원리가, 데이터라는 언어로 번역된 순간이었다.




S-R 구조의 디지털화 ― 자극과 반응의 코드화



행동주의는 인간의 학습을 자극(Stimulus)반응(Response)의 연결로 설명했다.
머신러닝은 여기에 한 단계의 계산을 추가했다.
즉, 입력(Input) → 연산(Processing) → 출력(Output)이라는 세 단계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인간의 행동 모델을 디지털화한 형태였다.


AI는 세상을 ‘경험’하지 않는다. 대신, 데이터를 경험한다.
이미지, 음성, 문장, 수치로 주어진 입력값을 받아,

그 안의 규칙과 패턴을 추출하고, 새로운 입력에 대해 예측을 내놓는다.
이 과정은 인간이 환경 속에서 자극을 받아 행동으로 반응하는 과정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인간이 ‘행동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존재’라면, AI는 ‘데이터를 통해 세계의 패턴을 배우는 존재’다.
결국 AI의 학습 구조는 행동주의 심리학이 제시한 S-R 모델의 논리적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이 단순한 구조 속에는 심리학과 컴퓨터 과학을 잇는 공통된 통찰이 있다.
인간이든 기계든, 학습이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미래의 행동을 개선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즉, 학습의 본질은 ‘내면의 사유’가 아니라, ‘경험의 결과를 수정하는 피드백 루프’에 있다.




보상 함수 ― 수학으로 재탄생한 강화의 원리



머신러닝에서 보상 함수(Reward Function)는 행동주의의 ‘강화(Reinforcement)’ 개념을 계승한다.
스키너가 “올바른 행동에는 보상이 주어진다”고 말했듯,
AI 역시 특정 행동이 목표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받는다.
보상은 기계가 ‘무엇을 옳은 행동으로 간주할 것인가’를 학습하게 하는 지침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도파민 시스템’이 맡는 역할과 유사한 기능이 작동한다.
보상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학습을 유도하는 동력(Motivation)인 셈이다.


이때 흥미로운 철학적 대비가 발생한다.
인간은 보상만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
행동에는 목적, 가치, 감정, 윤리적 판단이 함께 얽혀 있다.
반면 AI의 보상은 수학적 최적화(Objective Function)로 정의된다.
AI에게 ‘좋은 행동’이란 오직 주어진 함수값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즉, 인간의 내적 동기(Motivation)는 의미와 감정의 영역이지만,
AI의 목표 함수(Objective Function)는 수식과 데이터의 영역이다.
이 둘의 차이는 곧 “의미로 학습하는 인간”과 “패턴으로 학습하는 기계”의 차이로 이어진다.




행동주의와 머신러닝의 철학적 평행선



결국 행동주의와 머신러닝은 서로 다른 시대의 산물이지만, 놀라운 구조적 평행성을 보인다.
행동주의는 관찰 가능한 변화의 과학, 머신러닝은 관찰 가능한 데이터의 예측 과학이다.
전자는 행동의 빈도를 통해 학습을 추적하고, 후자는 데이터의 확률을 통해 예측을 정교화한다.
둘 다 ‘내면의 의식’을 분석하지 않고, 외부의 결과를 통해 내부의 과정을 추론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파블로프가 실험실에서 개의 침 분비를 관찰했듯,
오늘날 데이터 과학자는 서버 앞에서 알고리즘의 손실 함수(loss function)를 관찰한다.
그들은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학습을 일으키는가?”
그리고 동일한 결론에 다다른다.
“보상과 피드백이 행동을 바꾼다.”


즉, 인간의 학습이든 AI의 학습이든, 본질은 환경 속에서의 상호작용과 그 결과의 축적이다.
다만 인간은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AI는 그 속에서 확률을 계산할 뿐이다.


행동주의의 시대가 ‘행동의 과학’을 열었다면,
머신러닝의 시대는 ‘데이터의 과학’을 열었다.
그리고 그 두 세계의 중심에는 여전히 같은 원리가 흐른다.
“학습이란 보상의 흔적을 남기는 과정이다.”












Ⅳ. 학습의 알고리즘 ― 인간과 AI의 강화 구조





1. 강화(Reinforcement)의 심리학과 수학



학습의 핵심은 보상에 있다.
강화(Reinforcement)는 단순히 ‘보상’을 받는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보상은 인간이나 AI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그 행동이 반복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강화학습은 보상을 추구하는 본능적 메커니즘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한 것이다.
심리학에서 스키너가 제시한 강화 이론을 수학적 구조로 변환한 결과,

인간과 AI의 학습 메커니즘은 예측과 최적화라는 유사한 길을 따른다.


스키너의 실험에서 등장한 강화 스케줄(Reinforcement Schedules)

오늘날 강화학습 알고리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고정(Fixed), 변동(Variable), 간격(Interval), 비율(Ratio) 등 다양한 강화 방법을 실험했다.
이 스케줄은 일정한 간격이나 비율로 보상을 제공할 때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간격 스케줄은 일정 시간마다 보상을 제공하고,

비율 스케줄은 일정 횟수의 반응마다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강화 스케줄은 인간과 AI가 학습하는 방식에서 공통적인 패턴을 발견하게 해준다.
“보상이 불규칙적으로 주어지면 학습이 더 강하게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변동 강화(Variable Reinforcement)의 강력한 효과다.




2. Q-learning, SARSA 등 강화학습 알고리즘의 보상 설계 원리



오늘날 Q-learningSARSA와 같은 강화학습 알고리즘은 스키너의 행동주의 이론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한 대표적인 예시들이다.
이 알고리즘들은 보상 설계를 통해 에이전트(Agent)가 최적의 행동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Q-learning에서 중요한 개념은 Q-값(Q-value)이다.
이 값은 특정 상태에서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예상되는 보상이다.
Q-learning 알고리즘은 상태행동의 쌍에 대해 반복적으로 보상을 업데이트하며 최적의 전략을 찾아낸다.
SARSA는 Q-learning의 변형으로, 보상과 행동의 시퀀스를 더 잘 고려하여 학습을 진행한다.
강화학습 알고리즘의 목적은 ‘미래의 보상’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보상 설계 원리는 인간의 행동 동기와 매우 유사하다.
사람들이 보상을 기대하고 행동을 선택하는 방식은 Q-learning의 보상 예측과 유사하다.
인간은 보상으로 쾌감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도파민)을 방출시키며, 이는 동기로 작용한다.
AI 역시 미래 보상을 예측하고 이를 최대화하려는 방향으로 학습하지만, 인간과 달리 신경 화학적 동기부여는 없다.
하지만 보상 추구라는 본질은 양자 모두에서 동일하다.




3. 탐색(Exploration)과 활용(Exploitation)



강화학습의 중요한 이론 중 하나는 탐색(Exploration)활용(Exploitation)의 균형이다.
탐색은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는 과정이며, 활용은 이미 알고 있는 최선의 전략을 반복하는 것이다.
AI는 Epsilon-greedy policy를 사용하여 이 두 가지 전략을 균형 있게 선택한다.
Epsilon-greedy policy는 주어진 확률로 새로운 행동을 탐색(exploration)하고,

나머지 확률로 기존의 최적 행동을 활용(exploitation)하는 방식이다.


인간의 학습도 이와 유사하다.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는 것은 탐색이고, 이미 성공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활용이다.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탐색하고, 확신이 서면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은 학습 곡선(Learning Curve)에 반영된다.
초기의 학습은 탐색을 많이 하므로 비선형적인 변화를 겪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공적인 행동 패턴을 반복하며 수렴한다.




4. 학습 곡선(Learning Curve)의 심리학적 해석



학습 곡선은 반복을 통한 학습의 진행 상태를 나타내는 그래프이다.
인간은 반복을 통해 성과를 개선하지만, 그 변화는 항상 비선형적이다.
처음에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점차 기존의 방법에 의존하게 되어 성과가 둔화된다.
이 현상은 피로, 동기 변동, 환경적 요인에 따라 학습 속도가 달라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즉, 학습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점차적으로 수렴하거나 과도하게 과적합(overfitting) 되는 경향이 있다.


머신러닝에서도 과적합수렴(convergence)은 중요한 개념이다.
과적합은 모델이 훈련 데이터에 지나치게 적합하여 일반화 능력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반면 수렴은 알고리즘이 최적의 해에 도달하며 학습을 종료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학습도 이와 유사하게, 데이터에 지나치게 적합되거나, 더 나은 전략을 찾아 나아가면서 수렴하게 된다.




5. 보상 시스템과 감정의 연결



인간에게 보상은 단순한 외부 자극이 아니다.
보상은 신경전달물질(도파민)의 방출을 유도하고, 이는 쾌감과 동기를 증진시킨다.
이 과정은 학습을 강화하는 생리적 메커니즘이다.
AI는 보상 시스템을 수학적으로 최적화하며, 감정적 요인은 개입되지 않는다.
하지만 본질적인 보상 추구 시스템은 동일하다.
AI도 보상함수(Reward Function)를 통해 ‘올바른 행동’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학습의 동기를 유발한다.
이처럼 AI의 보상 시스템과 인간의 감정 시스템은 기계와 생리학의 차이는 있지만,

학습을 유도하는 원리는 일치한다.


결국, 인간과 AI의 학습은 보상과 강화라는 핵심 메커니즘을 공유한다.
AI는 보상으로 학습하고, 인간은 보상과 감정으로 학습한다.
그러나 학습의 최종 목적보상 시스템의 차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AI는 ‘최적화’‘수학적 예측’에 중점을 두는 반면,
인간은 ‘의미’와 ‘가치’를 중심으로 학습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적 동기를 부여받는다.
이 둘이 공유하는 학습의 구조적 유사성

미래의 AI가 인간처럼 의미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Ⅴ. 인간과 AI의 학습 비교 ― ‘의미 없는 학습’의 한계





인간의 학습은 단순한 패턴 인식이나 반복적 경험의 축적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자신의 삶과 연결지으려 한다.
즉, 인간은 학습 과정에서 목적(Purpose)가치(Value), 감정(Emotion)을 내재화한다.
학습의 각 순간은 단순히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넘어서,

그 행동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포함된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의 학습은 의식적이며,

그 과정에서 자아의 형성 사회적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AI는 “패턴”을 학습한다.
AI가 학습하는 것은 인간처럼 세상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데이터 속에서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통계적 정합성(Statistical Consistency)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예측한다.
AI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묻지 않고,

오로지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한다.
AI의 학습은 정확도(Accuracy)효율성(Efficiency)을 목표로 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감정이나 동기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두 시스템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인간과 AI 모두 동적 시스템(Dynamic System)으로 기능한다.
이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각각의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조정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AI가 학습하는 방식은 인간의 행동주의적 학습과 유사한 점이 많다.
데이터가 주어지고, 이에 대한 반응이 형성되며,

이 과정을 통해 점차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이와 같은 상호작용을 통한 지속적 변화는 인간과 AI의 학습에 있어 공통된 역동성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주의가 인간의 내면을 설명할 수 없었던 것처럼,
AI의 머신러닝도 ‘이해’를 내포하지 않는다.
AI는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하는 데 그치며,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이 기대하는 ‘이해’를 제공하지 않는다.
행동주의 심리학이 인간의 ‘내면’을 설명할 수 없었듯, AI는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AI는 결과적으로 ‘예측의 과학(Prediction Science)’에 머물며, ‘이해’라는 개념을 넘어서지 못한다.
인간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의미’를 추구하지만, AI는 ‘무엇’을 예측하는 데 중점을 둔다.



따라서 인간의 학습과 AI의 학습은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인간의 학습은 의미와 목적을 내포하며, 그 과정에서 자기 이해사회적 가치가 형성된다.
AI의 학습은 패턴 인식예측을 기반으로 하여,

학습의 목적이 최적화(Optimization)효율성에 집중된다.
두 학습 시스템이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지만, 그 목표와 심리적 기초는 현저히 다르다.



행동주의가 인간의 내면을 설명하지 못했듯,

AI의 머신러닝도 ‘이해’보다는 ‘예측’의 과학임을 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 차이는 AI의 학습이 인간의 경험적, 감정적, 가치적 이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명백하다.
AI는 단순히 데이터에서 패턴을 추출하는 반면, 인간은 의미와 가치를 통해 경험을 해석한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AI와 인간 학습의 본질적 차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Ⅵ. 정리 ― “보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 심리학에서 행동주의는 과학적 방법론의 기틀을 세웠다.
스키너와 왓슨은 자극과 반응을 통해 행동의 예측 가능성을 증명하며,
심리학을 객관적이고 실험 가능한 분야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행동주의는 인간의 내면을 설명하지 못했다.
인간의 감정, 의식, 가치 등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이처럼 행동주의는 ‘보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를 드러낸 채,
심리학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초석을 놓았다.



AI의 머신러닝 역시 엄청난 성과를 이뤘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정확한 예측을 내리고,
자동화된 학습 과정을 통해 점차 효율성정확도를 극대화했다.
그러나 ‘이해 가능한 인공지능’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머신러닝은 데이터에 내재된 패턴을 찾아내는 것에는 능숙하지만,
그 패턴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인간처럼 그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이해’의 단계는 아니다.
AI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회차에서는 행동주의 심리학머신러닝의 공통된 점과 차이점을 살펴보았다.
둘 다 자극과 반응, 입력과 출력의 관계를 통해 학습을 구성하지만,
행동주의는 인간의 ‘의미’를 배제한 채 ‘보이는 것’에 집중했고,
AI는 ‘데이터와 패턴’에 중점을 두고 예측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한 동적 시스템(Dynamic System)으로 작동했다.






이 모든 논의는 다음 회차(4회차)에서 다룰 ‘인지혁명과 딥러닝’을 향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이어진다.
딥러닝은 블랙박스 내부를 열려는 시도다.
머신러닝의 한계를 넘어서서, ‘이해 가능한 AI’로 나아가는 혁신적인 단계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처럼 사고하는 기계의 가능성과 그에 따르는 철학적 질문들을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 블랙박스의 해석AI의 이해를 둘러싼 새로운 탐구의 장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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