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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티 Sep 29. 2024

면접 본 부서가 아닌데요?

삶은 변화

2006년 12월 18일 월요일

생일 다음 날이 입사일이었다.


학교 추천으로 면접을 봤고

선배들과 같이 간 면접은, S/W 프로그래머를 채용하는 자리였다.

생애 첫 회사 면접이었고,

운 좋게도 단번에 합격했다.



입사 당일,

다른 합격자들 모두 부서로 배치되었다.

같이 면접봤었던 선배들도 갔다.

'나도 똑같은 부서로 지원했는데 왜 나만 대기실에 남아있지?'라는 생각이 들 즈음

안내된 부서는 기술영업팀이었다.


'왜?'


"저 프로그래머로 지원했는데요?"라는 질문에

부서로 안내 해주던 인사 담당자는

"상세 배치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부서 내 상사분께 여쭤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아르바이트 경험도 없던 내가 입사일에 할 수 있는 것은

어리바리하게 안내된 자리에 앉아있는 것 뿐.


조금의 시간이 지나, 팀 회의가 소집되었고,

이래도 되나 싶은 어버버한 나도 어정쩡하게 앉아 있었다.


그들이 내뱉는 모든 단어가 외계어였다.


"수주"가 무엇인지 몰라 회의 종료 후 녹색창 검색해야만 했던 신입이 나다.



대학생 때 전공은 전자공학이었고,

어버버하게 시작했지만 2학년 때부터 열심히 해서 겨우 따라왔는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은

솔직히 뭐 같았다.



첫 날 오후 즈음 조용히 직속 상사에게

'혹시 제가 영업팀으로 배치된 이유 아시나요?'라고 물었지만

모른다는 답을 받았다.


그리고 이 대답은 다른 분을 통해 2년 후에 받게 되었다..



사실 내 인생 방향 전환은 이전부터 계속 되었다.

예고 준비했지만 가정사로 가지 못해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고등학생 땐 수학 못하면서 이과를 선택했다.

(영어 잘하는 이과생이 되겠다며.. 나름의 전략적인 선택)

그리고 대학생 때까지 고통의 수학을 함께 했다.

기껏 고통에 익숙해지니, 사회 생활을 다시 다른 고통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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