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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어떤 구조물에 관하여.

by 적적

어릴 적 대관람차를 모든 도시마다 세우는 꿈을 꾼 적이 있었어요.

불빛이 사라지는 걸 다 바라다볼 수 있는 거대하고 쓰러지지 않는 꿈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연령이나 키 제한도 없이 한 시간 남짓 가장 높은 곳에 다다랐다가 천천히 내려오며 세 바퀴쯤 돌고 나면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이 소요되는 그런 구조물을 말이죠.

원치 않으면 언제든지 내릴 수 있어야겠죠…. 잠시 멈춘다고 해도 아무런 불평이 없을 만큼 느린 움직임을 지녔으면 좋겠어요.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을 직원으로 뽑을 거예요. 면접을 온 직원은 서로를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달에 한 번 전국적으로 구조물의 안전을 진단받을 계획이었고요.

수익금의 반은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음….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 쓰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작은 쿠폰을 나눠주고 9번 타고나면 한 번은 무료로 탑승할 수 있게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만 19세 미만의 아이들은 다른 어른들이 기부한 금액으로 대신 탑승 할 수 있도록 들어가는 입구에 작은 모금함을 놔둘 생각도 했었어요.


마지막 손님이 탑승하고 돌아갈 때까지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달에 한 번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수정사항은 다음날 수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절망은고개를 숙이고 걷게 합니다. 절망에서 헤어 나오는 사람은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마치 수면을 바라보듯이 빠른 속도로 하늘을 바라다볼 것입니다.


밤의 거대한 관람 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줄엔 상기된 표정의 연인들이 있고요. 아내의 휠체어를 밀며 서로의 따스한 옷깃을 어루만지는 머리가 백발인 부부도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아내는 아이를 앞세우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순서가 다가오며 조금씩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다음 관람차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모두 기다린 시간이 다르듯이 내리는 시간은 알 수 없습니다. 지상에 가까워지고 안내원이 문을 열면 그 문을 통해 내려 사라져 갑니다.


연인들은 잡고 있던 손깍지를 풀고 남자는 한 손으로 흔들리는 관람차를 다른 한 손으로 여자가 베어 문 자리가 타액으로 녹아내리는 솜사탕을 쥐고 그녀가 착석하는 것을 확인합니다. 마주 안아 서로를 바라다봅니다. 휠체어의 아내를 조심히 들어 올린 사내가 손에 쥔 푹신한 방석을 차가운 의자에 깔고 웃고 있는 그녀의 무릎에 담요를 덮습니다. 휠체어를 잠시 계단 앞에 두고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그녀 옆에 착석합니다. 사내의 몸짓은 오랫동안 숙달되어 간결해 보입니다. 잠시 관람차가 돌던 일을 멈춥니다. 아이 둘이 안전히 착석한 것을 확인한 남자는 아내를 먼저 태우고 관람차 안을 이리저리 팔랑거리는 아이에게 주의를 환기합니다.


직원들은 홀로 관람차에 오르는 것이 맘에 걸리는 사람을 위해 언제든 동승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저 거대한 어둠이 끝날 때까지 관람차는 아직 오지 않은 봄밤의 계단을 흔들리며 흔들리며 오르고 오릅니다.


고개 들어보자 제일 높은 곳에 다다른 관람차의 바닥이 유난히 빛나 보입니다.



저 관람차 차가운 바닥. 따스한 안쪽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요?



게으르고 나태하며 수많은 문제점들을 지적받으며 포기했습니다.


사진출처> pinte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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