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여행을 마치고
여행은 삶의 축소판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예기치않은 기쁨이 있고, 위기의 순간에 부딪쳤다가, 또 살살 풀리는. 우리의 이번 여행도 그런 것들을 골고루 포함하고 있었다.
마지막 날 아침 8시에 출발해서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2시 30분, 이날 가장 긴 거리를 달렸다. 컨추리 로드를 완전 외우리라 하면서 많이 불렀는데 결국 외우진 못했다. 그날 심기일전하여 내가 운전대를 잡았고, 그 3시간이 남편이 마지막 운전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수치이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남편의 헌신을 그대로 수용했다.
총 달린 거리는 8,420km, 9박 10일이었다. 차박 2일, 텐트 2일, 모텔 5일 그렇게 밤을 보냈고, 식당과 패스트푸드, 그리고 라면과 밥등 모든 것들이 혼합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여행이었다. 차 딜러샵에서 와이퍼 조종기를 고쳤고, 범퍼밑에 찢어진 고무는 이제 주문해서 부품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남편말에 총 5,000달러가 들었다고 했다. 개스비, 음식비, 숙박비, 기타 경비 등등 많다면 많은 액수이다. 가게를 팔았으니 가능했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중에 하나는, 막내에 대해서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애가 가장 어려웠을 시기, 나도 힘들었다. 나는 어딘가에 대고 하소연하고 싶었었다. 그렇게 시작했으나 그것이 쉽지않았다. 막내도 성인이고, 엄마의 입장에서 딸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은 월권일 수도 있었다.
처음 브런치를 열었을 때보다는 막내의 상황이 많이 좋아진 편이다. 막내를 생각할 때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언제나 느낀다. 내가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음을 인정했을 때 그때부터 길이 보였다. 그것이 그간 브런치에 올린 많은 글에 나름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막내는 1년전 집을 나가 독립을 했다. 말이 독립이지, 사실은 아직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떨어져 살면서 저나 우리나 많이 편안해졌다고 믿는다. 우리와 함께 살때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2주에 한번씩 2시간 운전하여 갔었다. 아이는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처음 받았는데, 나중에 ADHD 진단을 받았다. 우울증에 대해서나 ADHD나 너무나 생소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은 "위암" "유방암" 처럼 어떤 병을 갖고 있구나, 그렇게 받아들인다.
3년전 남편은 막내에게 함께 옐로스톤을 가자고 했지만, 막내는 그곳이 어딘지조차 잘 몰랐다고 했다. 그저 아빠가 말하니, "메이비" 했을뿐, 그당시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했다. 이번에 이 어려운 여행을 함께 간다고 했던 것부터 우리에게는 감사한 일이었다. 마치 딸 한명을 키우는 사람처럼, 최고의 대접을 해주었다. 언니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으니 본인으로서도 좋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둘째는 막내동생이 간다고 한 것부터 놀라운 일이고, 자신이라도 그리 여러날 여행했다면 "심술스러워졌을 것"이라면서 우리들의 여행후기를 재미있게 경청했다.
막내는 물을 만나면 좋아했다. 내가 볼거리에 정신팔리는 것처럼 막내에게는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자연을 느끼는 치유제였던 것같다. 슈피리어 호수를 지나면서 참으로 아름다운 비치들을 많이 만났다. 가는 길이 급하지만, 그런 곳에서는 쉬면서 수영을 했다. 내가 좋아했던 곳은 평평한 바위가 물가에 있었던 어떤 피크닉 지역이었다. 바위에 한참을 누워있었다.
남편은 뭐랄까?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위해 자신의 기쁨은 유보하는 사람? 나는 그 부분이 안타깝다. 즐거워, 하지만 많이 그래 보이지 않았다는 것. 어쩌면 나의 판단일 수 있다. 새로 산 차가 고장나고, 운전중 쇠에 부딪치고, 권리보다는 의무에 열중한 그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또 한편으로는 나의 기쁨이 그의 기쁨이 되었을 것이고, 막내의 쾌활함에서 안심과 평안함을 누렸을 것도 맞는 말이다. 나와 남편만 여행하게 된다면, 그의 기쁨에서 나의 기쁨을 찾는 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같다.
나는 어떤가? 주부로서 이번 음식준비가 형편없었다. 갈때까지 다른 일로 바빴다는 핑계을 대보나, 더 많이 생각하고 준비했어야 했다. 여행하면서 음식거리를 사도, 무언가 할만한 여력이 없었기에, 가족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순부두찌개를 끓였던 것은 집에서 준비해가서 가능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별다른 음식을 하지 못했다. 돼지고기를 사서, 김치찌개 한번, 가장 실책은 RV에 남아있던 쌀을 가져간 일이었다. 밥을 하면 밥이 맛이 없는 거다. 새쌀을 준비해가 밥이라도 맛있게 했어야 했다. 많이 반성한다.
먹는 것, 자는 것이 내 담당이었다면, 텐트의 2박도 아주 형편없었고, 다시 간다면 더 잘할 자신이 있다. 그리고 볼거리에 대해서 많이 검색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도 있다. 옐로스톤은 남편에게 미뤄두고 나는 꼽사리처럼 행동했었다. 갔다오고 나서 글을 쓰면서 찾으니, 그 모든 것이 더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래서 옐로스톤을 가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일찍 계획을 세운다. 공원내에 있는 캠핑장이든 숙박이든 그 안에 잡는다. 공원부터 입구까지 너무 멀어서 오고가고 시간을 낭비한다. 그러나 공원내 숙박시설을 예약하지 못했다면, 서쪽입구에 숙소를 정한다. 그곳만이 공원에 들락날락할 수 있다. 무엇을 보고싶은 가는 검색을 통해서 정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열어놓고, 계획에 없는 일도 꼭 하시라. 그것이 여행의 백미가 될것이다.
불수 없었던 것을 보았고
느낄 수 없었던 것을 느꼈다.
나의 리얼리스틱함에 휴머니즘을 넣아야 함을 배웠다.
마음의 바닥까지 갔어도 우리의 모습이 흉하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 모든 은혜 주님께서 주셨다.
여행후 일기에서
이제 그냥 파일속에 넣어두기에 아까운 사진을 몇장 더 올리고, 옐로스톤과 가는 길, 오는길 로드트립에 대한 여행기를 마칠까 한다.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