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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가람 Mar 28. 2018

어릴 적 클럽에서 만난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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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클럽에서 만난 누나가

사랑은 그냥 핏줄 속에 조금 더 오래 남는 알콜 같은 거라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지금 많이 마시면 잠깐은 사랑할 수 있다고. 

저 말이 끝나자마자 내게 데낄라를 세잔 밀어줬는데

그냥 대화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세잔 바로 쭉 마셨다. 원래 술 잘 안 먹는데..

사실 저 말도 마음에 들었지만 누나가 들이미는 손등도 좋았다.

생각해보면 핥아먹는 건 대부분 달구나. 요플레 뚜껑, 아이스크림, 사탕.

저 날은 소금도 달더라. 

서로의 손등을 접시처럼 쓰다 보니 혈중알콜농도도 올라가고 

그러니 아주 잠깐 서로가 사랑 같기도 했나 보다.

누나가 갑자기 자기 속 이야기를 줄줄 한 거 보면.


담배를 아마 반갑은 폈었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하면서.

자기는 술 마시면 담배가 너무 땡긴다고 했다.

대학생 때 너무 좋아했던 남자가 술 마시면 늘 담배 피우러 밖에 나가서

그때 같이 있고 싶어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고. 그래서 술 마시면 늘 담배가 자연스럽게 땡긴다고.

담배까지 배워가며 좋아했던 남자는 자기랑 잠은 자는데 연애는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 남자의 지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자기 몸에 한 군데도 없을 정도로 사랑을 나눠도

늘 뭔가 가득 채워지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몇 달을 만나다 자기가 그냥 재생 가능한 일회용품 정도로 느껴져서

그 사람과 연락을 끊었고 이제 자기가 사람을 일회용품처럼 사용한다고 했다.

그 행위가 뭔가 자신을 회복하는 기분이 든다고.


그리고는 술 마시면 담배가 땡긴다더니 내 하얀 셔츠와 하얀 목덜미가 담배처럼 보였는지 

그 자리를 흡연했다. 얼굴이 타는 담배 끝처럼 빨릴 때마다 빨개졌다.

뭔가 이렇게 있다가 곧 꽁초가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에 누나를 때어두고 친구들 쪽으로 돌아왔다.

일회용품의 악순환을 막아야 할 것 같아서.

상처받은 외로움의 악순환은 끔찍해.


글을 쓰고 있는데 가람도서에서 책을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내 이름도 가람인데 너무 신기해. 누나 이름도 신기한 이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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