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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min Nov 06. 2017

입원 환자 면회 제한

실습 일기

입원 환자 면회 제한은 병원마다 기준을 가지고 있다. 내가 수련받는 병원도 마찬가지였고,  다른 병원과 마찬가지로 정말 병원의 원칙에 따르지 않는, 많은 면회 인원수와 뒤죽박죽인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환자와 의료진이 병동에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고, 심지어 학생들까지 의료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입이 제한되었다. 그렇게 며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고, 병동에 들어가는 수단은 환자나 의료진이 나가기를 기다리거나, 누군가 병동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 입장할 때 같이 입장하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우리도 병동에 출입할 수 있는 도구를 받긴 했지만, 병동에 들어가기 위해서 환자가 출입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코미디였다.


처음에는 왜 그렇게 했는지 의문이었다. 속설로는 병원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그랬다는 말들이 돌기도 했다. 실습하기 조금 불편했고, 학생들에게도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과 다름없는 수단을 부여해 주긴 했지만 예전의 거리낌 없이 병동을 드나들던 때로 돌아가고 싶긴 했다. 주위에서는 감염 때문이란 논리적인 의견도 있었고, 소문은 무성했지만 결국 학생들도 역시 병동을 들어갈 수 있으니 이런 논의 해봤자 무엇이겠느냐 하는 현실에 안주하는 답안으로 종결되었다.


그렇게 실습 기간이 하염없이 흘러갔고, 감염내과 실습에 참여하게 되었다. 감염내과 실습은 현장 경험을 중요시하게 생각하셔 회진 준비를 열심히 하는 방면으로 진행된다. 어떤 균에 대해서 쓸 수 있는 약제는 많으니, 그중 보편적으로 무엇을 쓰는가에 대해서 알아가라는 의미, 그리고 환자들에게 호발 하는 균은 무엇인지, 왜 그런지 생각해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이하게 그 날의 회진 중 Community에서 호발 하는 균인 항생제 내성이 없는 균을 가진 환자가 거의 없었다. 이래서 큰 병원에 온 거겠지,라고 생각을 해도 감염내과까지 우연히 온 사람도 많을뿐더러, 병원에 오랜 기간 거주한 환자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병원이나, 지역 사회나.


교수님께서는 참 특이한 현상이라고, 보면서 이상하지 않냐고 말씀하셨다. 병원 내 감염이 흔한 균인데 어떻게 지역 사회에서 잘 걸려오는 걸까? MRSA나 CRE가 왜 그렇게 많은지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특히 CRE와 같은 균은 의사 입장에서 골치가 아픈 균이고, 아직까지는 균의 출처가 병원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항생제 내성균이 지역사회에 퍼지게 된 이유로는 이유로는 병원으로 오가는 사람이 많다고 언급하셨다. 이렇게 조금만 지나면 병원 내의 감염과 지역사회 내의 감염의 장벽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말씀과 함께. 병원 내에서만 있어야 할 균이 많은 사람이 왔다 가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로 나가게 되고, 그렇게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이 병에 걸려 오게 된다. 듣고 보니, 우리 병원에서의 수많은 면회 환자가 생각났다. 입원 환자 면회 제한을 약하게 할 시절에는 환자 면담을 갔을 때 보호자만 5명인 경험도 있었으니까. 5명의 보호자가 환자가 퇴원한 이후 온갖 균들을 사회에 퍼트린다는 생각을 하니 입원 환자 면회 제한을 붙일 만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유 없는 정책 변경은 없었다.


의과대학 내에서 살다 보니 감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이 많았다. 중고등학교 때 감기에 걸렸을 때보다 훨씬 독하고, 심하게 걸려서 많은 휴식이 필요했고, 며칠만 안일하게 있다면 정말 심해져서 창백하게 다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로는 여러 변형된 균들이 많다고 생각을 했고(물론 증명되지 않았지만), 본과의 불규칙한 생활 동안 면역이 약해졌다고도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근거는 아직까지 증명되지 않았지만, 병원 내 균들이 항생제 내성이 있는 등 여러 변형을 거친 균이라는 사실이 아주 약간 뒷받침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돌아와서, 입원 환자 면회 제한은 감염 요소를 막기 위한 병원의 선택이었다. 공공연히 퍼져 있는 괴담이긴 하지만, 엄마가 면회를 갔다 와서 어린 자식이 폐렴이 걸렸다는 소문이 있고, 의학적으로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요소가 많지 않다. 건강한 사람은 좋은 숙주가 될 수 있고, 공기 전파 등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는 과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또, 이런 괴담이 퍼져서 병원에 갔다 온 사람이 귀가한 후 깨끗이 씻게 되는 문화가 퍼지면 조금이나마 감염을 줄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에게 능동적인 행동을 바라는 것보다 수동적으로 해 주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으니, 병원 입장에서는 면회를 제한하는 행위를 통해서 면회를 간 사람이 감염의 요인을 적게 가지고 집에 돌아가는 과정을 추구하게 된다. 


면회를 온 사람은 시간이나 장소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불편하고,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은 병동에 들어갈 때 특이한 수단을 이용해서 들어가기 때문에 불편하게 되는 등 모두의 불편함이 존재하게 되지만, 불편함의 대가로 항생제 내성 균이 지역사회로 퍼지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점이 존재한다. 사실 항생제 내성 균과 항생제는 오랜 싸움을 계속하고 있고, 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속도보다 항생제 내성 균을 이기는 항생제의 발명 속도가 빠르지 못하다. 청결함에 힘쓰는 병원에서보다 지역 사회에서 균은 번식하고 변형할 기회를 많이 찾게 되기 때문에 지역 사회로 항생제 내성 균이 나오는 과정을 억제해야만 한다. 균에게 이길 기회를 주는 방침보다, 모두가 조금씩 불편하더라도 균의 승리 확률을 낮추는 방침이 고령화 사회에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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