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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서 즐거운 스포츠와 쇼핑

트레이더 조스의 쇼핑백

by mindy


이 연재의 시작은 시카고 여행이었다. 무얼 하고 놀았는지,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조금 더 들어갈 필요가 있다. 기억의 저장고, 사진을 보면서 환기를 시키는 중이다. 시카고 가는 길에 내 눈을 잡은 것은 하늘이었다. 가을의 청명함과 흰구름은 그날의 바람결, 습기 그리고 움직임에 따라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운전대를 넘겨주고 나서 창밖을 보면서 구름에 빠져든다. 하이웨이 옆에 가끔씩 나타나는 Rest Area(휴게소)는 낙엽이 소복이 쌓여 운치를 더하고, 여행자를 맞는 낮은 지붕 건물이 친근하다. 화장실과 가판대의 스낵 코너등 기본적인 것만 갖춘 휴게소는 밤길 운전자의 하룻밤 잘곳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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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Photo_2025-12-03-01-47-36.jpeg 하늘의 구름과 휴게소


단체로 "눈썹 문신"을 한 그날부터 눈썹 진한 자매들이 시카고 동네를 휘젓고 다닌다. 제부가 일하는 대학교의 한 건물 정문에는 다른 데서는 볼수 없는 사인이 붙어있다. 금연 표지판 밑에, 권총 소지 금지 사인이 그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 총이 허용되는 나라에 있다는 실감이 난다.


KakaoTalk_Photo_2025-12-03-01-39-53.jpeg 대학 건물 입구에서 만난 총금지 사인판.


그 학교, 식당이 있는 큰 건물의 한 곳에는 탁구대가 놓여있다. 오고가며 누구든 즐길 수 있게 되어있는 점이 신선했다. 왕년에 탁구를 했지만, 이제는 굼뜨고 제대로 받아쳐내는 데도 힘이 든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탁구를 가르쳐주셨다. 초등학교 탁구실을 담당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혜택을 딸들 모두가 받은 것은 아닌지, 막내는 그날 처음 탁구를 쳐본다 했다. 이제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대학교 건물에서 깔깔대며 탁구 삼매경에 잠시 빠졌었다.


시카고의 큰언니 제인 언니네를 방문하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대학교에서 조금 지체됐고, 캠핑에 필요한 것들을 조금 더 사고, 미미 동생네가 작년에 문을 연 카페 "공차"도 방문하다 보니, 가기로 한 시간에 맞추지 못했다. 바니 동생은 몇번이나 늦는다고 전화를 넣었다. 언니네 집에 도착하니 거의 2시간쯤 지나 있었다. 세째언니는 형부가 많이 화나신 것 같다고, 도착하는 우리들을 맞으며 말한다. 오죽하면 집밖으로 나와 있었을까.


우리는 형부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기어서 왔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늙은 처제들의 응석에 형부도 어쩌지 못하고 얼굴을 바로 펴셨다. 80 가까이 되어가는 형부는 노인의 느낌이 나지 않는 그런 분이다. 며칠동안 제인 언니가 아파서 식사도 못하고 고생했다고 한다. 옆에서 병간호하느라 힘드셨다는 이야기도 전해듣는다. 그러고보니 언니의 얼굴빛이 좋지 않다. 노인들이 더 바쁘다는데, 그 시간을 가볍게 여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하기 위해, 아침 문신부터 시작하여, 늦게 된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을 했다. 언니 형부의 시간에 맞추어야 했는데 하루종일 기다리게 한 셈이 되어 죄송했다.


언니와 형부는 높지 않은 콘도에 살고 계셨다. 2층에 우리들을 데리고 가셨는데, 그곳엔 작은 백화점이 입점해 있다고 할까. 오랫동안 골프를 치신 두분은 골프옷, 골프용품뿐 아니라 살면서 모아놓은 가방, 의상, 신발등 액세서리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중에서도 언니가 우리에게 주려고 한군데 쌓아놓은 것만 한 보따리다. 찰나의 선택이 소유권을 인정받는 눈치싸움, 우리들은 서로 날치기하면서 좋은 것을 차지하려고 혈안이 된다.


언니의 놀이터, 옷수선하는 재봉실이 한곳에 있었다. 언니는 본인의 옷은 대부분 고쳐입는다고 했다. 골프외에 언니가 시간을 보내는 곳이란다. 언니 형부가 우리를 데리고 간 한국식당은 불판 오징어구이, 아구찜등 캐나다에서 맛보지 못한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두분과는 서울살이때부터 내가 붙어있었기에 인연이 깊다. 나는 큰언니, 둘째언니, 세째언니(제인) 집을 전전하며 서울살이를 했는데, 내가 그곳에 있을 때, 그 가정이 가장 힘들때 였던 것 같다. 미국이민을 기다리던 그 시절, 한동안은 형부가 일이 없어서 집에 있었고, 언니는 보험회사에 근무했다. 나는 그 집안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을 나갔던 적도 있었다. 겨우 한달 정도 였던가. 아주 작은 돈을 마련해서 월세로 한달을 살았던 것 같다. 언니와 형부의 사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두사람보다 더 힘든 사람이 어디 있었을까. 나는 곁에서 도움이 될 생각은 못하고, 언니네서 탈출할 생각만 했다. 그렇게 해서 결혼하지 않은 자매들이 살 작은 아파트를 얻어서 나오게 된다. 제인언니는 미국으로 이민오면서 형부의 조용한 내조자로 삶을 살아냈다고 본다. 흑인이 많은 동네에서 좀도둑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사업을 일으킨 두분에겐 더 많은 사연이 있을 것이다. 언니 입에서 형부에 대한 불만을 들은 적이 없다. 돌아가신 엄마는 세째와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안부전화도 항상 사위가 함께여서 몇마디 하면 더 할말이 없다며, 서운해하기도 하셨다.


이번에도 제인언니와 따로 보내는 시간은 없었다. 형부는 처제들이 나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어, 하면서 이야기를 하셨는데, 언니를 위해서 청소등 모든 일을 맡아하신다고 하셨다. 권위적인 남편이 아니라는 말씀이셨다. 골프치러 갈때도 모든 장비를 다 챙겨주고 언니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면서, 매일 무엇인가를 잊어버리는 것도 언니의 특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씨네 자매들은 천재가 아니면 바보가 틀림없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덜떨어지는데 어떤 면에서는 예리하다고 말해 우리가 맞장구를 쳤다. 지금은 아들에게 많은 것을 상속하고, 아들의 효도를 받으면서 살고 계신다. 얼마전에 언니는 형부가 차려준 생일상이라며, 가족방에 자랑을 했다. 처음 얻어먹어보는 미역국이 있는 제대로 된 생일 상이라고 했다.


우리가 여행중일 때 언니 부부도 서부로 아들의 비지니스 여행에 동반해서 떠났는데, 그런 호화로운 호텔에서 처음 자보고, 좋은 구경 다 하고 있다면서 최고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고 카톡이 왔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언니만의 이야기를 들을 날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감추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속짐작하지만, 실상 보이는대로 바람직한 노년의 시간들을 누리고 있는 것도 같다.


동생 미미가 만나는 사람들을 볼 기회도 있었다. 세째날 아침, 피클볼 연습이 있다고 우리도 함께 가겠냐고 동생이 물었다. 시카고에는 많은 한인 동우회가 있다고 한다.(아마도 토론토에도 있을 것이다) 동생이 속한 피클볼 동우회 연습장에 아침일찍 찾아갔다. (앞에서도 언급했었는데) 회원들이 한군데 자리를 내주어서 4명의 자매들이 복식으로 붙었다. 피클볼은 테니스와 비슷하지만, 규모가 축소되어 초보도 접근하기 쉬운 운동이었다. 우선 작은 라켓과 구멍이 있는 가벼운 공이어서 받아치기 쉬웠다. 미국의 두 동생은 아주 잘 쳐서 보기에 좋았다. 자매들이 여행지에서 에너지가 충천하여, 무슨 일이든 해보려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그후로 동네 피클볼 연습장에 한번 더 가려고 했지만, 일정 때문에 그걸 해보진 못했다. 가벼운 라켓과 공, 야외에서 즐기는 피클볼의 매력을 맛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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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볼 클럽을 방문하여, 한 게임 하는중.


자매들과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중엔 쇼핑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미국에 오면 아울렛 몰 쇼핑만 했던 것 같은데, 그 몰이 거대하여 어느 상점을 가야할지 헤맸었다. 이번에는 여러 곳중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을 골라서 갔다. 첫번째로 갔던 곳이 REI 매장이었다. 조앤언니는 집에도 차에도 딱딱한 침대(평상)를 가지고 있는데, 그 위에 깔 슬리핑 패드가 REI 것이어야 한다는 바니 동생의 조언이었다.


그곳에서 언니와 동생 모두 슬리핑 패드 한장씩을 구입했다. 돌돌 말아서 보관하고, 사용할 때 마개를 풀어놓으면 자동으로 공기가 들어가는 자동팽창식 패드와 공기를 불어넣는 베개등을 구입했다. 다른 제품보다 동생은 몇년간의 사용경험으로 REI Campwell 이라는 패드를 추천해줬다.


이름도 잊었지만 값싼 옷을 파는 곳에 가서, 나는 가볍게 입을수 있는 바지를 세장이나 구입했다. 그리고 중부시장이라는 곳을 갔는데, 그곳은 마치 우리가 한국에 간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니 동생은 자신이 쌓은 포인트로 한턱을 쏜다면서 포인트로 살수 있는 주방기기쪽으로 우리들을 데리고 갔다. 한국산 냄비, 후라이팬등이 있었는데 마음껏 고르라고 했다. 하나씩 골라들고 계산대에 갔더니, 동생의 남아있는 포인트는 겨우 하나를 살수 있을까 말까한 포인트인 걸 발견했다. 미미 동생이 가만 있어봐, 내게 포인트가 많을 거야, 하면서 자신의 포인트 카드를 주니 우리들이 하나씩 고른 것들을 다 살수 있었다. 바니 동생이 기쁨으로 얼굴이 발개져있다가, 당황한 얼굴이라니. 미미 동생이 없었으면 우리는 좋다말뻔 했지만, 공짜에 눈이 멀었던 우리 모두의 얼굴과 그애의 얼굴이 겹쳐보이며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다. 그리고 포인트로 막 퍼주는 중부시장의 스케일에 놀랐다.


메이커를 저렴하게 파는 신발가게에서는 미미 동생이 신은 스케쳐 신발을 내가 신고, 내가 산 것을 미미에게 주었다. 동생은 얼마전에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저렴하게 사느라, 한 사이즈 큰 신발을 사서 신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신어보니 내게 맞아서 나는 그애 것을 신고 그애에게 새 신발을 사주었다. 주고 받고 그런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또한군데 COSTCO에 가서는 어린이옷 코너에서 두툼한 분홍색 자켓을 내가 발견했다. 처음에는 모두 별스러워하지 않다가 하나씩 걸쳐보니, 그럴싸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가격. 아이들 옷이라 그런지 12.99달러여서 겨울에 집에서 입고 있어도 따뜻하고 좋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5 자매가 모두 같은 옷을 구입했다. 이번에는 미미 동생이 결제했다.


KakaoTalk_Photo_2025-10-19-15-16-15.jpeg 단체복을 마련했다.


또 한군데 Trader Joe's 라는 그로서리 가게를 가봤다. 회사의 브랜드 이름을 단 여러가지 물건들이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Trader Joe's라는 이름을 기사에서 읽은지라, 무엇하는 곳인지 궁금했다. 트레이드 조스에서 직구입한 물건이 마약성분이 검출되어 봉변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문제의 "everything but the bagle"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양념(?)도 볼 수 있었다. 양귀비 씨앗이 포함되어 한국에서는 반입금지 품목이라고 했는데, 트레이더 조스의 물건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동생은 조카들은 이 제품을 알테니, 가져가보라고 주어서 2병 가져오기도 했는데, 어느곳에 써야할 지 몰라서 부엌에서 잠자고 있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며 트레이더 조스에 대해서 불순한(?) 제품을 파는 곳인가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트레이더 조스가 어떤 곳인지, 내가 가진 작은 정보로 부정적으로 그 회사를 규정할뻔 했던 것을 교정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각종 제품을 팔고 있었고, 특별히 이 회사의 쇼핑백(tote bag)이 유명해서 물건이 들어오는 날은 줄을 서야 살 수 있다고 했다. 큰 것은 구하기 어렵지는 않지만, 작은 것은 개인당 살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동생도 캐나다 딸의 부탁으로 이 쇼핑백을 사려고 줄을 섰다고 말했다. 우리가 간 날은 큰 쇼핑백만이 있었다. 동생이 사주어서 3개 가져왔는데, 나도 이것을 들고 운동할 때 가지고 다닌다. 트레이더 조스 그로서리 스토어가 캐나다에는 없는데, 이 가방을 든 사람들은 종종 만난다. 유행이라는 것이 나라를 넘어 퍼지고 있는 것을 본다. 온타리오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서 쇼핑갈때 자신의 가방을 가져간다. 그렇지 않으면 손에 들고 오던지 해야하기에 쇼핑백은 필수가 되어간다. 그렇게 쓸수도 있지만, 식료품등을 담으면 금방 헤지고 낡아질테니, 조금은 다른 용도로 쓰게 되는것 같다. 두툼한 마대 스타일의 질감이 좋아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작은 토트백은 패션 개념으로까지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앞뒤로 주머니가 있어서 그것도 나쁘지 않다.


KakaoTalk_Photo_2025-12-03-01-39-23.jpeg 트레이더 조스의 쇼핑백. 이것이 왜 그리 유명한지는... 두 종류가 있는데, 이것보다 더 작은 것이 유명하다고 한다.


아 그리고 아이키아도 방문했다. 캐나다에도 있는데, 사실 찾아갈 기회를 갖지 못했었다. 오래전에 가보고, 한동안 가지 못했던 그곳을 가서 샅샅이 훑었다. 나는 이불보와 핸드폰 홀더를 언니는 오리털 이불속을 샀다. 쇼핑 DNA는 잠들었다가도 언제든 깨어나, 소유욕구로 불타오르게 한다. 미국돈으로 하면, 캐나다보다 물건값이 싸게 느껴진다. 무언가 살때가 되면, 동생은 캐나다돈으로 환산해줘서 찬물을 끼얹고 했지만, 본인도 꽤 많이 장만하더라. 정관장에 들러 홍삼 몇박스도 구입했다. 애들에게 주고,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사용할 거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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