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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Oct 12. 2023

로빈슨 클리프에서 만난 단풍의 바다

기차가 아니라, 트레일이다

두번째날 밤을 보낸 곳은 에스파놀랴란 스페인식 지명 마을내에 있는 리조트내 카테지였다. 세모진 모습의 카테지는 이층에 베드 2개가 있고, 아래층에는 부엌겸 거실, 그리고 소파베드가 있었다. 1층2층 다 발코니가 있었다. 좀 투박하게 생겼는데 하룻밤 자는 것으로는 만족할만했다. 얇은 이불과 보조 담뇨가 있었는데, 이것이 50년은 더 되어보이는 현재엔 보기힘든 군용담요 같은 것이었다. 이불위에 덮은 것이니, 망정이지.. 


리조트내를 둘러보니, 카테지마다 배를 댈수 있는 선착장이 있어, 보트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올법한 곳이었다. 호수에는 낚시배와 카누, 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조금 눈에 띄였고, 보트를 빌려주는 주 선착장도 있었다. 우리는 배를 탈 계획은 없었으나, 하루를 자더라도 운치있는 곳에 자면 어떨까 생각해서 빌렸는데, 우리같은 숙박객은 많진 않은 것 같았다. 좀 야생적인 분위기였다. 한군데선 나무둥치가 산처럼 쌓인 곳에서 겨울 화롯가와 모닥불을 위한 것인지, 톱질하는 사람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쩌면 산에서 나오는 나무들로 장작 장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리조크내 트레일을 도는  젊은이들의 ATV(사륜구동차) 엔진소리가 요란했다.


우리는 리조트를 둘러보러 나갔다가 조금 들어가니 예외없이 사유지 간판이 나와 되돌아선다. 한가지 미션, 해지는 것을 볼수 있을까, 선착장에 나갔는데, 긴 선착장끝까지 갔어도 해를 볼수 없었다.  그 대신에 낚시를 끝내고 들어오는 모터배가 우리가 있는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우리가 비켜줄까 했더니 그럴 필요없다고 해서, 배가 선착장으로 들어오고, 트럭이 그 선착장으로 연결을 위해 내려오는  모습, 친구들이 너댓명 나와서 그가 잡은 물고기 아이스박스를 트럭으로 옮기고, 보트와 트럭의 연결을 도와주는 모습들을 봤다. 보트와 트럭이 이음새로 연결된후 쇠사슬과 여러줄로 단단히 매어지고, 평형이 안맞자 다시 조정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일이 쉽지 않음을 본다. 보트위에 커버를 씌우는 일까지 하니, 시간이 꽤 걸린다. 육지에서만 움직이는 캠핑 트레일러도 끌고다니고, 다시 분리하고 그런 것들이 쉽지 않은데, 배는 오죽하겠는가. 어려서부터 그런 문화에서 자랐다면 좀 쉬울지 모르나 역시나 없는 게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남편은 예전에 보트를 사고싶어했다. 그는 쓸데없는 일을 잘하는 편이라(ㅎ) 보트운전면허를 일단 따놓았다. 보트는 구입하는 날 하루 행복하다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사보지 않아도 알만한 소리다. 나의 반대와 본인도 그걸 관리할 것과,  여유가 없어서 어쨋든 현실화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가 지켜보며 연결되는 걸 응원해주자 그들은 신이나서 일을 마치고 배를 끌고 사라졌다. 우리도 별볼일(해볼일)이 없어서 카테지로 와서 그날은 모닥불을 폈다. 불을 피우는 것은 주로 남자들의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우리중 누군가 해야했다. 운전, 모닥불 그리고 나중에 바베큐까지. 산책하면서 모아온 작은 나무들과 주인장에게 산 나무들이 아주 바싹 말라있어선지 동생이 손쉽게 불을 피워올린다. 


키치너에서 올라온 동생들은 주위 풍경이 "너무 녹색"이어서 엄청 놀랐다고 했다. 나무들은 푸르청청하고 물들 생각을 안하고 있는데 단풍으로 유명한 곳을 가는 이유가 있을까, 시간을 잘못 맞춰서 가고 있는 걸까 하고 말이다. 북쪽이 단풍이 먼저 드는 게 맞지? 하면서 북쪽으로 올라가니 조금씩 나아지겠지, 그렇게 위로하면서 갔다. 어쩌다 단풍든 나무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왔다.


아가와캐년을 가는 기차는 수센마리에서 떠난다. 수센마리는 그 기차로 유명하다. 예전에는 목재나 다른 광물들을 실어나르는 기차였는데, 관광기차로 탈바꿈했다. 4시간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그곳에서 1시간 30분 전망대 등을 탐험하다가 4시간 다시 내려오는 기차였다. 낭만기차라는 말도 있고,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않는 심산유곡에 들어간다는 호기심 때문에 매년 기차표는 매진된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 우선 기차안에서 밖을 바라다보고, 감탄할만한 광경은 곳곳에서 만난다. 그런 곳은 기차가 서행해주기도 한다. 문제는 그 두껍고, 상처가 많은 유리창이 문제다. 그곳에 아무리 성능좋은 카메라를 갖다대도, 사진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감질만 난다. 기차가 단풍관광 기차가 되려면, 보수되어야 할것이 너무 많다. 안전을 위해 창문을 다 막았는지는 모르지만, 4시간 단풍을 보기위해 탄 사람들은 그것에 목매게 되는데, 좋은 사진 한장 건지기 어렵다. 기차밖으로 뛰쳐나갈 수도 없고 말이다. 4시간이나 달려서 도착한 곳에서 시간을 1시간 30분 주는데 이게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전동차를 탄 언니가 있어서 움직임에 굼뜨기도 했지만, 전망대와 2개의 폭포를 갈수 있는데, 그걸 다하려면 숨이 턱에 차야하고, 아마도 깊이 음미하기는 어렵지 않은 시간이 아닐지. 그래도 기차에 내려서 강물을 낀 계곡을 만난 건 가슴뚫리는 시원함이었다. 폭포를 찾아 들어가다가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포기하고 돌아서 내려왔고, 언니를 남겨두고 우리 셋이 전망대를 향하여 뛰었다. 시간은 30분도 안남은 상태에서. 300계단을 올라가야 전망대에 다다를 수 있는데, 우리는 100계단째에서 돌아서 내려왔다. 기차가 떠난다고 기적이 울리고 있어서.


달리는 기차에서 찍은 사진, 밑의 사진 왼쪽으로 기차의 머리부분이 보인다.


그렇게 허망하게 아, 이곳이야 하면서 팔을 벌리고 싶은 곳과 조우하지 못한 그 서운함이란 이루말할 수 없었다. 기차안에는 식당도 있고, 기념품가게도 있고 하지만, 그런 것들이 우리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단풍에 빠지고싶어서 오는 사람들을 위한 단풍기차라면, 적어도 깨끗한 유리창으로 교체하고, 사진기를 대고 찍을만큼  창문을 열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전망대까지 우선 올라갔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그러면 이리 분(?)하진 않았을 수도..


이렇게 단풍여행이 끝났다면, 두고두고 서운할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여행정보에서 추천하는 여러 트레일중에서 언니와 함께 할만한 장소를 일단 꼽아보다가, 설명은 좀 험악한듯 보이나, 가보고 싶은 곳이 나와서 함께 토론했다. 우리에게는 하루가 통째로 남아있었다. 그중 로버트슨 클리프(Robertson Cliffs)가 그럴싸해 보였지만, 단단한 하이킹 복장을 해야한다, 길이 미끄럽고 험하다등 위험요소를 알리는 문구에 주춤했다. 우리들은 하이킹 부츠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가지는 언니는 집에 남겨두어야 하기에 그 문제 또한 마음에 걸렸다. 좀 쉬운 곳을 찾아보자, 이렇게 발을 뒤로 빼는데 막내동생이 나 혼자라도 갈거야, 하는 바람에 다시 그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도 위험하다는 이야기에 조금 걱정을 하면서도 다녀오라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구한 숙소를 누구보다도 언니가 마음에 들어했다. 이곳은 RV Park이었는데, 길 건너에 수피리어 호수((Lake Superior)가 바라다보이는 곳이었다. 숙소 검색할때, 처음엔 수센마리 도시 인근을 찾았는데, 이 숙소가 자꾸 팝업이 되어서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수센마리보다 45분 정도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기차를 타려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 곳이어서 경제적인 장소는 아닐 것 같았지만, 그곳에서 3일을 잘 예정이니, 그리 나쁜 결정은 아닐 것 같았다. 본래는 1주일씩 예약을 받는데, 9월부터 3일 이상 묵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에어 비앤비로 찾은 이 장소를 동생은 자체 웹사이트를 방문해, 주인과 이메일과 전화로 소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 더 저렴하게 그 집을 구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 가보니 착오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자신의 실수라고 말하면서 그 옆에 붙어있는 다른 곳을 한번 보겠느냐고 했다. 그곳은 이층이었는데, 깔끔하고 좋았지마 언니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해서, 주인아주머니가 시간을 좀 주면 이미 들어가 있는 그사람들과 의논해서 집을 비워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주변 해변가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왔더니, 미리 입주해있던 게스트들이 우리 카테지 옆의 2층으로 옮겨가고 방이 새로 치워져있었다. 그곳은 RV들을 위한 곳이고, 카테지는 그 두군데가 다였다. 그중 우리가 얻은 곳은 아담한 단층으로 작은방 두개와 거실겸 부엌이었는데, 모든 주방기기가 완벽하게 챙겨져있고, 수건이 넉넉했고, 담뇨 이불등이 청결했다. 발코니에는 파라솔도 있고 바베큐 장비도 갖춰져있었다. 


발코니 파라솔에 앉으면 간간이 지나가는 차들 너머로 해변이 보이고 물살이 찰랑대는 소리까지 들리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주유소, 편의점, 기념품가게, 민박집들이 늘어서있어서 적적하지도 않고 말이다. 우리는 언니에게 심심하면 RV 공원 내부도 둘러보고, 지낼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언니는 걱정하지 말라며 잘 다녀오라고 했다.


우리 셋은 사실 몸이 근질근질했다. 무언가 탐험 비슷한 것을 해야했다. 그렇게 우리에게 로빈슨 크루소를 떠올리게 하는 로빈슨 절벽을 탐험하게 될줄이야. 가다보니, 점차 험악해지는 바위산을 만났다. 진흙도 있고, 이끼도 있어서 미끄럽기도 하다. 우리는 아무래도 이렇게 때문에 그렇게 산행준비가 안된 사람은 가지말라고 했나봐, 하면서 걸음을 조심했다. 그런데 조금 들어가다보니, 보여야할 나무의 표식, 흰색선을 찾을 수 없었다. 사전 공부하기론 흰색선을 따라 가다가, 노란선으로 내려오라고 되어있다. 우리는 조금 험하지만 빠른길로 가기로 했기에 나무 표시판을 잘 확인하면서 가야했다. 그 암벽에서 세명이 길을 찾아 헤매다가, 다시 내려가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었다. 


다시 길을 잃어버린 그곳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만나고 길은 오른쪽 험악한 암벽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뚫려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만나게 된 첫번째 전망대, 그렇게 높이 올라온 것 같지 않았는데, 우리는 이미 절벽 꼭대기에 올라와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 펼쳐진 나무의 바다, 붉은 바다를 만났다. 꿈꾸던 것 이상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떠나지 않을 거야, 가 내 첫마디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풍경에 눈이 시리고 시렸다. 


동생은 꽃과 같다고 했다. 온통 산에 꽃들이 피어난 것 같다고. 그는 나중에 엄마가 차려준 상과 그날의 상을 비교했다. 엄마는 음식을 한바탕 차려주시고, 맛있게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해 하셨는데, 이번 이 잔칫상은 하나님께서 차려주셨고, 우리가 그것을 즐기는 것만 봐도 얼마나 행복해 하시겠는가 하면서.



시퍼렇던 산이 완연히 색이 들어서 그 찬란한 색을 품어내고 있었으니, 우리의 여행중에 손님을 맞으려 열심히 몸에 물을 들이고 있었을 그들. 미처 손님맞을 준비를 마치지 못한 잎들은 나중에 올 손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렇게 나머지 2군데 더 있는 전망대도 보고, 노란색 표시를 따라 내려오다가 내가 발을 삐끗하고 주저앉게 되었다. 올가갈 때는 괜찮았는데, 길도 평평한 내리막길에서. 그래도 주저앉았기에 다리를 삐지는 않았지만, 조금 아팠다. 로빈슨 절벽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트레일이다. 


이곳 여행은 도시의 아기자기함이라든지, 멋진 건물이라든지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속에 들어가는 트레일이 매력적인 것같다. 우리는 단지 하나의 트레일을 마스터했는데, 수센마리와 그 주변에는 유명한 트레일이 많음을 안내책자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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