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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섯 가지 종류의 액션이 있다! 2. 리액션

by 아이작 유

우리는 어떻게 액션해야 하는가? ‘action’이란 말이 들어가는 단어들을 조사해보면 크게 다섯 가지 종류의 액션이 있다.


첫 번째, 디액션(Deaction)은 무엇인가를 비활성시키거나 제거를 시키는 액션이다.

두 번째, 리액션(Reaction)은 어떤 외부의 작용, 이슈, 문제에대해 반응하는 액션이다.

세 번째, 아웃액션(Outaction)은 평범한 기준을 거부하는 열정적인 액션이다.

네 번째, 프로액션(Proaction)은 리액션과 달리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능동적으로 리액션을 요구하는 액션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인액션(Enaction)은 사전적으로 ‘법제정’을 의미하듯이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액션이다.


나는 이 다섯 가지 액션을 앞 글자를 따서 ‘드롭(DROPE)’이라고 부르며, 각각의 액션을 유도하는 질문을 ‘드롭(DROPE) 질문법’이라 부른다.



1. 무엇을 비활성화하는가?(What to Deactivate?)



2. 무엇에 반응하는가?(What to React?)

모니카 강은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에서 1975년 1월 24일에 쾰른 오페라하우스의 재즈 콘서트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날 연주자였던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은 오페라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크게 놀랐다. 공연을 해야 하는 피아노가 조율도 제대로 되지 않아 음정이 맞지 않았다. 또한 피아노 서스테인 페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약속된 공연 시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다른 피아노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설상가상으로 허리 통증이 재발했고 장시간 투어 공연 및 불면증으로 인한 만성 피로로 인해 공연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 키스 재럿은 공연 취소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공연을 그대로 감행해야 했다. 이 공연의 결과는 어땠을까? 키스 재럿의 쾰른 재즈 콘서트는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되었다. 무려 400만 장 이상의 앨범이 판매되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키스 재럿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들을 내렸다. 도저히 맞지 않는 고음부 음정에 대해 고음을 피하기로 했고 가능한 중간 톤의 음들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의도치 않게 전체적인 사운드의 톤이 부드러워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서스테인 페달도 작동이 되지 않아 공명 효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 반복적인 베이스 리프 기법을 활용했다. 이를 위해 키스 재럿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온몸으로 건반의 이쪽저쪽을 찍어 힘 있게 누르듯 연주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객들은 신들린 듯 역동적으로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고장 난 피아노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연주를 선보이는 순간이었다. 키스 재럿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최악의 문제를 만나도 잘 리액션하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협업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이슈, 문제, 요청 사항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에 효과적으

로 리액션할 줄 안다면 당신은 크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리액션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바로 본질주의 질문 패턴 왜?-어떻게?-무엇을?을 활용하는 것이다. 본질주의 질문 패턴을 활용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리액션할 수 있다.


먼저 무엇이 문제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라.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나에게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볼 때 너희들이 잘 아는 문제, 틀리지 말아야 할 문제를 자꾸 틀리는 것 같은데, 이것 너희들이 조급한 마음에 문제 지문을 잘 안 읽어서 그래! 봐봐! 문제 지문에 이렇게 단서들이 많은데 이걸 왜 틀리냐? 문제 속에 답이 있으니 명심해!” 문내답존 (問內答存)! 문제 속에 답이 있다. 따라서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 문제의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정말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수백 개의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율/품질 불량을 개선하는 일을 한다. 불량 하나가 발생하면 나와 내 부서가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것은 그 불량에 대해 존재하는 모든 현상들이다. 불량의 발생 시기, 불량의 수준, 불량 발생률, 수율/품질 영향성, 불량의 모양, 불량의 위치, 불량의 성분, 불량의 반복성, 불량 발생 혐의 공정 및 변경 등등 우리는 불량에 대해 구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분석한다. 왜냐하면 불량에 대한 정확한 현상 파악이확실한 불량 개선을 이끌어낸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의 현상 파악이 명확해지면, 이를 기반으로 문제의 원인 WHY정확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수립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딱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왜?’ 질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퀵 픽스(Quick Fix)이고 다른 하나는 원류 개선이다. 집단 내 문제가 파악된 이상,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 해결 납기가 촉박한 경우 또는 해결해야 할 문제의 수가 많아 바쁜 경우, 집단은 급한 마음에 ‘왜?’를 먼저 묻기보다 ‘어떻게?’를 묻는다. 정확히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잘 모르지만 퀵 픽스를 통해 문제가 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임시적으로 막는 것이다. 퀵 픽스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추후에 언제든 알 수 없는 이유로 동일한 문제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왜?’를 통해 문제의 참 원인을 반드시 파악하라. 그리고 ‘어떻게?’를 통해 참 원인에 대한 근원 대책을 세워라. 모두 답을 하고 나면, ‘무엇을?’ 해야할지 명확해진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무엇을 행동으로 옮기는 액션이며, 이를 위해서 누가, 언제까지 그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항상 명확하게 정의하라.


두 농부가 강가에 살고 있었다. 둘은 각각 강의 왼쪽과 오른쪽 둔덕을 일구어 똑같이 콩밭을 만들었다. 두 농부는 모두 여름 내내 땀과 정성을 기울여 콩을 키웠다. 그런데 가을 수확할 때가 되자 갑자기 태풍으로 인해 강물이 범람했다. 그런데 하필 왼쪽 둔덕 쪽 콩밭만 강물에 완전히 잠겼고 오른쪽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 수해로 인해 왼쪽 콩밭을 일군 농부는 한 해 농사를 완전히 망쳤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하늘을 원망했다. 반면 오른쪽 콩밭을 일군 농부는 원하는 만큼의 콩을 수확했고 여름 내내 힘들게 일한 노력의 대가라며 크게 기뻐했다. 그렇게 한 농부는 운명을 탓했고, 다른 농부는 자신의 노력에 공을 돌렸다.


오래지 않아 왼쪽 콩밭의 농부는 더 이상 운명을 탓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늘을 원망한다고 내년 농사가 잘 된다는 법은 없다. 강물의 범람에 대비하지 않은 내가 잘못했다!” 그는 외쳤다. 그는 문제의 현상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왼쪽 콩밭과 오른쪽 콩밭의 환경은 거의 동일했다. 일조량, 강수량도 똑같았다. 실제로

수확 직전 콩의 예상 재배량도 거의 같았다. 한 가지 차이가 나는 것은 왼쪽 콩밭 지대가 오른쪽 콩밭 지대보다 얕았다는 것이었다. 농부는 지대가 얕아 강물이 범람할 때 쉽게 침수되었던 것이 원인이라고 파악했다. 그래서 농부는 강물이 범람할 때의 최고 수위를 조사했고, 최고 수위보다 1미터 더 높은 안전 지대에 콩밭을 다시 일구었다. 그 다음해 봄, 농부는 다시 콩을 파종했고, 여름에 정성을 다해 콩밭을 관리했다. 가을이 되자 매우 더 강한 태풍이 왔고 강물이 더 크게 범람했다. 하지만 왼쪽 콩밭의 농부는 안전한 고지대에 콩밭을 만들었기 때문에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고 기대하던 콩을 많이 수확했다. 반면 전혀 대비를 하지 않은 오른쪽 콩밭의 농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아이작 유 드림

<질문의 기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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