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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Oct 22. 2023

5. 셀럽의 공항 패션을 몰래 찍으면 불법인가요?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

파파라치 사진이나 연예 기사를 보면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공항 패션이 늘 화제이다. 

"ㅇㅇㅇ는 이번 공항 패션으로 샤넬 신상을 들었다"니, "디올 신발을 신었다"니 난리이다. 연예인들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히거나 혹은 촬영자가 다가가서 "인사해 주세요~ 사진 찍고 싶어요~"하면서 찍은 것은 묵시적으로 촬영 동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누가 봐도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공항에 셀럽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뒤따라가서 몰래 사진 촬영을 해서 SNS 등에 올리면 어떻게 될까? 이 부분에서 바로 초상권이 문제 되고 더 나아가 퍼블리시티권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초상권은 간단하다. 누구나 자신의 얼굴이나 모습, 이름, 목소리 등 특정인이라고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촬영되거나 이용되지 않을 권리이다. 이 초상권은 일반인이든 유명인이든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다만, 초상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동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사례의 초상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 길에서 우연히 찍힌 경우


신문기사에 나온 현장이나 개인이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 배경에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다. 이때 배경에 찍힌 사람들도 초상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장소에 있다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누구에게나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특정인을 따라가면서 촬영하거나 특정인의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배경으로만 있다면 초상권을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2. 카페나 술집, 차에서 찍힌 경우


이 경우는 초상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사적인 공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97년 다이애나비 사건이 대표 예시다. 차 안에 있는 다이애나를 찍은 사람들은 사생활 침해로 처벌을 받았고, 호텔에서 자동차까지 걸어가는 모습을 찍은 사람들은 초상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상점이나 공공장소가 아닌 실내 공간에서 사진을 찍을 때에는 배경에 나온 사람들이 초상권을 주장하면 딱히 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상권을 침해할 경우 어떤 페널티가 발생할까?


사실 국내법상 이 부분이 문제다. 초상권 침해는 어떤 구체적인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 인격권 침해이다. 이 점에서 뒤에 살펴볼 퍼블리시티권과 다르다. 퍼블리시티권은 일종의 재산권이다. 인격권인 초상권을 침해할 경우 형사 처벌대상이 아니라 민사 소송 대상이다. 그것도 정신적 손해배상 즉, 위자료만 내면 된다. 국내 초상권 재판 실무상 초상권 침해로 발생하는 위자료는 수십만 원 수준이고 잘해야 100~200만 원이다.

출처 2014년도 언론조정중재·시정권고 사례집

위 사진의 경우에도 통신사에서 지역축제를 보도하면서 행사장의 사람들 사진을 무단으로 찍고 게재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뒤 배경에 있는 사람들은 앞서 설명했다시피 초상권을 주장할 수 없지만, 앞에 클로즈업된 두 명의 사람들은 초상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이 두 명은 연인관계가 아님에도 해당 사진 보도로 교제했던 다른 사람과 헤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며 통신사에 초상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손해배상금은 겨우 40만 원으로 조정되었다.


3. 공인이 공공장소에서 공적인 일로 찍힌 경우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물이고, 공적인 관심을 받는 사람들을 공인이라고 한다.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연예인, 정치인, 200만 유튜버 공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도 '재벌'도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된" 공인으로 본 바 있다. 재드래곤(이재용)과 용지니어스(정용진)도 당연히 공인이다. 만약 이재용과 정용진이 손잡고 강남역 거리를 돌아다닌다면, 마음껏 사진을 찍어도 된다. 


기억하자. 공개된 장소에서 배경으로 찍힌 사람들은 초상권을 주장할 수 없다. 사적인 장소에서는 다 초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인은 다르다.



퍼블리시티권


공인의 초상권은 인정되기 어렵지만, 퍼블리시티권은 이야기가 다르다.

퍼블리시티권은 초상권과 침해의 형태를 유사하지만, 보호하는 법익 즉, 권리가 다르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초상권은 인격권을 보호한다. 초상권을 침해할 경우 최악의 경우에 정신적 손해배상인 위자료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수준이다. 그런데 퍼블리시티권은 재산적 권리이다. 따라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할 경우 구체적인 재산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본 글 서두에서 예시로 돌아가보자. 셀럽이 화려한 공항 패션으로 인천공항에서 사진을 찍혔다고 하자. 공인이 공공장소에서 찍힌 것이니 초상권은 침해가 아니라고 치자. 그런데, 사진 찍은 사람이 '저 셀럽이 착용한 거 팔면 대박 나겠다'라는 생각에 해당 사진을 자사 쇼핑몰에 올려서 아이템을 팔았다면? 이것은 셀럽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셀럽이 해당 쇼핑몰에 모델로 계약이 된다면 얼마든지 모델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셀럽의 재산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최근까지 국내법상 퍼블리시티권은 명문 규정이 없었다. 실제 판례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은 성문법주의를 택하고 있는 국내법상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소녀시대 제시카와 배우 수애가 치과를 상대로 한 소송). 그러나 갈수록 많은 판례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추세이며 최근에 BTS 짝퉁 굿즈 사건으로 인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타목이 신설되어 늦었지만 어느 정도 입법화되었다. 현재 판례에서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민법상 불법행위로 보아 손해배상 판결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액수는 초상권과 자릿수가 다르다. 피해자가 유명 연예인일수록 그 손해액은 몸값에 비례한다. "백지영 사건"이라고 알려진 퍼블리시티권 사건은 백지영의 광고료를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된 적이 있다. 성형외과 병원에서 백지영과 남규리 사진 등을 허락 없이 블로그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다. 이때 인정된 손해배상액은 무려 2000만 원이었다. 정식 계약을 맺고 사용했다면 받았을 금액을 손해액으로 본 것이다. 



초상권은 실제로 소송까지 갈 일이 매우 적다. 수십만원 받으려고 소송까지 가는 피해자가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은 이야기가 다르다. 갈수록 퍼블리시티권 인정이 많아짐에 따라 유명인의 사진과 이름을 함부로 썼다간 수천만원 손해배상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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