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카이빙

씀씀이

아카이빙

by 박가람



매달 이맘때쯤 되면


우리는 서로의 씀씀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잖아.


너도 나도 대책 없이 쓴다고 아껴야 한다고.


매번 이번 달은 아낄 거야. 집에서만 밥 먹고 옷도 안사고 택시도 안 탈 거야.


말만, 둘 다 사실 아끼는 법도 잘 모르면서.




우리 둘 씀씀이 패턴도 똑같아.


돈이 바닥나는 월초에는 잔뜩 아꼈다


월급날에 크게 쓰는


그리 한동안을 흥청망청하다


월말쯤부터 다시 아끼고


월초에는 다시 아예 허리띠를 꽉 졸라매잖아.




그러고 보면 너의 씀씀이는 몸에도 배어 있어.


허리에서 잔뜩 아꼈다


둔부에서 크게 쓰는


그리 한동안을 흥청망청하다


무릎 즈음부터 다시 아끼고


발목부터는 아예 허리띠를 꽉 졸라매잖아.




매번 아끼자고 말하고 다짐해두고는


돈 생기면 헤헤..하고 서로에게 써버리는 게 바보 같다가도


이렇게 한 달의 씀씀이를 정리해서 쓰다 보면 난 우리가 너무 기특해.


둘 다 사실 아끼는 법도 잘 모르면서


서로를 어떻게든 아껴주려고 하잖아.


돈이야 얼마를 썼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