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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Oct 22. 2023

9. 비영리적 사용까지 불법이라면 좀 심한 거 아닌가?

비영리적 목적으로 동의 없는 저작물 이용

저작권 침해는 '걸면 다 걸릴 수 있는'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침해 행위이다. 

'나는 저작권을 침해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다음 질문에 한번 답해 보시라.


여러분 블로그나 인스타, 틱톡에서 유명인의 사진, 그림, 조각품, 영화나 드라마 짤 등이 주조연으로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가?


자신 있게 '한 번도 없는데?'라고 답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 번도 저작권 침해라고 문제 된 것은 없었는데?'라고 반문할 수 있다. 맞다. 대부분의 저작권 침해는 그 피해가 매우 사소하기 때문에 저작권자가 별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저작권법도 법이기 때문에 예외는 존재한다. 저작권법 제23조부터 제38조까지 무려 16개 조항에서 저작권 침해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막상 살펴보면, 일반인인 여러분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몇 개 없다. 


대표적인 것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저작권법 제28조)과 '비영리성 사적 이용'(저작권법 제30조), '저작물의 부수적 이용과 공정한 이용'(저작권법 제35조의 3, 5)까지 대략 3개이다. 

출처. 픽사베이


1.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가장 쉬운 '비영리성 사적 이용'부터 살펴보자. 저작권법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족이나 특정 친구들끼리만 이용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의 '복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좋은 음악을 녹음해서 듣거나,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주말에 보거나 하는 행위는 저작권상 복제권 침해이지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요즘 시절이야 원하는 음악을 다 스트리밍으로 즉각 듣거나 티비 프로그램도 OTT로 그때그때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다 녹음, 녹화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책스터디를 하기 위해서 책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나눠보는 것도 허용된 복제행위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복제'만 가능하다.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이용할지라도 SNS나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복제'가 아니라 '전송'이기 때문에 저작권법상 '공중송신권'을 침해한 것이 될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2.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필자가 본 브런치북 시리즈를 작성하면서 저작권 침해의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 저작물을 인용해 온 행위들이 대표적인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사례이다. 저작권법에서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해서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해당 규정은 상당히 포괄적이다. 그래서 분쟁이 잦다. 중요한 것은 영리성 여부는 핵심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부수적으로 '공정한 관행'에 맞는지 판단하는 요건일 뿐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영상 중에 책이나 영화를 비평하는 인문학 지식채널이 많다. 평범한 유튜버의 영상도 엄밀히 말하면 영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해당 유튜버가 지식전달 및 비평을 위해 책의 특정 구절을 인용하거나 특정 다큐멘터리나 영화 영상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 대신 주의할 것은 인용한 부분이 원저작물의 효용을 대체할 정도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식전달을 한답시고 책의 한 챕터를 전부 읽어버린다거나 영화 비평을 한다면서 영화의 주요 내용을 전부 알 수 있을 정도로 보여주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는 것이다.



3.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또는 부수적 이용


저작권법 제35조의 5에서 규정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저작권 침해 예외 조항이 있다. 저작권 침해 예외조항 중 가장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다. 요약하자면,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아야 한다." 어떤가? 그래도 너무 추상적인가? 여담으로 법이라는 것이 늘 추상적 이서 해석의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으니 필자 같은 변호사가 먹고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럼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대표적인 사례가 '썸네일'이다. 썸네일은 쇼핑몰의 이미지부터 유튜브 대문 사진까지 다양하게 쓰인다. 썸네일은 말 그대로 엄지발톱만 한 이미지를 의미한다. 썸네일의 효용 자체가 이미지를 감상하기 위함이기 보다 해당 내용을 식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일종의 미리 보기 이미지이다. 썸네일도 이미지이니 저작물일까?


판례는 썸네일의 성능에 따라 저작권 침해여부를 구분하고 있다. 원본사진의 썸네일 크기가 가로 3cm, 세로 2.5cm 정도이고 클릭했을 때 1cm씩 더 커지는 정도라면, 해당 썸네일은 이용자가 감상용으로 사용하기 어렵고, 썸네일은 단순히 원본사진이 있는 사이트로 가는 경로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정한 이용으로 봤다.

반대 판례로는 썸네일의 해상도가 400x300 픽셀 수준일 경우에는 일반적인 썸네일과 달리 원본 사진의 심미감을 느낄 수 있으며, 썸네일들이 슬라이드 쇼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썸네일 자체만으로도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이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유튜브 대문이미지(썸네일)는 어떨까? 딱 봐도 직관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유튜브 썸네일은 발톱만 하지 않다. 과장해서 손바닥만 하기도 하고, 상당한 고화질로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유튜브 영상 썸네일로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쓴다면 저작권 침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저작물의 이용 목적과 이용의 비중, 저작권자의 피해도를 비추어 봤을 때 보수적인 관점에서 정당한 수준이면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작물을 부수적 이용이다. 여러분이 연남동의 거리에서 촬영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해당 영상에는 무수히 많은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나 저작물들이 배경으로 노출될 것이다. 엄밀히 보면, 배경에 무단으로 저작물이 나오는 것도 저작권 침해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규제하기도 어렵고, 허락을 받기도 어렵다. 저작권법은 이런 점을 고려해서 저작권법 제35조의 3에서 사진촬영, 녹음, 녹화를 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들리거나 보이는 저작물이 있어도 특별히 저작자의 이익을 부당히 해지치 않는다면 허용해주고 있다.



본 브런치북 서문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목적도 있다. 충돌되는 법익에서 균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번 화에서 살펴본 저작권 침해 예외 조항들은 바로 후자 목적인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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