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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잃은 개를 만나고

"행복한" 이야기를 마치며

by mindy

갈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트레일 "The Glen"은 부루스 트레일에서 옆으로 퍼진 사이드 트레일로 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Grey Sauble 자연보호구역 안에 있다. 미미는 하고싶은 일이 많았는데 그중에 산행도 있었다. 함께 있는 2주 동안 나의 스케줄이 허락하는 대로 함께 나갔는데, 더 그렌은 꼭 데리고 가고 싶었다. 산행에만 4시간 정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발걸음은 아니다.


도착해서 보니 여느때처럼 한가했다. 유명세가 없어서 그래, 하면서 밖을 보는데 차 두대가 있었는데, 한사람과 그옆에 개 한마리가 배회하고 있다. 아니, 개를 목줄을 하지않고 데리고 오면 어떡해, 하면서 내리기를 주춤하는데, 남편이 일단 내리자고 해서 엉거주춤 밖으로 나갔다. 우선 등산 스틱을 꺼내려는데, 벌써 개가 우리곁으로 다가들며 으르렁거린다. 저앞에 서있는 남자가 개를 오라고 부르는데, 말을 듣는 것 같지 않다. 분위기가 심상치않아 보인다.


그 남자는 우리를 향해서, "나는 저 개 주인이 아니다. 길을 잃은 개여서, 차에 치일까봐 걱정되어 개를 돌봐줄 동물보호협회등을 알아보고 있는중이다. 일요일이라 잘 연결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때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사납게 생긴 개는 주인을 잃어버려서 더욱 날뛰고 있는것 같았다. 우리곁으로 개가 다가온다. 그 자리에 얼어붙어 사색이 되어간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물어뜯을 것 같은 형국이었다.


나는 한걸음도 옮길 수 없었다. 남편은 그냥 트레일로 걸어들어가자고 한다. 동생은 말없이 살금살금 걸음을 옮긴다. 나는 남편에게 도로 차에 타자고 몇번을 말했지만, 남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 남자는 그냥 천천히 걸어가라, 내가 달래고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그래서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 나는 남편에게 개에게 눈빛도 주지 말라고 속삭인다. 도발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조금씩 걸음을 옮기는데, 개가 무섭게 짖다가 남자가 부르자 그쪽으로 간다. 그렇게 우리의 트레일은 시작되었다.


한 10여분 갔을까. 한 남자가 심각한 얼굴로 전화기를 들고 내려온다. 엇갈려 가려는 찰나, 검정개를 보지 못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트레일 입구에 개가 있고, 한 사람이 케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1시간여 동안 개를 찾아 헤매고 있는 중이란다. 나를 잃어버려서 개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면서, 착한 녀석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나쁜 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을 알았던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셋다 개에게 물린 경험들이 있었다. 동생은 트레일 입구에서 개가 엉덩이를 살짝 건드렸는데, 너무 놀라서 실례(?)를 했다고 해서 우리 모두 웃었다.


이 사건은 꽤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다. 첫번째는 가던 길을 멈추고, 개를 보호소에 넘기던지 하려고 애쓰고 있는 남자(차안에는 여자가 타고 있었다)의 순수한 도덕적 책임감, 서로를 찾아 헤매는 개와 주인남자, 그들의 상봉을 확인하진 않았어도 잘 만났으리라 생각됐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또하나의 차는 개 주인의 차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개는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지도. 주인은 개를 믿고 사람이 없는 트레일에서 자유를 주고싶어 목줄을 풀었겠지만, 그 자유가 서로를 헤어지게 할줄은 몰랐을 것이라는 점. 주인잃은 개에게 자유는 다른 사람들에겐 위협이며, 그개는 들개가 되거나, 차에 치이거나 회색 미래에 봉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현장을 떠나자는 나의 말을 따르지 않고, 용기를 내어 남편말을 들어서 동생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바위 협곡 탐험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것등이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이때 쓰이는 걸까.


바위협곡은 언제나처럼 우리를 반겨줬다. 삐딱하게 박힌 바위옆에서 바위를 받치고 있는 모양을 하며 사진도 찍고, 바위에 피어난 이끼와 작은 풀들도 만났다. 또 가장 즐거웠던 일은 햇빛이 드는 산속에서 가져온 보온병 물로 컵라면을 함께 먹었던 일. 배낭에 들어갈만한 작은 의자를 두개 장만하고 한번도 쓰지 않았는데, 남편은 3개의 의자를 가져왔다. 분명히 2개 산 경험이 있는데, 어떻게 동생것까지? 우리 둘다 왜 3개의 의자가 창고에 있었는지 지금껏 생각해낼 수 없다. 어쨌든 엉덩이만 살짝 걸치는 산행의자에 앉아서 따뜻한 사골국물 컵라면을 먹으니, 동생은 귀한 음식을 먹는다며 즐거워한다. 컵라면에 따뜻한 차 한잔까지. 동생에게는 이것도 첫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에서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는 것은 얼마나 뿌듯하고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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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렌은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바위협곡이 1km 이상 이어져 있다.


그 다음날은 워터루 동생도 합류했다. 아침일찍 길을 떠나 Bruce Cave를 향해 4명의 하이커가 도전했다. 부루스 케이브는 그 모양만으로 또 환상적이다. 케이브에서 멈췄다가 사이드 트레일로 들어가면, 케이브가 형성된 바위옆으로 돌게 된다. 조금 험하지만, 바위를 타는 맛이 난다. 걷기를 힘겨워했던 남편이 처제들이 와서인지 기운도 나고, 더 씩씩해진다. 이날 점심으로 컵라면을 챙겨갔지만 먹을 의향들이 없어서 그냥 차만 한잔 하자고 했다. 숲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신다. 앞으로 전진하다가, 한번은 쉬어야 한다. 그래야 전진했던 시간들이 의미있었음을 되짚게 된다. 차한잔의 쉼이 있었기에 따뜻한 온기로 그날의 탐험이 기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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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스 케이브, 밑에서 촬영된 사진이 많아서, 긴다리 모드가 되었다.^^


내려오는 길은 죠지언 베이 호숫가를 돌면서 내려왔다. 작은 도시의 비버리힐스에 해당하는 코블 비치 골프코스와 리조트, 그리고 그 안에 형성된 마을을 둘러봤다. 이 골프장은 헬기로 오는 골퍼들이 있다는 소문도 있는 아주 비싼 골프장이다. 골프타운이 들어선 것을 몇년전에 보았는데, 큰 마을이 되어 있는 것을 이번에 봤다. 골프회원권 혜택등의 조건을 내걸고 입주자를 모집하는 것 같다. 그들만의 세상을 잠시 엿보고 내려오는 길에 동생들이 좋아했던 곳은 죠지언베이 호수가 바라다보이는 작은 쉼터였다. 그날의 날씨, 물빛, 그리고 우리들 모든 것이 잘맞는 화음처럼 조화를 이뤘다.


KakaoTalk_Photo_2025-12-12-06-12-48.jpeg 각자의 모양대로, 닮은 데가 없는 딸들인데, 케이와 미미는 닮은편이다.


미미 동생은 우리집에 있을 때마다 특별 집중 치료를 받았다. 오른쪽 어깨가 많이 아프다고 했다. 카페 공차에서 무거운 가루음료 재료를 내리는 등 감당이 안되는 일을 하다가 시작된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의 침치료에 아픈 기색없이 치료를 잘받는다. 치료중에는 우리는 그당시 챙겨보던 드라마 "대기업 김부장"을 같이 시청했다. 침치료를 하면 전기자극도 함께 하는데, 이것이 너무 세면 통증을 느끼게 된다. 나는 침을 꽂을 때도, 전기자극을 받을 때도 "아파, 하지마" 등을 남발하기 때문에 "불량환자"로 찍혔는데 동생은 남편의 치료에 불평 한마디 안할 뿐더러 다음날이면 한결 좋아졌다고 하니, 남편이 지극정성 치료를 해줬다. 전기파스(?) 치료도 있는데 그것도 처음에 살에 대면 차가워서 나는 소리치고 도망가는데 비해서 동생은 저항하지 않고, 치료자가 하라는 대로 말을 잘듣는다.


손가락이 잘 안굽혀진다고해서 그곳도 치료를 했는데, 나중에 미국에 가서 펴지고 부기가 빠진 손가락을 찍어올리면서 "형부 최고"라고 하니, 동생을 잘 치료해줘서 고마워, 내가 인사를 했다.


동생은 우리와 있는 동안은 산행과 치료에 힘을 쏟았고, 내가 일하는 동안에는 조앤언니와 함께 있으면서 언니가 좋아하는 중고매장을 많이 다니면서 캠핑용품을 구입하는 것같았다. 오웬사운드에는 큰 중고매장이 3군데나 있어서 잘 찾으면 득템의 기회들이 많다. 조앤언니네 있는 것들을 보면, 품질이나 모양면에서 감탄할 만한 물건들이 많은데, 거의 다 그런 곳에서 구입했다고 보면 된다. 동생은 혼자서도 쇼핑도 잘하고, 우리 삶의 일정에 최대한 동조하면서 캐나다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동생도 나도 지금은 새로운 국면에 빠져있다. 어쩌면 "행복"과는 거리가 먼, 큰 과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건 한두마디로 설명될 수 없기에 이 이야기는 따로 하기로 하자.


이 연재물의 제목 "우리는 행복한 이씨네 딸들입니다"에서 호기롭게 써넣은 "행복한"이라는 단어가 계속 생각났다. 과연 그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가,라는 자문이었다. 그 단어안에 갇혀있게 되는 건 아닌가 등등.


"행복한" 이라는 단어도 나만의 글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매들을 글에 끌어들였기에, 그 단어의 무게를 같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서 사용하기로 했다. 어쩌면 이 연재글들은 "제목" 때문에 큰 도움을 받았다. 그녀들과의 좋은 추억들을 조금 더 부각하게 됐다.


그리고 "행복"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진행형이 아니라, 나른하고, 충만한 봄날의 햇빛 같은 감정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행복한"을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글의 제목으로 썼다.


이번에는 한국에 있는 자매들의 이야기는 빠졌다. 시카고 여행이 기반이 됐기에, 이곳에 있는 자매들에게 집중했다. 시카고 여행에서 시작된 일이 캐나다 여행으로 까지 남북(?)을 오가며 함께 했던 시간들에 관한 기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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