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조지아 초콜릿이 2.69리라에 팔고 있다. 그런데 2.69리라...? 조지아로 어떻게 읽지?
상상도 못 했던 조지아의 독특한 숫자 세는 방법
문득 예전 JTBC의 <비정상회담>에서 프랑스 대표 오헬리엉이 프랑스식 숫자 세는 법을 알려줬던 것이 생각난다. 오헬리엉은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에서 (숫자 세는 법은) 완전 수학을 하는 느낌이에요."
그러니까, 프랑스에서는 수학 공식처럼 독특한 방법으로 숫자를 센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80을 말할 때 '4X20'과 같은 공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99는 무려 '4X20+10+9'로 말한단다!
그때는 뭐 그렇게 어렵게 숫자를 말하나, 역시 한글이 짱이야!라고 생각하며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내가 바로 그렇게 숫자를 공식처럼 읽는 나라로 가게 됐다.
조지아어로 숫자 세는 법은 프랑스어보다 어려우면 더 어려웠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마세요, 조지아어 숫자 읽기
조지아에서는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20진법을 이용해 숫자를 표현한다.
1부터 10까지는 이 정도쯤이야 하고 만만해 보인다(이마저도 외우는 데 오래 걸렸다). 그리고 30까지도 어떻게든 열심히 외우면 된다. 노래 부르듯 그냥 외우는 거다. 그런데 31부터는 머릿속이 막 뒤엉키기 시작한다. 진짜 난관이 시작됐다!
예를 들어 31을 말한다고 치자. 그럼 조지아에서는 ‘20+11’과 같은 공식을 쓴다. 즉, 31은 20을 뜻하는 ‘오치(ოცი)’와 and의 뜻을 가진 ‘다(და)’ 그리고 11을 뜻하는 ‘테르트메띠(თერთმეტი)’를 붙여 ‘오츠 다 테르트메띠(ოცდათერთმეტი)’라고 말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한다. 한국 사람이 31을 '삼십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럼 조금 더 어려운 77을 한 번 읽어보자. 77은 ‘3X20+17’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X20, 즉 60은 3을 뜻하는 ‘사미(სამი)’와 20을 뜻하는 ‘오치(ოცი)’가 합해져 ‘사모치(სამოცი)’라고 부른다. 그다음 60에 17을 더해야 하므로 17을 뜻하는 ‘츠비드메띠(ჩვიდმეტი)’를 붙이면 된다. 그러면 ‘사모츠다츠비드메띠(სამოცდაჩვიდმეტი)’가 된다.
아직 99라는 난관이 있지만 여기까지 잘 왔다. 자주 쓰는 숫자는 아예 통째로 외워버리는 게 편하다. 예를 들어 집 주소, 자주 타는 버스 번호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마트에서 가격표를 보고 대뜸 숫자를 읽어보려고 하면 잘 튀어나오지 않는다. 하, 어렸을 때 구몬 수학을 열심히 풀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포기하진 말자. 익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번 입에 붙으면 쉬워질 것이다. 그러니 조지아어로 숫자 읽기, 꼭 도전해보자!
조지아식 숫자 읽기, 도전!
* 숫자 발음을 표기할 때 원래 띄어쓰기를 하지 않지만, 여기서는 외우기 쉽도록 띄어쓰기를 사용했다.
0 Nuli 눌리
1 erti 엘티
2 ori 오리
3 sami 사미
4 otkhi 오트히
5 khuti 후티
6 ekvsi 에크브시
7 shvidi 쉬비디
8 rva 르바
9 tskhra 츠흐라
10 ati 아티
* 11부터 19는 각각 1부터 9앞에 t를 붙이고 그 뒤에 meti를 붙인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11은 1이라는 erti 앞에 t를 붙이고 뒤에 meti를 붙인 것이다. erti의 i는 탈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