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인 줄 모르는 길은 희망과 상상으로 가득 차 오히려 영원할까
출국문제를 끝내고 드디어 엄마와 아빠를 보러 간다.
엄마가 걸었던 수색대를 지나, 터미널을 지나, 비행기에 올라 그렇게 하와이로 간다.
비행기에 앉아 가만히 있자 하니 사고 당일에 입고 있던 그 옷을 여태껏 입고 있단 사실을 깨닫곤 쓴웃음이 나온다.
미디어가 현실 회피를 위한 도구라던데, 딱 내가 그런 모양새다.
온전히 현실을 마주하기가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무언가를 본다.
비행기에서도 최대한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골라서 봤다.
보다가 오래간만에, 덕분에, 잠에 들기도 했다.
긴 긴 비행 끝에 하와이에 도착했다. 습하고 따뜻한 공기가 하와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창밖에 보이는 제법 외국스러운 울창한 낯선 나무들과 하와이 옷을 입고 꽃목걸이를 걸친 다양한 사람들.
여행이라 하면 설레었겠다. 우리 엄마는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신나 했겠다.
갖은 상상들이 내 목구멍을 자꾸만 턱 턱 막히게 했다.
엄마가 걸었던 그 길을 12시간 동안 따라 걸어오니
공항 앞에 주차된 작은 차에서 아빠가 수척해진 얼굴로 팔 벌리며 우리를 맞이해줬다.
그리도 보고 싶던 아빠다.
이제는 홀로 서있는 나의 아버지였다.
그렇게 모든 가족들과 함께 엄마가 있던 호텔에 왔다.
엄마가 밟은 모든 자취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
엄마가 봤을 풍경들, 공항 수속을 거쳐 이렇게 숙소까지 왔다.
우리 엄마 신나기만 했을 거란 생각을 하면 다시 가슴이 너무 아프다.
엄마는 끝이 끝인 줄도 몰랐을 거라는 사실이 그게 참 아프다.
호텔에 들어섰다.
상상 속 되게 무섭던 수영장이 생각보다 되게 작았다.
작고 짜증 나게 예뻤다.
이곳은 평화로운 곳이었다.
호텔 사람들도 너무 다정했다.
우리에게 무한히 서비스해줬다.
I’m sorry를 연신 외치며 안아주셨다.
눈으로 함께 슬퍼해줬다.
함께 눈물 흘려주셨다.
계속 계속 마음 쓰며 도와주셨다.
엄마... 이곳은 참 평화로운 곳이네
다행히도 평화로운 곳이야
그날 밤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있어서 그런가, 오래간만에 또 잘 잤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니 늦잠쟁이인 아빠가 벌써 일어나 있었다.
아빠가 햇살이 눈부신 아래 호텔에서 저 해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빠를 따라서 뒤늦게 아빠를 향해 뛰어갔다.
뛰어가는데 내가 영화 속을 뛰는 것 같았다.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풀도 나무도 하늘도 바다도
너무 아름다워서 기가 막혀 눈물이 저항 없이 쏟아졌다.
아빠한테 가서 울면서 숨을 고르면서 얘기했다.
“아빠 여기 뛰어오는데 너무 아름답다. 여기 너무 예쁘다. 너무 영화 같아”
아빠도 내 마음을 알아들었는지 눈을 손으로 가린 채 함께 울었다.
엄마의 휴대폰 속 마지막 사진은 늘 그랬듯 참 예뻤고,
엄마의 생의 마지막 장소는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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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너무 너무 많이 사무치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