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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n nch May 27. 2018

평범한 삶



 무심코 내가 뱉었던 말이 끊임없이 내 속에서 맴돈다. 살기위해 책을 읽는다고? 정말 아무이유 없고 단 하나의 거짓도 보탬이 없이 순수한 말이지만, 교만해보이고 고상해보이기 위한 가면처럼 보였으리라.

 나는 언제고 죽어야한다. 아니, 죽고자한다. 그렇지만 그 숭고한 죽음을 위해 나 스스로가 부과한 의무가 있다. 내 세계를 완성하는 것. 그 세계가 무엇인지는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도 모르겠지만, 그 자체로써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나는 나의 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생 전반에 걸친 하나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이는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숭고하지도, 효율적이지도 고상하지도 않다. 단지 나의 생, 나의 삶일 뿐이다.

 이로써 도출되는 몇 가지 결과가 있다. 나의 글쓰기는 전혀 사회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읽히기 위해 쓰이지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나를 위해 쓰이며 나에게만 온전히 읽힌다.

 또한 나의 글쓰기는 성장과 성숙, 고양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내가 읽었던 자료들에 대한 생각을 거듭하다 나온 배설물과 같다. 이는 전혀 창의적이지 않고, 도용과 표절의 결과물일 뿐이다.

 이제 나는 ‘0’으로 돌아왔다. 글로써 성장과 고양, 더 나아가 사회적인 지위와 명예를 누리고자 했던 꿈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나의 집을 허물고, 다양하게 뻗어있는 길 중 하나를 선택하여 또 다른 목표와 대의를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길은 무한하게 뻗어있지도, 바라볼 수도 없는 빛을 향해 나아가는 길도 아니다. 단지 나의 여유로운 여가, 생을 이해하는 상상의 시간, 책을 읽는 지루하고 뻐근한 하루를 위한 노동일 뿐이다. 단지 그 정도의 가치만을 품고 있다. 평범한 노동과 평범한 삶, 평범한 생을 가슴에 품는 것이 어찌 이리도 어려운 결심이기에 이렇게 글까지 쓰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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