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에는 다섯 가지 종류의 액션이 있다! 5. 인액션

by 아이작 유

우리는 어떻게 액션해야 하는가? ‘action’이란 말이 들어가는 단어들을 조사해보면 크게 다섯 가지 종류의 액션이 있다.


첫 번째, 디액션(Deaction)은 무엇인가를 비활성시키거나 제거를 시키는 액션이다.

두 번째, 리액션(Reaction)은 어떤 외부의 작용, 이슈, 문제에대해 반응하는 액션이다.

세 번째, 아웃액션(Outaction)은 평범한 기준을 거부하는 열정적인 액션이다.

네 번째, 프로액션(Proaction)은 리액션과 달리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능동적으로 리액션을 요구하는 액션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인액션(Enaction)은 사전적으로 ‘법제정’을 의미하듯이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액션이다.


나는 이 다섯 가지 액션을 앞 글자를 따서 ‘드롭(DROPE)’이라고 부르며, 각각의 액션을 유도하는 질문을 ‘드롭(DROPE) 질문법’이라 부른다.



1. 무엇을 비활성화하는가?(What to Deactivate?)

2. 무엇에 반응하는가?(What to React?)

3. 어떻게 아웃액션하는가?(How to Outact?)

4. 무엇을 선도하는가?(What to Proact?)


5. 무엇을 프로세스화하는가?(What to Enact?)


“만약 당신이 없을 때 조직이 잘 굴러간다면 그것은 당신이 정말 일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마지막 인액션(Enaction)은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조직은 리액션, 아웃액션, 프로액션을 통해 기존과는 차별화된 혁신을 만들어 내고는 한다. 그런데 그 혁신이 단발성으로 끝나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 사유를 두고 혁신 업무 담당자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느니,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야 해서 업무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느니, 애초에 단기적으로 계획된 일이라 장기적인 검토가 되지 않았다는 말들이 오간다.



하지만 조직의 혁신 업무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핵심 이유는 간단하다. 인액션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김 과장의 이야기이다. 그는 자동차 회사에 다니며 신소재 개발 그룹에서 근무를 하며 그 중 자동차 섬유 소재 개발 파트에서 일한다. 김 과장은 신소재 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자마자 취직했다. 섬유 소재 개발 업무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는 열정적이었다. 어느 날 김 과장은 논문을 읽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가 읽은 논문은 물에 전혀 젖지 않고 물방울들이 공처럼 구르거나 통통 튀는 특수 표면을 가진 연꽃잎에 관한 것이었다. 논문에서는 마이크로/나노 구조 위에 물을 싫어하는 식물성 기름이 잘코팅이 되어 있으면 연꽃잎처럼 초발수성 코팅을 만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그는 안전성이 입증된 마이크로 구조를 가진 섬유 소재 위에 발수성 코팅을 입히면 자동차 업계 최초로 초발수성 섬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아이디어에 파트장님과 부서 전체가 크게 고무되었고 이 아이디어는 그해 섬유 개발 파트의 핵심 연구로 지정되었다. 여러 테스트를 한 결과 ‘섬유 소재 A’에 ‘유기 코팅 물질 B’를 입힐 때 초발수성이 나타났다. 물, 우유, 와인, 케찹을 떨어뜨려도 전혀섬유가 젖지 않아 모두가 놀랐다. 섬유 소재 개발 파트는 이 결과를 잘 정리해 보고했고, 사내 논문상, 사업부상, 우수혁신상 등 그 해 상들을 싹쓸이했다. 김 과장은 그 공로로 2년이나 특진했다.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이 초발수성 특수 섬유 소재는 양산화되어 시중 차량에 적용되었을까? 결과는 처참했다. 보여주기식 신속 개발에 집중한 나머지 김 과장과 부서원들은 양산 프로세스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섬유 소재 A의 표면 위에 유기 코팅 물질 B를 균일하게 코팅하기 위해서는 섬유 소재 A의 전처리가 필요했다. 그런데 이 전처리 시간이 너무 길고 비용이 매우 커서 양산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유기 코팅 물질 B를 입힌 뒤 인화성 품질 테스트를 한 결과 인화성이 더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김 과장을 중심으로한 특수 초발수성 섬유 프로젝트는 그다음해에 드랍되었다. 김 과장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프로세스화 되지 않은 혁신은 단발성으로 끝나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나는 조직이 개인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개인이 없어도 업무가 굴러가고 관리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없는데 업무가 제대로 돌아갈까?” 신기하게도 잘만 돌아갔다. 오히려 내가 없을 때 더 좋은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동일한 경험을 한다. “굳이 내가 없어도 조직이 잘 굴러가는데 내가 꼭 필요할까?” 하면서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관점만 바꾸면 지극히 정상이며 정말로 긍정적인 현상이다. 특정 개인이 없어도 업무 전체가 제대로굴러가는 이유는 업무 프로세스를 잘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를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혁신 업무가 인액션되어 조직 전체의 업무가 된 것이고, 조직의 입장에서 본다면 조직이 성장하여 업무 R&R(역할과 책임)이 확장된 것이다. 실무 현장 속 리더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들이 있다.


“만약 당신이 없을 때 조직이 잘 굴러간다면 그것은 당신이 정말 일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이작 유

<질문의 기술> 중에서

읽으시면서 떠오른 생각이나 다른 관점이 있다면, 댓글로 살짝 나눠주세요.
누군가의 한마디에서 또 다른 생각이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
이 브런치 공간이 생각이 오가고, 서로의 시선이 스치는 장이 되길 바래요.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4화세상에는 다섯 가지 종류의 액션이 있다! 4. 프로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