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긴 강에는 괴생명체가 산다고?
자꾸 네가 생각났다.
너를 모르는 그들에게 너를 흉보고 나니, 자꾸 뒤가 켕겼다. 스스로 변호하지 못하는 너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한번 더 너를 쓰다듬듯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날의 나는 너의 물색 때문에 너를 너무 깍아내렸다. "물"은 "색"이 생명이라는 둥 하면서. 카누를 타면서 네 모양이 불 품 없다고 흉봤다. 물이 탁하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너는 모양이 어떻든 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며, 기온에 따라, 풍향에 따라, 수심에 따라 갖가지 모습으로 변한다. 어느 한날, 나의 눈에 잡힌 너를 무시한 것은 나의 실수다. 이렇게 스스로 일을 벌였으니, 네가 생명은 아닐지라도 미안함을 전하자. 인간관계에서도 자주 하는 실수를 네게 했다. 그리곤 마음앓이를 한다. 반론을 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비판은 더욱 정중해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서긴(saugeen) 강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며칠 전 카누 트립을 하면서, 강이 인기 없는 이유가 있다는 둥, 곱게 말하지 못했다. 사람에게 한 건 아니지만 그 내용이 자꾸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안에 살고 있는 물고기, 제집인양 떠다니는 물새들, 강에서 서식하는 많은 작은 동물들은 어쩌라고 나는 서긴 강을 평가절하했는가. 제 몸을 내줘 카누 여행하게 해 줬는데, 고마움을 먼저 표현했어야 했다. 서긴 강은 166km에 달하는 강물이다. 여러 마을을 거쳐 흐른다. 폭포가 있는 곳이 아닌, 카누로 적당한 구간은 102km에 달한다고 한다. 봄, 여름, 가을 풍광이 다를 것이다. 나는 고작 11.5km를 돌파했을 뿐인데,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카누 미래에 부정적 시선을 던졌다. 나 또한 이 강물에 덧대어 사는 사람으로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카누 루트에는 여러 캠핑 사이트와 공원들을 지난다. 본격적인 카누 이스트들은 곳곳에서 캠핑을 하면서, 카누 트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 아저씨는 자신은 역으로 노를 저어 다음 마을에 갔다가 돌아오기도 한다고 한다. 어느 날 산책길에서는 수영하는 아이들을 보기도 했다. 수영하기에 괜찮은 것 같다. 개를 끌고 나와 함께 물놀이하는 부부도 보인다. 강가나 배 타고 낚시하는 사람들과 강둑을 산책하는 마을 사람들까지 이런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서긴 강에는 매우 특별한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정체불명의 생명이 서긴 강에 산다는 말씀.
이건 페이슬리를 떠도는 "아니면 말고" 이야기인데, 꽤 이에 천착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긴 강에 사는 괴생명체가 다른 마을도 아니고, 페이슬리에서만 산다는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다. 이 동화에는 근거 사진도 있고, 증거자료를 들이대기도 한다. 사실일리야 없지만, 그래도 마을을 좀 더 신비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마을 화가인 신디는 이 괴생명체, Saugie(서기)를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현실주의자인 나는 그 말을 믿지는 않지만, 어떠랴. 사실 서긴 강에 대한 미안함이 들 때부터, 어쩌면 "서기"가 내게 보내는 신호였는지 모른다. 내가 집으로 삼아 살고 있는 이곳을 네가 그렇게 말하면 못쓴다 하면서.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하고, 어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서기가 있는 서긴 강을 무시했더니, 내 마음이 그렇게 안 좋았나 보다.
나도 떼지어 가는 물새 무리를 보고 저거 "서기"아니야, 농담한 적도 있다. 이 사진도 설명하자면 앞에 있는 새만 머리를 들고, 나머지는 고개를 숙여 먹을 것을 찾고 있다던가 하는. 아니면 어미새가 끌고 가는 한 무리의 새 가족이었겠다고 나는 짐작한다.
서긴강가 곁으로 꽤 간격을 두고서 둑방이 세워져있다. 강물이 범람해 마을이 물에 잠기곤 했기에 마을사람들이 돈을 모아 둑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둑방을 쌓은 북쪽 강가쪽으론 강물이 범람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쪽으론 길이 잠기고, 집들도 잠긴 적도 있었다. 이 둑방길은 마을사람들의 산책로로 이용된다.
새벽에 눈이 떠진 어느 날,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둑방 근처 다리에 다다르자 강쪽으로 흰구름이 자욱하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강물이 수증기로 증발하고 있었다. 그 모양이 연기가 자욱한 화재의 현장 같기도 하다. 두런거리며 하늘로 올라가는 무리들을 제대로 보려 발걸음을 서두른다. 매일 보던 풍경도 이렇게 미명에 마주 대하니 또 다른 말을 나에게 준다.
강둑은 작은 개천을 사이에 두고 긴 두 개의 반 타원형으로 이뤄져 있다. 두 번째 강둑까지 가야, 강가 쪽으로 내려갈 수 있다. 강둑을 재빠르게 걷지만, 안개구름도 내 속도보다 빨리 하늘 한구석으로 사라져 간다. 안개가 수증기가 되어 이슬로 내려앉은 길을 걷다 보니, 평소에 안보이던 거미줄이 보인다. 가지고 나온 사진기를 들이대 보지만,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
며칠 후 새벽에 한번 더 나갔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수증기는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날의 풍경도 비슷하였고, 나는 내게 있는 모든 렌즈들을 다 가지고 나갔다.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이리저리 렌즈를 바꿔보며 열심히 찍었다. 미세한 거미줄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대형 거미는 살지 않는 듯, 아주 세미한 거미줄이 온 수풀을 수놓고 있다. 대형 거미가 줄을 치기에는 키만 큰 잔디와 수풀이 감당하지 못하기에 어린 거미들의 집짓기 연습장소였을지도 모르겠다.
아침나절 서긴강 풍경을 올리고, 서긴 강에 사과하려고 글을 한편 "짓다"가 "서기"를 만났다. 숨어있다 튀어나온 것처럼, 나의 집 서긴 강을 잘 소개해달라고 내게 속삭인 것 같다. 괴생명체가 아니라, 귀여운 도깨비라고 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