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아니지만 채식이 좋아.
"진짜? 고기를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지?"
고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일주일 동안 얘기해도 모자라다.
대학교 1학년 종강파티 때, 식당 메뉴를 정해야 했다. 학과 대표가 1학년 아이들을 불러 모아 어떤 메뉴가 좋겠냐고 물었고, 나는 당당히 말했다.
"고기만 아니면 좋을 것 같아요"
그때 이후로 나는 학교에서 미친놈으로 소문이 났던 것 같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업무를 보는 도중, 모 보험회사에서 사내로 영업을 왔다.
대충 기억나는 건 현대인들이 고기 위주의 식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성인병 발생률이 높으므로 자사의 보험을 들어 보라는 내용.
"여러분, 고기 안 드시고 사실 수 있나요?"
"네"
또 나만 당당하게 대답했다.
회사 사람들은 수군대면서 "진짜?" "그게 가능해요?"라고 되물었고, 나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 이후로 영업사원은 의도치 않게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고기에 대한 호가 없었다. 그나마 좋아하는 고기라면 닭고기, 오리고기 정도. 돼지와 소는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 그 퍽퍽한 식감이 싫다. 심할 때는 삼겹살의 비계만 떼어먹기도 했다. 소고기는 피 냄새 때문에 더욱 싫다.
다행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끔 고기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평생 고기 안 먹고살 수 있어?'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예스.
그럼 아예 채식을 해볼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사람이란 것이 참 간사한 게,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꼭 삼겹살이 먹고 싶다거나 한다. (하지만 절대로 소고기는.. 음음..)
고기를 제외하고도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들이 많은데 굳이 내가 찾아서 돈 내고 먹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나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엄마이기에 도시락에 꼭 고기를 한 두 번은 넣어준다. 이렇게 해서라도 먹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랄까.
요즘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다. 약 2년 전에 14년간 키운 고양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뒤 오랜만에 반려동물이라 정성이 한가득이다. 매일 아침마다 청소기 돌리고 배변도 치우고. 밥을 하루에 4번은 준다. 예전에 키우던 고양이는 입맛이 다소 까다로웠다. 하지만 이 두 놈은 아무래도 길고양이 출신이다 보니 먹는 것을 가리지 않는데 이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고양이들이 가리지 않고 잘 먹어 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최근 가장 큰 행복이다. 엄마도 우리를 키울 때(사실은 현재 진행형) 이런 마음이었을까. 지레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