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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적 Oct 02. 2024

꿀 빠는 이야기

저에겐 여섯 명의 이모가 계셨습니다. 기어코 과거시제를 쓰는 것은 두 분은 하늘나라에 계시고 네 분이 남아계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섯 명의 이모들이 모두 저를 벌새라고 라고 부르고 여전히 그 기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저에게는 여섯 명의 이모를 기억하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벌새는 가느다란 부리 속 더 가느다란 혀끝으로 꿀을 빤다고 합니다. 꿀을 빤다는 표현보다는 핥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정지비행을 해야 해서 몸무게의 두 배에 달하는 꿀을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박새는 동백꽃의 꿀을 먹는다고 합니다      


직박구리-오래전 저는 이 이름의 폴더를 아껴서 사용했었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벚꽃의 꿀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전 벌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수리목 수리과에 속하는 맹금류의 일종입니다. 이름처럼 벌과 벌의 유충 그리고 꿀을 주로 먹습니다.     

먼저 잡아먹고 남은 파충류를 나뭇가지에 끼워 말벌이나 장수말벌처럼 큰 벌을 유인합니다. 그리고 벌집을 한번 찾아내면 쏟아져나오는 경비병 일벌부터 집어삼킨 뒤 벌집을 적절한 크기로 부셔 둥지로 가져간 다음 애벌레와 번데기를 모조리 뽑아다가 새끼에게 먹이기를 반복하며, 마지막으로 수벌과 여왕벌 미칠 나갔다 돌아온 일벌들까지 깨끗하게 해치워버립니다.   

  

벌매에게 위협 비행을 하거나 독침을 쏘지만, 벌매는 오랜 세월 말벌 둥지 사냥에 특화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깃털이 마치 비늘처럼 빼곡하여 침이 피부를 찌르지 못한다고 합니다. 물론 맞았더라도 독에 내성이 있어 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깃털이 없는 다리 부분은 단단하고 방울 같은 질감의 비늘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벌이 공격 가능한 유일한 부위인 콧구멍은 아주 작게 진화했다고 합니다.   

  

꿀을 먹는 방식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새가 벌매처럼 꿀을 먹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벌매 같은 덩치로 꽃의 주변을 아니 꽃을 망가트리며 꿀을 먹는 새들이 자꾸 보입니다. 그런 새들의 얘기가 자꾸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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