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게임
게임을 그만둔 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했죠.
사실 이전에도 책을 읽었지만, 게임하던 시간을 모두 독서로 전환하는 건 제게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첫 책은 '역행자'였고, 저자의 블로그를 시작해 보라고 권유에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제 생각을 드러내기보다는 책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기록하는 단순한 용도로 블로그를 활용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제 블로그에 찾아와 "서로이웃" 신청을 보내왔을 때, 놀라우면서도 조금은 두려운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사람들에게 지쳤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에, 새로운 공간에서도 쉽게 마음을 열 수 없었죠.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웃들의 공감과 응원이 점자 제 마음을 녹여주며, 저도 모르게 조금씩 마음의 벽을 허물게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공간에서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아픈 과거의 경험들을 조금씩 나누기 시작했어요. 놀랍게도 블로그 이웃들이 남겨준 진심 어린 댓글은 제게 커다란 위로와 치유의 힘이 되었습니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전혀 알지 못했던 이들에게서 치유받게 된 것이죠. 또한 보여주고 싶지 않던 연약한 모습의 솔직한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치유와 함께 독서 관련 글을 올리고, 월간 독서 결산을 정리해서 공유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직장인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나요?”라며 놀라워하시더라구요. 그 분들의 "시간이 부족해서 나는 잘 읽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이들의 부족한 시간을 찾아주고, 독서 습관을 길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독서 습관 만들기'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1기는 일종의 베타 버전이었습니다. 2주 동안 한 권의 책을 읽고 매일 책 읽는 인증을 하는 모임이었죠. 각자 하루를 돌아보며 부족한 시간을 찾아내고, 그 시간들을 모아 하루 한 장이라도 책을 읽게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모임에 참가한 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모임 덕분에 매일 조금씩 책을 읽을 수 있었어요"라는 피드백이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이 변화를 경험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모임을 더 발전시켜, 2기, 3기, 4기까지 운영하게 되었고, 지금은 또 다른 목적의 모임도 운영 중입니다.
모임 리더가 되고 각자 다른 삶을 사는 분들과 함께하면서 독서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돕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 모임을 계속 하다보니, 또 다른 독서 모임 리더들과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도 진행하는 기회도 얻게 되었어요.
이 모든 것들이 게임하던 시간을 독서로 바꾼 덕분이었습니다.
새롭게 인연을 맺은 분들과 함께, 각자의 자기계발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리더십이란 사람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을 도우며 함께 나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정한 치유는 -혼자가 아닌-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