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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sual thinker Mar 24. 2018

[변화의 책장] <고삐 풀린 뇌>

왜 우리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가?


변화의 책장 두 번째는, 쾌감과 중독을 뇌과학 차원에서 풀어낸 책 <고삐 풀린 뇌>다.
과학자이자 의사답게, 저자가 풀어내는 쾌감의 방정식은 상당히 생물학적이다. 인간이 무언가를 좋아하고 중독에 빠지는 모든 과정은 뇌 속 '쾌감회로'의 변형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요지이고, 그에 따라 우리가 왜 약물, 음식, 사랑, 운동, 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자극을 탐닉하는지 자세한 과정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할까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좋은 줄 이성적으로는 다 알지만, 결국 감각적인 또는 감정적인 충동 때문에 유혹에 넘어가버린다. 
그런데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실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담배든, 달달한 음료든, 도박이든 뇌는 우리가 헤어나오지 못하는 유혹의 대상에 무조건적으로 흥분하게끔 설정된 상태다. 처음에는 대상 그 자체가 주는 자극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 우리의 뇌는 기대를 하기 시작한다. 자극 그 자체뿐만 아니라, 원하는 자극이 올 거라는 상황의 맥락까지 쭉 연결지어 기억해버리고 쾌감은 점점 갈망으로 변해버린다.
호르몬(마약은 인공 호르몬에 가깝다), 설탕, 지방처럼 진화론적으로 인간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들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마약보다는 도박에, 때론 게임에 더 많이 중독되어버린다. 술이나 담배는 사실 중독성이 크지 않은데도 몸이 다 망가지도록 마시고 피우게 된다. 우리를 움직이는 쾌감과 중독의 법칙은 몸에서 벌어지지만 현대로 올 수록 그 과정에는 심리적인 요소가 얽혀있다.




1. 쾌감이 인간을 움직인다.

쾌감이 인간을 움직인다.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우선순위 중 거의 첫 번째에 아마 '쾌감'이 있을 것이다. 어떤 자극이 특정 뇌 속을 건드리면, 뉴런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나온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쾌감 호르몬이다. 도파민이 뉴런과 뉴런 사이를 타고 뇌에 퍼지면 우리는 감정적인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도파민을 나오게 한 그 원인 행동을 찾아내면 자연스럽게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 하려고 한다. 사람을 비롯한 거의 모든 동물의 본능과도 같은 과정이다.




2. 중독의 메커니즘 : 마약보다 담배가 무서운 이유



사람은 처음에 쾌감을 느낀 뒤, 그 과정이 몇 번 더 반복되면 쾌감을 일으키는 원인 행동을 찾아 '학습'하게 된다. 그리고 과정이 수없이 더 반복되면 점점 학습된 내용은 중독이 된다. 
그런데, 아무리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라 해도 쾌감을 느낀 첫 순간에 중독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독성이 더 약한 물질이라 해도 원인이 되는 행동을 한 뒤 얼마나 빠르게 쾌감이 느껴지는지, 그 행동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에 따라 중독의 깊이가 결정된다. 강아지를 훈련시킬 때 강아지가 까먹기 전에 바로 피드백을 주고, 하루에 한 번 200g짜리 고깃덩이로 칭찬해주는 것보다 하루에 20번 10g짜리 손톱만한 간식으로 칭찬해주며 가르치는 게 훨씬 효과적이듯이. 그래서 헤로인 중독자보다 니코틴 중독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효과도 세고 중독성도 강한 헤로인 주사는 하루에 기껏해야 1번을 놓을까 말까 할 것이다. 그리고 주사를 놓고, 서서히 퍼지는 효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담배는 한모금 쭉 빨 때마다 온몸 구석구석 퍼지는 니코틴의 쾌감이 바로 느껴진다. 게다가 하루에 몇 개비씩, 한 개비당 여러 모금을 피울 수 있다. 대포처럼 간간이 펑 쏘는 헤로인과 달리, 담배를 피우면 우리 뇌에는 기관총으로 쏘는 듯한 수십 번의 자극이 실시간으로 꽂힌다.




3. 원숭이 카지노 : 기대도 중독의 재료



중독의 대표적인 예, 도박은 어떨까? 사실 도박은 일반적인 중독과 달리 대상이 좀 특이하다. 실제로 오는 자극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서 원숭이를 데리고 실험이 진행되었다. 원숭이가 파란 불을 보면, 2초 후 50퍼센트의 확률로 입에 설탕 시럽이 한 방울 들어가는 장치를 놓고 원숭이 뇌를 기록했다. 재미있게도 원숭이가 '파란불→설탕시럽이 나올 수 있다'는 공식을 완전히 배우고 나니 원숭이 뇌는 파란불을 본 뒤 2초동안 도파민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일종의 과정이 학습되고 나면, 뇌는 실제 보상만큼 기대하는 순간에도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였다.




4. 무엇에 중독될 수 있는가?



우리의 뇌가 실제 보상만큼 그걸 기대하는 순간도 쾌감으로 느낀다면,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비록 그 덕분에 인간이 도박에 취약한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저 메커니즘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앞서 원숭이 카지노 실험이 시작될 때 원숭이의 뇌는 이렇게 반응했다. 처음에 원숭이는 파란불을 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실제로 설탕 시럽이 입에 들어온 순간에만 쾌감 수치가 급증했다. 그러나 파란불이 켜지고 2초 후, 또 켜지고 2초 후... 이 과정이 반복되고 나서 원숭이는 드디어 파란불과 설탕 시럽을 연결된 과정으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 때부터 원숭이의 뇌 반응은 달라진다. 파란불을 보기만 해도 설탕 시럽이 입에 들어올 때처럼 뇌가 행복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시럽이 제공되지 않아도 원숭이는 파란불에 계속 쾌감을 느낀다. 


바로 이것이 변화의 기초이다. 이러한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원하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같은 원리로 우리는 통제를 잃지만, 동시에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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