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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브 Sep 26. 2021

오늘도, 내일도 달리는 이유

<일상 에세이 - 조깅의 미학>

난 늘 꾸준히 운동을 하는 편이다. 헬스 매니아들처럼 헬스장에 가서 매일 쇠질을 하며 나를 단련하기엔 너무나 게으르지만 일주일에 4번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시간에 조깅을 하고 맨몸운동을 꾸준히 해서 몸의 모양새가 망가지는 것을 늘 막고는 있다. 운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사실은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관리하고자 하는 부분이 더욱 크다. 



조깅의 가장 큰 묘미라고 하면 바로 삶에서의 인내와 그 후에 오는 개운함을 짧은 시간안에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조깅하러 나가기 전의 그 귀찮음은 내가 2년 이상 이 습관을 유지해오고 있음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난 오늘도 나의 인생을 살아내기에 또 다시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그렇게 나선 뒤 음악을 틀고 하염없이 달린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숨이 차오르고 그만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거기에서 멈추고 그만둔다면 나의 체력은 늘 제자리걸음일 것이고 이 사소한 고통을 견뎌내지 못한 내 자신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100m는 더 뛰어보자, 또 100m는 더 뛰어보자’하며 계속 달리다 목표한 거리를 완주해낸다. 그렇게 숨이 차며 뛰는 동안에는 평소에 쉴 새 없이 복잡하던 내 머리속이 무언가 깔끔히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아니, 사실은 숨이 차도록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며 달리는 그 시간 동안에는 평소에 하던 고민을 할 겨를이 없다. 그리고 잡념이 비워지는 시간을 거치고 찾아오는 뿌듯함은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소소하고 충만한 만족감을 가져다 준다. 



비록 내가 달리고 있는 순간에도, 달리고 난 이후에도 물리적으로 내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달린다는 것은 더욱 큰 의미를 가져다 준다. 늘 달리지만 늘 새로 느낀다. 

‘힘들어도 견뎌낼 수 있구나, 견뎌낸 후에는 잠시나마의 달콤한 만족감과 그 다음을 살아낼 수 있는 더 큰 원동력을 얻어내는구나, 시작은 귀찮아도 시작하고 완수하면 그 귀찮음을 이겨내는 데에 들었던 잠시의 고통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개운함을 가져다 주는구나.‘



오롯이 달린다는 행위에 집중하게 되며 내 몸의 상태를 통해 여러가지를 느끼고 또한 내가 살아가는 삶에 적용시키고 지나간 일들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단순한 행위에 집중하고 물리적 득실을 계산하지 않고 얻어내는 개운함이 재미없어 보이는 조깅이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갖는 충분한 매력이 있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달리는 것에 대한 그 긍정적인 효용성은 이미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다. 뇌를 활성화 시켜 준다던지, 몸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준다던지, 당뇨나 비만을 비롯한 여러 질병을 막아준다는 등 그 긍정적인 면모를 찾으려면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나는 그 이외에 미학적인 부분에서도 달리는 것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직 달려보지 않았다면 오늘부터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그 개운함에 중독되어 갈 수 있다. 그리고 꾸준히 달리다 보면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의 근육과 체력도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 외모가 더 나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



오늘도 달리고 내일도 달린다. 그리고 삶 속에서도 달린다. 지칠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신이 달리는 것은 오늘도 의미 있고, 내일도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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