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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제니 Aug 08. 2021

성장을 원하는 사람은 자꾸 자신을 고치려고 한다.

"너무 어른스럽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누구의 마음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오랜 시간 가장 현명한 해결법을 고민하다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 자리에서, 한 친구가 나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너무 어른스럽게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너 자신을 먼저 보살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라고.


집에 가는 내내, 그리고 그 이후로도 한동안 그 말이 맴돌았다. 나는 나를 아끼는 만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사실은 남의 감정만 살필 줄 알고, 언제부턴가 나를 잘 보살피지 못하고 있었나? 내가 한 말이, 내가 한 행동이 혹시나 다른 이들을 아프게 하지 않을까 곱씹고 또 곱씹으며, 나는 성숙한 사람이니까 마음이 괜찮을 거라고, 마치 부모가 모범생 자녀를 대하듯 스스로를 대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일을 시작한 이후로 일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하고 싶었다. 감사히도 존경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빠른 흡수력을 무기 삼아 닮고 싶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따라 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갔다. 아, 저 사람은 갈등 상황을 이렇게 해결을 하네? 아 이렇게 도움을 받으니 정말 기억에 오래 남는구나, 나도 그렇게 해봐야지. 그리고 그 시간들은 쌓여 나로 하여금 전보다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어려운 대화를 나눠야 하는 순간이 와도 차분히 풀어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주었다. 스스로 전보다 성숙해졌다고 느꼈고, 그런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이어지다가 오늘,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는 지점에 와닿았다.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내가 편안하게 느끼지 않는 상황으로 나를 자꾸 몰았다. (그리고 그게 편안하지 않음을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


이를테면, 나는 사람들에게 딱 부러지는 조언을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민한 성향 상 상황의 이런저런 면이 더 잘 보이고, 저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꾸만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애써 조언을 주고, 힘이 풀려 어딘가 지친 채로 귀가하더라는 것이다.

혹은, '문제 상황을 회피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라는 기준을 나에게 엄격하게 적용하며, 문제 상황들을 정면 돌파하여 해결하고는 긴장하고 지친 마음을 끌어안고 "그래도 보람 있는 시간이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줄곧 '어떤 삶을 살고 싶냐'는 질문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이건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이 맞았나? 사실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일에 큰 관심 없는데, 그런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나도 그것을 원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은 정말 모르겠다.


성장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어딘가를 개선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자신을 바꾸는 과정은  아프다. 그래서 일부러 쉽지 않은 길을 가는  마음은 분명 숭고하다. 하지만  가운데에서 '자기가 정말 원하는  무엇인가' 계속해서 알고 있기를 바란다. 사람들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내가 진짜 편안한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말과 생각을 일치시키고, 생각과 감정을 일치시키는 것은 당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더 성공적인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 레이 달리오 [원칙]

당신의 생각과 당신의 감정이,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욕구가 일치하기를. 그래서 당신이 더 편안할 수 있기를.

알고보니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그리 멋지지 않은 모습이어도, 그것대로 사랑해줄 수 있기를.

그리고 나도 그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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