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를 지키기 위한 도구들
Practice Makes Perfect
Level Up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 혹은 무협 소설에 자주 나오는 클리셰가 있다. 가진 기술이라곤 하나뿐인 주인공이 시련과 수련을 통하여 최고가 되는 이야기. 영웅물 혹은 소년 성장물의 뻔한 이야기지만, 여러 사람에게 잘 통한다. 왜 이런 이야기가 잘 통할까?
사람의 성장은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부모의 양육으로 기본적인 사회화를 하면서 자기만의 자아를 형성한다. 그리고 환경에 영향을 받아 고유한 기질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곤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연마한다. 그리곤 사회로 진출한다. 그러나 사회는 초년생이 상대하긴 너무 강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초년생이라고 딱히 봐주거나 하는 것은 없다. 그들은 시련에 좌절하고, 눈물을 흘리며 혹독한 시간을 보내면서 성장을 한다. 나의 지금 이야기가, 소년 성장물과 비슷하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소설 혹은 게임 속 주인공은 성장을 이루어 내고, 나는 아직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물의 콘텐츠를 보며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현실의 이야기를 하면, 자신이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업을 찾는 과정은 쉽지가 않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잘하고, 피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성장을 한다. 어떻게 시작한 업이라 하더라고 그 시작단계가 주는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다. 내 기술은 서툴고 볼품없지만, 현실에서는 찬란한 것들이 보이니, 자신의 현실과 이상향의 괴리로 자존감을 잃어버린다.
그럼 이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어떤 사람일까? 그것은 넘치는 양으로 부족함을 채우는 사람이다. 백종원 님이 한 프로에서 칼질을 잘하는 비법을 설명한 적이 있다. 그 비법은 무 한 박스만 썰어보면 기본적인 칼질은 할 수 있고 두 박스를 썰면 칼질은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 무 2박스만 썰고 나면 더는 칼질 연습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무 2박스는 기본적인 자세를 익히는 것이다. 재료의 성질과 형태, 그리고 요리에 쓰이는 용도와 다른 재료와의 궁합을 기준으로 채소 썰기는 수백 가지가 있다. 그리고 우린 채소만 이야기 한 것이다. 아직 육류와 어류, 패류, 가금류 등이 남아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밑손질 중이다. 요리는 근처에도 도달하지 않았다.
Mise en Place(미즈 앙 플라스)는 요리를 시작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다.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로 레스토랑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단계를 이해하고 혼자 해결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드디어 기술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리고 개인마다 이 단계에 도달하는데 시간의 차이가 생긴다. 어떤 사람은 도달하기도 전에 포기한다. 이 영역을 넘어야 드디어 레벨업이 되는 것이다.
퇴사는 내 업에서 혼자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가늠을 하는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미즈 앙 플라스. 나는 퇴사해서 밥벌이할 준비가 되어 있나? 다음 화부터는 나의 밥벌이 도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글쓰기는 힘들지만 좋아요와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