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법 쌀쌀해진 밤.
퇴근길, 차에 올라 시동을 걸면 라디오나
미리 꽂아둔 CD에 곡들이 흘러나온다.
내가 주로 듣는 곡은 클래식.
조용한 차 내부에서 듣기 좋은 곡들이 들어있다.
도시의 불빛에는 잔잔한 현악기 소리가 어울린다.
익숙한 엔진 소리와 깜빡이 소리, 멀리서 들리는 경적 사이로
음악이 흐르면, 오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클래식은 참 묘하다.
다양한 악기들의 조화를 이루고 가만히 듣다 보면
강하고 약하게 들리는 소리가
마치 나에게 어떤 장면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며 높고 낮은 선율이 마음을 울린다.
드뷔시의 피아노 선율은 정신을 맑게 해준다.
그야말로, 물 흐르는 듯한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끝없는 진료와 수술을 마치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하루 중 가장 나다운 시간.