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층에서 나는 떨어져 죽었다/김선호
빨래 널기가 시시해졌다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이불을 들고 탈탈 털다가
떨어져 죽을 뻔 했다
진짜 이렇게 하다가 죽을 수 있겠다 싶었다
먼지는 바람을 파먹다가
18층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조심해야지
빨래 널기가 시시해졌다
다음날 다시 베란다로 갔다
이불을 탈탈 털었다
이불 끝자락이 갑자기 튿어져
베란다 아래로 떨어졌다
얼른 잡아 올리려다가
18층에서 떨어졌다
나는 18층에서 허공을 파먹다가 죽었다
날개는 어디다 두었을까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아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리니'
(베드로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