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때 보여요?” 내 질문에 커피잔을 닦고 있던 카페 사장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다정한 눈길, 몰래 쉬는 한숨.
“보기 좋아요.”
“착해 보이지는 않고요?”
“음… 전혀요.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약간 못된 쪽에 걸겠어요.”
“다행이다.”
“오랜만에 재석 씨 만나서 긴장돼요?”
“설마요.” 사실은 조금 흥분 상태다. 그게 재석이라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기 때문이다. 사장은 내게 편하게 만나라고 오늘 하루 휴무일을 주었다. 오늘은 종일 카페 사장이 서빙을 하기로 했다.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몇 번이나 만류했지만 카페 사장이 고집을 부렸다.
“몇 시에 온다고 했죠?”
“곧 도착할 거예요.”
“오늘따라 손님이 없네요.” 사장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카페 내부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가 웃음을 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러네요.”
‘뭐가 그렇게 즐겁나요?’ 나는 속으로 물어본다.
‘오늘을 기다렸거든요.’ 내 마음속 사장이 대답한다.
‘무엇을요?’ 내가 묻는다.
사장이 대답하려는 순간 카페 문이 열린다. 재석이 왔다. 녀석이 등산복을 입고 올까 봐, 그래서 카페 사장 앞에서 부끄러워질까 봐 걱정했었지만 다행히 녀석은 셔츠에 면바지 차림이다. 착해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 나를 보고 녀석이 활짝 웃었다. “오랜만이야.”
“그러게, 정말 오랜만이네.” 나도 웃으며 녀석을 반겼다. 그리고 적당한 자리로 안내했다. 사장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우리 사장님이야.” 내가 녀석에게 소개를 하고, 둘은 멋쩍은 듯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눴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고, 카페 사장은 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다시 카페 문이 열리고, 로만 칼라를 착용한 신부 복장의 남자와 일반인 여자, 두 명이 카페로 들어온다. 나는 잠시 그들에게 시선을 주고, 카페 사장에게 내가 주문을 받겠다며 손가락으로 알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현선 씨!” 사장이 나를 부르더니 엄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손가락으로 자신이 다 하겠다고 표시를 한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한 공간에 모인다. 마치 이 순간만을 위해 모든 사건이 일어났던 것 마냥, 이후의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을 것처럼, 어떤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걱정도 없이, 단지 죽은 성호와 수호를 추모하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