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의 문학 수업
삶 ― 나는 당신의 두 방향으로부터 왔다.
삶이여
나는 당신의 두 방향으로부터 왔어요.
어딘가 아래로 매달린 채로
그러면서도 바람 속의 거미줄처럼
가느다랗게, 그러나 부서지지 않은 채로.
나는 차가운 서리의 빛 속에서 더 오래 존재해요.
하지만 내 몸에 맺힌 미세한 빛줄기들은
그림 속에서 본 색을 닮았어요.
아, 삶이여,
당신은 속았어요
내가 가진 빛은 거미줄보다 더 얇고,
그 어떤 것보다 더 투명하니까요.
그럼에도 그것은 세상에 닿았고,
세찬 바람 속에서도 끊어지지 않았어요.
뜨거운 불길에 그을리면서도
여전히 매달려 있었죠.
삶이여
특별한 순간마다
나는 당신의 두 방향 모두에 속했어요.
어딘가 아래로 매달린 채로
그러면서도 여전히 견디고 있어요.
바람 속의 거미줄처럼.
그녀는 교실에 늦게 들어왔다. 문을 열기 전부터 복도는 이미 그녀의 기척으로 가득 차 있었다. 향수와 구두 소리,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공기의 진동. 그녀가 앉자 창문이 살짝 떨렸고, 흰 커튼이 그 움직임에 따라 숨을 쉬었다. 문학 수업은 언제나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무도 교과서를 펼치지 않았고, 아무도 필기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교단에 서지 않았다. 대신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가장 많은 것을 알아차린 사람처럼 말했다.
“이야기는, 아름답지 않아도 돼요. 다만 누군가의 비밀을 포함하고 있어야 해요.”
그녀의 말은 천천히 공중에 떠올라 빛 속으로 흩어졌다. 사람들은 그 문장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말했다, “사람들은 늘 진실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진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놀라 도망쳐요. 그래서 작가들은 거짓말을 만들어내죠. 독자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진실을 담은, 완곡한 거짓말.”
그녀는 분필로 칠판에 단어 하나를 썼다. 사랑. 그리고 그 아래에 조용히 물었다.
“이 단어가 언제부터 불행과 짝을 이루게 되었을까요?”
대답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사랑을 문학적으로 이해하려면, 그것이 행복의 약속이 아니라 파멸의 연습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작가들은 파멸을 통해 존재를 증명하죠. 사랑은 그들이 선택한 가장 효율적인 파멸의 언어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떨렸고, 어딘가에서 오래된 필름이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교실의 공기가 갑자기 빛바랜 영화 장면처럼 느려졌다. 누군가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그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문장을 따라가다 길을 잃었다. 그녀는 그런 시선들에 익숙했다. 시선이란 결국 그녀가 살아온 모든 장르의 주인공이었으니까.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때, 대부분은 내 몸을 먼저 떠올려요. 하지만 나는 몸을 연기했을 뿐이에요. 몸은 하나의 문학적 장치였어요. 그걸 몰라요. 내 영화들은 모두 문학의 번역본이었죠. 몸으로 쓴 시, 표정으로 말한 소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손끝으로 분필 가루를 털었다. 분필 가루는 천천히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것이 마치 어떤 문장들의 유해처럼 보였다.
“좋은 글은 늘 누군가의 결핍으로부터 시작돼요. 결핍이 없으면 서사가 생기지 않아요. 사람들은 나를 욕망의 상징으로 불렀지만, 그건 착각이에요. 나는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결핍의 형태였어요. 내가 아름답게 보였던 이유는, 그 안이 비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손거울을 꺼내 잠시 자신을 비춰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문학의 주인공은 언제나 거울을 본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왜냐면 거울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거울은 그저 비추죠. 사랑하지 않는 시선만이 진실을 포착할 수 있으니까.”
학생 하나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럼, 당신이 말하는 문학은 결국 자신을 미워하는 기술인가요?”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아니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계속 바라보는 기술이에요. 그게 문학의 잔인함이에요.”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그 흔들림 속에는 피로와 열망, 그리고 한 시대의 그림자가 섞여 있었다.
“내가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작가가 되었을 거예요. 하지만 작가가 되기엔 너무 많은 눈이 나를 보고 있었죠. 글은 고독 속에서 써야 하는데, 나는 늘 무대 위에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내 삶을 대신 써준 기자들과 감독들, 시인들 속에서만 존재했죠. 그들의 문장 안에서 나는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소멸했어요.”
그녀는 그 말을 마치며 잠시 침묵했다. 창밖에서 바람이 불었고, 커튼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 움직임이 마치 그녀의 숨결 같았다.
“여러분, 문학은 진심을 미루는 예술이에요. 바로 말하지 않고, 돌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진심을 바로 말하는 순간, 이야기는 죽어요. 문학은 그 죽음을 유예하는 기술이에요.”
그녀는 분필을 들어 칠판에 또 다른 단어를 썼다. 기억.
“기억은 언제나 문학의 재료죠. 하지만 주의해야 해요. 기억은 늘 조작돼요. 작가는 조작된 기억을 사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사람이고, 배우는 그 조작된 사실을 진짜처럼 느끼게 하는 사람이죠. 나는 배우였지만, 그 둘의 경계에 있었어요. 그래서 늘 혼란스러웠어요. 어디까지가 연기고, 어디까지가 나인지.”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천천히 들었다.
“결국 문학이란, 자신이 누구인지 끝내 모르는 자들의 안식처예요. 정체성의 불확실함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죠.”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사람들은 내 슬픔을 아름답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나는 내 슬픔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을 때, 이미 그것을 다 잃었다는 걸 알았어요. 아름다움은 슬픔이 식은 자리에서만 생겨요. 그게 문학의 시간이에요.”
그녀는 잠시 웃었다. 웃음은 조용하고 서늘했다.
“그러니까, 문학을 배우고 싶다면 울지 말아요. 대신 기다리세요. 눈물이 마르고 난 자리에 단어가 생겨요.”
교실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먼지가 떠돌았다. 칠판 위의 단어들이 조금씩 희미해졌다. 누군가가 펜을 떨어뜨렸지만, 아무도 그것을 주우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었다. 구두 굽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문장 부호처럼 들렸다.
문을 열기 전, 그녀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좋은 문학은 누군가를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예요. 왜냐면 혼란은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여러분, 죽은 이야기는 늘 명확하죠. 하지만 산 이야기는, 늘 모호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교실 안의 공기가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지나간 뒤에도 그녀의 향기가 남았다. 누군가는 그 향기 속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문장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단어 하나를 노트에 적었다.
“결국 모든 문학은, 사라지는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없는 공간에서, 그 문장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빛이 천천히 교실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것은 마치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구절처럼, 조용하고 단정하게 퍼졌다.
그렇게 메릴린 먼로의 문학 수업은 끝났다.
그날의 문장들.
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