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사진과 글 한 덩이
그날은 아무 생각 없이 출근을 할 때였다. 그리고 역시 마찬가지로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하던 때였다. 결혼을 하고, 첫째가 뱃속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던가? 내가 일하던 경영관리팀은 한창 월 마감 후 경영진 보고 자료를 만드는데 정신없을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누군가 핸드폰으로 뉴스롤 보더니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이 탄 여객선이 침몰했다고 하네?”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분명 대부분의 아이들은 구출될 거라 믿고 있던 시점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뉴스는 속보로 바뀌고, 인원은 실종자로 다시 사망자로 바뀌었다. 그렇다. 그날의 기억은 정말 일상의 한 에피소드인 것만 같았다.
어린 시절 서해 훼리호가 침몰하고, 성수대교가 붕괴하며, 삼풍 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정말 일상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니, 어린 마음에 하루 종일 TV에서 속보가 나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만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런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일이 2000년이 한참 지난 시점에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놀랍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참 뒤…
그날은 막 회사 계열사를 옮기고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식품 계열사에서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로 전직을 한 뒤 계열사 입문 교육을 수행하던 때였다. 그리고 교육의 일환으로 이태원을 방문했고, 일부 인원들은 이태원에서 좀 놀다 가겠다 이야길 했다. 난 그날 사진 몇 장 찍고 들어갔었다. 아니, 그날따라 많은 사람들이 핼러윈 복장으로 화려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사진을 좀 더 찍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계열사를 바꾼 지 얼마 안 된 시점인지라 지하철을 타고 조용히 들어갔던 터였다.
그리고 이른 잠을 청했을 때. 새벽에 한참 울리는 진동으로 그날 있었던 상황을 알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안 지난 시점에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원인도 모른 채 떠나갈 수 없는 순간이었다.
현재 내가 일하는 곳에는 그날의 기억을 알리는 여러 흔적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지나가 일부는 먼 옛날 기억처럼 점점 잊히려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억을 해야 한다.
그렇게 남긴 사진은 다시 한번 기억을 남기는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셔터를 누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