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과 여러 가지 생각들 1
이른 아침. 편의점 앞에 놓여있던 의자 들을 오랜 시간 햇빛을 쬐어가며 산화하였는지 빛바랜 색을 띠고 있다. 분명 전날 누군가 편의점에서 맥주 몇 캔과 간단한 안주거리를 벗 삼아 시간을 보냈던 장소일 거다.
누구는 캔 맥주 몇 캔과 컵라면 하나. 혹은 누군가는 도시락과 소주 한 병을 벗 삼아 잠시 시간을 보냈던 장소지만, 아침이 되면 그곳은 누군가 잠시 머물러갔단 흔적만 남긴 채 무질서하게 자리를 잡고 있을 뿐, 원래의 질서 정연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그나마 이 장소도 초가을까지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며, 날씨가 조금이라도 추워지면 이곳에서 시간을 나누던 사람들의 모습도 마치 달팽이가 자기 집속으로 들어간 듯 사라지고 만다.
이 날은 초가을 토요일 오전이었다. 마치 불금을 편의점에서 보내기라도 한 듯 테이블에는 전날 저녁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의자들만 무질서하게 자리를 잡고 있을 뿐이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탠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단지 그곳에서 맥주 한 캔과 도시락 하나를 먹으며 시간을 때운 흔적만 남아있을 뿐, 그 이상을 상상할 단서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금요일 저녁. 언젠가부터 우리는 “불금”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가며, 무언가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의무에 사로잡히게 된다. 친구와의 술자리, 혹은 즐거운 모임은 반드시 필요한 자리인양 일주일간의 고생을 위로하는 자리라고 애써 이야기하지만, 그 자리에 낄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어쩌면 누군가의 불금을 위해 열심히 배달을 하는 배달원이 잠시 허기를 채우기 위해 도시락을 사 먹었을 수 있다.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불금”이란 단어를 혼자라도 즐기고자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 들고 시간을 보냈을 수 있다.
한편에는 불야성을 이루며 늦은 밤 뜨거운 열기가 불타오르고 있지만, 어느 한편에는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 흔적만이 무질서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그저 이곳은 잠시간의 흔적이며, 오전 일과를 시작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질서 정연하게 의자를 정리해 두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흔적은 조용히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