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과 여러 가지 생각들 - 2
늦은 퇴근길. 종로의 밤거리는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사무실의 불빛은 몇 개의 사무실을 제외하고 여전히 불이 켜져 있을 뿐이다.
늦은 밤 일이 남아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눈치를 보기 위해 그런 걸까?
내가 신입사원일 때, 오후 6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위해 눈치를 보며 문 밖을 나서려 할 때, 팀장님은 나를 바라보며 소리를 쳤다.
“일 다 끝내고 가?”
이미 공식 퇴근시간은 5시 30분인지라, 30분이 초과된 시간이지만, 팀 동료들은 야근이 익숙한 모양인지 8시에 퇴근하면 이른 퇴근이었고, 10시는 넘어 퇴근을 해야 오늘은 일을 했다고 자부심을 느끼곤 하였다. 아침 8시 이전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있어야 하니 어찌 보면, 가족과의 시간은 단지 수면과 휴식을 위한 시간이었고,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던 시절이었다.
이른 새벽, 아침 8시 출근을 맞추기 위해 6시부터 분주하게 준비를 한다. 공식 출근 시간은 8시 30분이었지만, 단지 회사의 문화가 30분 일찍 업무 준비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8시 넘어 출근을 하는 것도 왠지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컴퓨터를 부팅하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친구와의 약속,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금요일 저녁이 되면 “토요일 오전에 잠깐 나와서 일을 마무리 하자.”라는 팀장의 지시에 나도 모르게 응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물론, 주말도 똑같이 밤 10시까지 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당시는 그러했지만, 이게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단지, 내 역할은 자리를 지키는 거라 생각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적응이 된 친구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밤 10시, 11시까지 자리를 지키는 게 자신의 역할이며, 능력이라 착각을 하곤 했다. 일이 남아있고, 마무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늦게까지 있어야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그냥 눈치를 보며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불은 꺼지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