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dy Jan 04. 2024

크리스마스의 기적

카드, 선물 과업을 수행하고

크리스마스에 가족이 모이면 행복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위기가 끼어있다.  둘째네 부부는 삼일전에 왔다. 막내는 남자친구랑 그 다음날 점심쯤에 왔다. 함께 점심을 먹고, 내가 일 갔다오니 집안 분위기가 이상했다. 둘째 말에 의하면 하루종일 잘 놀았는데, 막내의 남자친구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같다고 했다. 차에 앉아서 둘이 대화하는 데 가서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별일 아니라고 곧 들어온다고 했다. 나중에 들어온 딸의 말에 의하면 "크리스마스 트라우마" 때문에 그애가 힘들다고 했다. 자신이 위로하고 있는데 잘 안된다는 것이다. 매일 위로만 받던 막내는 이제는 위로자가 되었나? 싶기도 했다.


3층, 화장실도 있고 조금 더 사적인 영역에 짐을 풀었던 둘째네가 동생과 남자친구에게 그 방을 주는 것이 낫겠다고 짐을 옮긴다. 그런 다음에 동생에게 문자를 보내니 조금 있다 함께 들어왔다. 둘은 밥도 못먹고 3층으로 올라갔다. 아이들을 올려보내고 우리들은 "ALONE" 서바이벌 다큐를 봤다. 혼자 얼마나 살수 있는지, 그런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란다. 혹독한 추위의 황망한 섬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는 프로그램이다. 재미도 없는 혼자살이를 하는 사람들,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면 정말 할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니 엄밀히 "홀로"일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그날 밤 새벽에 막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마음이 불편한 대로 그냥 놔두었다. 그 다음날 아침, 그애의 남자친구가 내려왔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애를 힘들게 한다며 미안하다고 한다. 그리곤 잠시 나갔다오겠다고 나간다.


나는 아침으로 팥죽을 끓였다. 동지가 며칠전이었으니, 그것을 먹이면 기운차리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대로 맛있는 죽이 되지는 않았다.  엄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교회를 함께 갈까, 잠시 의논하기도 했단다. 그말에 기뻤지만, 그게 현실화되진 않을 것을 알긴 알았다. 아침을 먹은후 엄마와 통화후 남자친구가 자신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집에는 그애가 오지만, 그애집으로 우리집 막내가 가지는 않는다.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모든것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애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이혼하면 어쩌나, 그런 걱정이 있었다고 했다. 마음이 불안한 두 아이가 만나서 살아가는 삶이니 기뻐야 할 때도 이렇게 아슬아슬하다. 그애는 우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애를 품에 안아 도닥여준다, 힘내라면서. 가장 힘든 것은 그애이고, 우리들에게 미안할 것은 없다는 대화를 막내와 나눴다. 우리가 모르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을 것이다. 기운을 차려가는 막내를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디너에는 가까이 있는 언니도 초청했다. 그리곤 Day Away 장애노인 돌봄센터에서 우리가 불렀던 악보를 가져와 함께 노래를 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 다음날 아침, 선물을 풀면서  마음들이 더 녹아지고, 새로운 사랑으로 차는 것을 느낀다. 막내의 남자친구는 사람 수대로 이런저런 선물들을 마련해왔다. 그애가 없는데서 그애의 선물을 푼다. 막내는 진주목걸이를 준다. 그 마음이 고맙다. 둘을 생각할 때 때때로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우리는 막내를 떠나보냈다. 비틀거리면서라도 제길을 개척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이브의 아픔이 크리스마스 기적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올해도 목격했다.


선물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 크리스마스쯤 되면 선물이 문제가 된다.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해야하는지, 어떤 것들을 하는지, 그런 것들이 말이다. 교회에서는 모두 하나씩 사서 교환을 했다. 없어도 되지만, 또 1년에 한번 마음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하면 못할 것도 아니다.


다만, 선물을 찾을때 제대로 된 것을 못만날 것만 같다. 그러다보면 짜증이 나고 지친다. 나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아이들 선물을 샀다. 처음에 산 것이 조금 약소한 것 같아서 또 한차례 훑었는데 마음에 드는 것들을 만났다. 


묘하게 기가막힌 선물이 되기도 한다. 둘째네가 우리에게 선물한 것은 "RING"이라는 인터넷 초인종이다. 집에 우리가 없어도 찾아온 사람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대화가 가능하다. 그동안 초인종 없이 살았다. 남편은 무슨 생각인지, 초인종을 달자는 나의 요구를 묵살(?)해왔다. 아이들이 사오니, 할수 없이 달았다. 그런데 밖에서도 집앞 화면이 보이니, 남편이 속으로 더 좋아할 것이다. 집의 경비에 만전을 기울이고자 하는 그에게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오래전부터 일반 초인종이라도 달자고 했는데, 협조가 없어서 힘들었는데 이렇게 꿈이 이뤄졌다.


둘째는 막내가 사준 "마차(가루녹차) 세트"를 아주 좋아했다. 마차를 마시기 시작하는데, 엉겨서 이것을 잘 젓고 풀어줄 도구가 필요해서 사려고 벼르고 있었단다. 사위는 내가 사준 스웨터(그 브랜드만을 좋아한다고), 막내가 사준 팬츠와 제 아내가 사준 양발을 신고 나왔다. 각자가 샀는데도 윗도리 아랫두리가 색이 맞고 멋져서 사진을 찍었는데, 언더웨어도 아내가 사준것을 입었다고 해서 웃었다. 사위는 어마어마하게 큰 포장에 싸인 선물을 들고왔다. 나중에 보니, 자신의 아내에게 주는 스키였다. 갈때마다 빌려서 타는데, 이번 기회에 장만을 해준 모양이었다. 스키장비와 부츠까지 풀 세트를 선물했다. 막내는 아빠에게 노트를 주면서 뒤쪽에 아빠가 좋아하는 호랑이 토끼 민화를 그려놓았다. 막내는 어쩌다 아빠가 말한 것을 기억해놓았다가 그걸 그려서 선물해준 것이다. 나는 막내에게 겨자색 패딩을 사줬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노트 뒷장에 아빠가 좋아할만한 민화속 그림을 그려놓았다.


4명의 요리사가 엉덩이 부딪치면서 준비한 크리스마스 디너를 같이 한 것도 기억에 남지만, 올해의 선물교환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남는 문제는 있다. 아이와 부모 이렇게 아주 가까운 사이를 빼고는 의무감으로 선물을 하나씩 하게 될때에 딜레마에 부딪친다. 온 가족(대가족) 선물을 사본적이 있는데, 쉽진 않았다. 이번에는 크리스마스에 각 가정이 흩어져서 만나서 다행이다. 크리스마스에 빈손으로 만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언젠가의 크리스마스부터 모두 모였을 때는 한가지씩 사와서 선물교환을 하자, 로 바뀌었다. 게임을 잘하면 아주 즐거운 선물교환이 된다.  사촌오빠는 언젠가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나눠보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몇달전이라도 누군가에게 꼭 맞는 선물을 만나면 사놓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다 가는, 그런 의례적인 행사가 되지는 않아야 한다면서. 나도 거들었다. 누군가는 받고, 누군가는 주기만 할수도 있지만, 마음을 들여야 받는 사람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받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게 , 그런 류의 주제로 대화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눴다. 올해 오빠의 손자손녀 3명은 주변에서 많은 선물을 받았단다. 자식이 겨우 한명 혹은 두명 있는 집에서 3명 있는 집에 선물하려면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며, 미안함을 표현한뒤, 할수 없이 산 것 같은 그런 선물도 많았다고 했다. 둘째도 선물을 사는데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었는데, 선물에 힘을 너무 들이기 보다는 만나는데 더 중점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선물을 너무 좋아하더라. 




"우리들도 한번 만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모두 함께 모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그래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일요일 오후에 모일 생각인데, 어떠냐"고 빅키가 물어왔다. 11월쯤부터 크리스마스 파티 계획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가 일을 시작했을때 손으로 뜬 뜨개행주를 두개 주면서 웰컴이라고 말해줬었다. 한때 뜨개질에 몰두했던 나는 면실로 만든 행주를 받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중 한개는 하트 모양이었는데, 남편이 수술할때 가져갔다가 병원서랍에 놓고왔다. 밸런타인데이 즈음이었는데, 그 하트 행주는 누군가의 손에 전해졌을까? 언젠가 전해듣기로 그녀는 74세쯤 된다고 했다. 꼿꼿하고 아담한 체형에 쇼트커트의 그녀는 뒷모습만 봐서는 젊은이 같은데 말이다. 빅키가 권하니, 나는 무조건 좋다고 했다. 빅키는 자신이 사는 RV PARK에 모임의 장소가 있다면서 모두 하나씩 들고오는 Potluck으로 하면 될것 같다고 했다. 며칠후 참석여부와 가져올 음식을 적는 노트가 사물함에 있어서 나는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RV Park에 산다는 빅키의 삶도 궁금했다. 소유한 것을 줄여 노년의 삶을 RV Park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가까이에서 본적은 없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장소가 바뀌었다. 빅키의 건강이 안좋아 폐검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 부담이 될 것이라며 캐쉬어 경력이 대단한 앤이 자신의 집으로 오라 하였다. 


그렇게 캐쉬어중 10명이 모여 크리스마스 파티를 가졌다. 모두 작은 선물들을 가져와서 그것이 무엇인가 했다. 나는 전해 듣지 못했는데, 선물교환용으로 작은 선물들을 가져온 것이다. 나는 빠지겠다고 했는데, 극구 같이 하게 했다. 카드 게임을 해서 선물을 골랐다가, 마음에 드는 선물로 바꿔오는 그런 게임이었다. 받고 빼앗기고 하다가 마지막에 하나 가져오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 선물은 모르지만, 나는 내 선물이 마음에 들었다. 크리스마스 장식품이었는데, 큰 장식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기분을 내는 데는 그만이었다. 조금은 민망한 선물교환이었지만 모두 불편하지 않게 나를 챙겨줬다. 그자리에는 내가 모르던 전직원, 캐쉬어 매니저였다는 레베카도 와있었다. 화려한 가짜눈썹을 붙인, 그녀를 만나 반가웠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 이야기를 했다. 일을 아주 잘했다고. 그녀는 "장애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화려한 눈썹은 크리스마스 특별 화장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장소를 빌려준 앤은 캐쉬어 일을 27년째 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슨 일이든 그녀를 통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 최근에 손자를 본 그녀는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녀의 남편 사업체가 집뒤에 있었는데, 눈치우는 상당한 규모의 회사였다. 트랙터가 여러대 주차되어 있다. 그녀 집 또한 꽤 넓어서 여러 사람 모여서 파티하기에 충분했다. 캐쉬어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앤은 27년이 되었다지만, 그다지 많이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같은 시간 출근, 퇴근하는데 풀타임인지는 잘 모르겠다. 연수가 오래되었으니 그럴 것이라 짐작해본다. 자주 바뀌는 그런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오래 일한 사람들이 많음이 놀랍다. 일의 속성상 서로간 커피한잔 편하게 나눌 시간이 없는데도, 친분이 쌓인다.


이번에 나는 빅키와 앤, 그리고 내게 친절했던 중국인 마틸다에게 카드를 썼다. 모든 사람에게 쓰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하여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세사람을 골랐는데, 그 카드를 주다가 들켜서, 그 옆에 있는 두어명에게 또 카드를 썼다. 그런데 그런 일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사장에게도 주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고, 또 한장의 카드를 써서 주고나니, 아첨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 사장에게는 다 좋은데, 직원들 월급을 조금 더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 삼켰다. 


카드 세트를 선물받고, 그 카드를 잘 사용하겠다고 한번 본 그녀에게 짧은 편지를 보낸후 그 일은 나의 숙제가 되었다. 크리스마스에 카드를 정성껏 쓴적은 어릴때 빼고는 거의 없었다.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중에서 카드 보내기가 남의 나라 문화여서 친근하지 않았고, 한번 마음에서 떠난 카드쓰기는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는듯 보였다.


그랬는데, 카드가 내앞에 있으니, 이 카드를 받을만한 사람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일터에서 만난 사람외에 옆집 젠도 떠올랐다. 젠은 우리가 이집을 보러왔을 때부터 우리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그녀는 내게 크리스천이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좋아한다. 하나님께 이웃에 크리스천이 오기를 기도했다고 했다. 옆집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볼수는 없어서 어쩌다 마주치면 짧은 대화를 한다. 그래서 카드를 써서 그 집의 우체통에 넣었다. 


사촌오빠에게도 한번 적어봤다. 넘치게 베푸는 오빠에게 마음을 담아 카드를 썼는데, 그걸 전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러다가 지난 1월1일 떡국과 세배 행사후에 헤어질 때쯤 오빠에게 전해줬다. 그 다음날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에 받은 카드선물이 좋단다.


총 12장의 카드를 썼는데, 3장을 제외하고는 받는 사람에게 어느정도는 기쁨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앤은 "가장 좋아하는 카드"였다고 웃으며 말해줬다. 


이번 크리스마스 즈음해서는 마음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너무 멀리 있고, 혹은 만날만큼 간절하지 않은 이들과는 카톡대화로 대신했지만 말이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만나는(소통하는) 빈도, 마음의 크기는 비례한다는 것이 2023년을 결산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고, 감당할만큼 소소한 규모의 인간관계여서 다행이다 싶었다. 만날 사람은 만나졌고, 소통할 사람은 소통이 되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것이 당연한듯하나, 감사했다.



작가의 이전글 고해성사를 먼저 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